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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 잡는 칼, 닭 잡는 칼 /조준현

환율·금리 조정 대신 주유소 장부 관리해 뛰는 물가 잡겠다는 순진한 MB정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26 20:00:2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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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논리학에서 쓰는 말이지만 경제학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구성의 오류'이다. 부분에서 옳은 논리라고 해서 전체에 적용했을 때도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뜻이다. 가령 개인의 처지에서 보면 저축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국민 전체가 소비는 하지 않고 저축만 한다면 국민경제는 불황으로 떨어져 버린다. 경제학이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으로 나뉘어 발전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 구성의 오류 때문이다. 가계나 기업의 선택을 분석하는 방법과 국민경제 전체의 순환을 분석하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속담을 잠시 빌려서 말하자면,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은 다르다고나 할까?

요즘 물가가 수상하다. 수상한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가 나라 경제가 잘못되는 건 아닌가 싶을 만큼 위험하다. 최근의 물가 사태는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라 벌써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사태가 올 것을 진즉부터 경고했는데도 정부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다가 이제야 이런저런 대책을 만든다고 수선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겠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내놓는 그 대책이라는 것들이 도무지 못 미덥다는 데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기름 값이 지나치게 높다면서 가격이 비싼 500개 주유소의 회계장부를 들여다 보겠다고 발표하였다. 만약 주유소들이 담합을 해서 기름 값을 높게 받고 있다면 당연히 정부가 규제해야 옳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기름 값은 주유소마다 다른 것이 당연하다. 주유소의 위치와 경영 조건이 다르고, 땅 값이며 인건비며 원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률적으로 기름 값을 얼마로 낮추지 않으면 뒷조사라도 해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대책은 군사정부 시절에나 보던 얼토당토 않는 짓이다. 도대체 경제부처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째서 이렇게 한심한 말씀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자장면 값이 오르면 중국집 500곳의 부엌을 들여다 볼 것인가? 지난해처럼 또 배추 값 무 값이 폭등하면 그때는 누구의 장부를 들여다 볼 것인가?

물가가 오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원자재의 경우에는 대개 국제가격의 변동이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거시경제 변수들도 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튼 제대로 된 물가 대책은 이런 원인들을 제대로 따져 본 다음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만들어야 옳다. 이런 상품 저런 상품 몇 개를 관리한다고 물가가 잡히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식의 물가 대책은 처음이 아니다.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에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생필품 50개 품목을 지정해서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전체 물가가 올라도 생필품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서민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그래서 정부는 52개 품목을 선정하여 매달 가격 상승률을 발표하였다. 과연 그 52개 생필품의 가격은 지금 어떨까? 무려 47개 상품의 가격이 상승했고, 그 가운데 29개 품목은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더 많이 가격이 올랐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물가 대책이 얼마나 실패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례이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아직도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지 못한 것 같다. 며칠 전에 또 대통령은 주요 생활물가를 10가지 정도만 집중적으로 선정해서 시도별로 물가비교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기름 값이 비싼 주유소 500곳 대신에 물가가 높은 지자체 몇 곳을 관리하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도 못 잡는 물가를 지자체더러 어떻게 잡으라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환율을 조정해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최중경 장관은 유통과정을 모르고 하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반박하였다. 물론 환율 하나만 가지고 물가를 잡을 수는 없다. 다만 환율도 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므로 물가 대책에는 환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대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장관은 그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로 치부해 버린다. 환율과 금리를 조정해 물가를 잡자는 주장과 주유소 500곳의 장부를 보겠다는 대책, 과연 어느 것이 더 모르고 하는 소리이며 누가 더 순진한 발상인가?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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