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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대우조선해양에 바란다 /장재건

학력사회 과감히 깬 파격적인 고졸 채용…멈춤없는 모델되게 제도적 보완도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16 19:46:5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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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이 난에서 당시 막 불기 시작한 고졸 은행원 취업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두 달여 사이 그 바람은 이제 은행을 넘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으로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 세대의 변화욕구를 읽은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연설에서 고교 졸업자의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의 이런 바람은 정부의 독려에 못 이긴 측면도 있지만 변화의 물꼬를 튼 점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에서 사례로 언급했듯이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은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서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은행권에서 조금씩 고졸 은행원 채용이 언급되던 시기에 지난 8월 말 획기적인 고졸 사원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고졸자 100여 명을 '정규직'으로 뽑아 4년간 사내외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모두 마치면 대졸 사원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파장은 컸다. 지난달 원서를 마감한 결과 전국에서 무려 3199명이라는 고3생들이 몰려든 것이다. 지원자들의 면면은 더 놀랍다. 특목고 학생이 10여 명 지원했고 인문계고·특성화고 출신 중 내신이 1, 2등급인 학생들도 500여 명에 달했다. 회사 측도 이 정도일줄 몰랐다고 한다. 무엇이 학생들을 이 회사로 몰려들게 했을까. 무엇보다 재직 중 돈을 벌며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면 4년 뒤 대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독특한 인사제도가 가장 큰 요인임은 분명하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해도 취업이 바늘구멍인 세상에 이만큼 매력적인 제도도 드물다.

그렇다고 해도 지원하기까지 상당수 학생들의 고민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내에서 여지껏 전무한 제도인 데다 여전히 공고한 학벌사회에서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 등을 두고 부모와 의견충돌도 있었을 법하다. 어떻든 그들은 학벌의 벽을 깨는 도전을 감행했고 합격자들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몫이다. 세상이 이들의 미래를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파격적인 고졸 채용 성공 여부는 학벌사회를 깨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고졸 채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분히 '홍보성' '이벤트성'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없지 않았다.

이런 지적 중 하나가 응모 조건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응모 조건에 수능 성적을 넣었다. 특목고·인문계고 학생이야 관계 없겠지만 전문계고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회사 측으로서는 내신만으로는 부족해 객관적인 기준으로 수능 성적을 요구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학력파괴를 주창한 회사 측의 모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차제에 수능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기준이 새롭게 마련되면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사라질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열한 고민 끝에 회사를 선택한 학생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키워내는 일이다. 인문계고 내신 1등급 학생의 입사지원서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지원서를 작성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학력에 의해 많은 것이 좌우되는 우리 사회에서 고졸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회사를, 그리고 자신을 믿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이들은 이 회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어린 나이지만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높이 쌓여온 벽을 깨는 데 과감히 도전했다. 학력파괴의 또다른 시금석이다. 이제 회사 측은 그들이 도전한 벽이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무를 짊어졌다. 혹 회사가 조금 어려워지더라도, 대표가 바뀌더라도, 멈춤없이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이들을 키워내야 한다.

아울러 곧 발표될 합격생들에게도 당부한다. 어려운 결정을 한 그대들을 세상이 주시하고 있다. 마음의 준비는 하겠지만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감히 도전한 지금의 열정만 계속된다면 후배들이 그대들의 뒤를 줄줄이 따를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훗날 그 시작을 우리가 열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자.

편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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