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저 응석받이들을 누가 키웠나 /제정임

'더 달라' 외치는 응석받이 재벌들, 이제는 '뭘 돌려줄까' 고민 좀 하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29 21:00:4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 단체 중에서도 대기업, 특히 재벌그룹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조직이다. 최근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허창수 지에스(GS)그룹 회장이 작심한 듯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반값 등록금 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생각 없이 추진해선 안 된다"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감세(減稅)는 철회하지 마라." 기업들의 세금은 계속 깎아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종종 '국민들의 반(反) 기업정서 때문에 사업하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국민들이 재벌을 공연히 미워해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 회장의 말은 우리 국민 중 재벌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는 이가 왜 많을 수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고, 학자금 대출을 감당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급기야 목숨을 끊는 대학생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절박한 청년들과 부모의 짐을 덜어주는 건 '포퓰리즘'이고 재벌의 금고를 채워주는 건 '시장경제'라니, '매를 버는' 얘기가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줄줄이 깎아주는 이른바 '부자감세'를 통해 대기업과 자산가들에게 엄청난 '현금 선물'을 안겨주었다. 집권 5년간 총 감세 규모가 9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정부는 이들의 세금을 줄여주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 경제가 쑥쑥 성장하고 실업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30대 그룹은 86조 원 규모의 내부유보금을 쌓아 놓고도 이렇다 할 투자확대도, 고용창출도 하지 않고 있다.

수출에 유리한 '고환율 저금리' 정책 아래 대기업들이 기록적인 흑자행진을 하는 동안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벼랑으로 몰렸고, 노동자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비싼 집값, 엄청난 보육과 교육비용, 대책 없는 노후가 국민의 삶을 압박해도 정부는 "돈이 없어 복지를 늘리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감세'는 철회할 생각이 없단다. 그리고 재벌들은 정치권을 향해 '등록금은 놔두고, 우리 세금을 더 깎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분통 터지는 모순들은 곳곳에 있다. 전기요금 체계를 보자. 공장 등을 돌리는 산업용, 상가나 백화점이 쓰는 일반용, 각 가정이 쓰는 주택용 요금 중 가장 비싼 게 주택용 전력요금이다. 주택용은 최저와 최고 구간의 단위당 가격이 무려 11배나 차이 날 만큼 큰 폭의 누진제가 적용돼 주부들이 벌벌 떨며 아낄 수밖에 없다.

반면 산업용과 일반용은 많이 쓰면 쓸수록 요금을 깎아주는 '역누진제'가 적용된다. 그러니까 큰 공장, 대기업, 대형 백화점일수록 전기를 싸게 쓴다. 그 중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당 평균 생산원가인 90원에도 못 미치는 80원으로 가장 싸고, 심야시간 등엔 이 보다도 훨씬 싼 값에 공급된다. 반면 주택용 요금은 130원이니, 콩나물 값 걱정하는 가계들이 기업들의 전기료를 대신 내주는 셈이다. 대기업들이 전기를 값싸게 펑펑 쓰니, 에너지 효율성은 일본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 이런 전력 낭비를 뒷받침하느라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짓다보니, 이 땅이 '국토 대비 원전 밀집도 세계 1위'라는 불안한 기록을 향해 달려가게 됐다.

남아 선호가 극심하던 시절, 아들을 바라고 딸을 줄줄이 낳은 집에서 마침내 얻은 귀한 아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딸들의 희생과 양보는 당연히 여기고 좋은 건 다 아들에게 몰아주면서 '네가 잘 돼야 집안이 흥한다'고 세뇌하곤 했다.

불행히도 그렇게 자란 응석받이 아들은 지나친 이기주의자가 되어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인생도 망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살찐 아들이 깡마른 딸의 밥그릇을 뺏도록 놔둔다면 아이들 모두를 망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도 전기요금에서 세금에 이르기까지, 재벌들을 응석받이로 만든 정책과 제도들을 바로 잡을 때가 됐다.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재벌 대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근로자들을 제대로 부축해야 한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재벌은 '뭘 더 얻어낼까'가 아니라 '어떻게 돌려줄까'를 생각하는 게 훨씬 어울릴 것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영상]초등학교가 문화 공간으로...‘하하호호 콘서트’ 현장
  2. 2사찰에 1000만 원 기부한 거제시장 부인,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
  3. 3거제 양대조선소 2년 연속 수주 목표 초과 달성
  4. 4레반도프스키 월드컵 본선 첫 골…폴란드, 사우디에 2-0승
  5. 5양양서 산불 계도 비행 임차 헬기 추락…현장서 시신 5구 수습
  6. 6‘메시 결승골’ 아르헨티나, 멕시코 2-0 완파
  7. 7부산, 울산, 경남 맑다가 흐려져…일교차 10도 안팎
  8. 8민주 '11억 문턱' 종부세 개정 추진…정부 '수용 불가'
  9. 9'김장철 부담 줄었다' 11월 들어 김장비용 계속 하락
  10. 10경남도 ‘고용안정 선제대응 지원사업’으로 올해 1390명 재취업 성과
  1. 1주한미군에 우주군사령부 만든다…'北ICBM 위협'에 서둘러
  2. 2민주화 이후 첫 장성 강등...고 이예람 중사 사건 '부실수사' 책임
  3. 3TK신공항 변수에 놀란 부산 여야 ‘가덕신공항 속도전’ 주문
  4. 4“동백전 국비 안 되면 시비 확대를” 부산시의회 촉구
  5. 5“해볼 만해졌다…엑스포 반전 드라마 쓰겠다”
  6. 6[속보] “기니만서 억류된 韓유조선 하루만에 풀려나…부산출신 2명 탑승”
  7. 7국회도 파리서 본격 유치전
  8. 8검찰 수사 文정부 고위층으로 확대…야권인사 줄소환에 민주당 반발
  9. 9서아프리카 해적 억류 선박 풀려나…부산시민 2명 탑승
  10. 10野 “합의안 파기한 정부 책임”…당정 “사실상 정권퇴진운동, 엄정 대응”
  1. 1민주 '11억 문턱' 종부세 개정 추진…정부 '수용 불가'
  2. 2'김장철 부담 줄었다' 11월 들어 김장비용 계속 하락
  3. 3산란계 농장에서 잇단 AI 확진… 계란값 오를라
  4. 4다음달부터 ‘15억 초과 대출·LTV 50% 일원화’ 시행
  5. 5'전열기 사용 중 화재·화상'…공정위, 안전주의보 발령
  6. 6신세계 센텀시티 '스포츠 아웃도어 전문관' 20대에 인기 몰이
  7. 7아시아 창업엑스포 ‘FLY ASIA 2022’ 뜨거운 열기 속 폐막
  8. 8무보, '캐나다 공장 건설' 국내 기업에 2100억 금융지원
  9. 9부산 경유 가격, 7주 만에 하락…휘발유와 격차는 여전
  10. 10화물연대 파업 사흘째 '업무개시명령' 초강수?..."대화 가능"
  1. 1사찰에 1000만 원 기부한 거제시장 부인,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
  2. 2거제 양대조선소 2년 연속 수주 목표 초과 달성
  3. 3양양서 산불 계도 비행 임차 헬기 추락…현장서 시신 5구 수습
  4. 4부산, 울산, 경남 맑다가 흐려져…일교차 10도 안팎
  5. 5경남도 ‘고용안정 선제대응 지원사업’으로 올해 1390명 재취업 성과
  6. 6아는 여성에게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 100차례 가까이 보낸 남성 벌금형
  7. 7부산 신규확진 2418명 전주 일요일보다 줄어
  8. 8노조 가입 직원들에게 불이익 준 전 공기업 사장 집유 선고
  9. 9함안 제2승마장, 새 이름 '악양승마장' 달았다
  10. 10경남경찰청, 화물연대 파업 대응 교통신속대응팀 운영
  1. 1레반도프스키 월드컵 본선 첫 골…폴란드, 사우디에 2-0승
  2. 2‘메시 결승골’ 아르헨티나, 멕시코 2-0 완파
  3. 3프랑스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 깨고 첫 번째 16강 진출
  4. 4음바페 '차세대 축구황제' 우뚝
  5. 5사우디 16강 두고 폴란드와 격돌… 빈 살만 왕세자 포상은?
  6. 6벤투호 '만찢남' 조규성, 가나 수비망 찢을까
  7. 7조별리그 탈락 벼랑 끝 몰린 전통강호 독일·아르헨티나
  8. 8호주 튀니지 잡고 16강 다가섰다… 아시아 돌풍 한국까지 가나
  9. 9카타르 "월드컵은 끝났지만, 축구는 계속" 사우디 "겸손하자"
  10. 10한국 가나전 완전체로 출격 기대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이태원 참사 사전위험신호, 누가 간과했나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밀크플레이션
아라비아 상인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벼의 건조와 밥맛
건축가가 빚은 막걸리
사설 [전체보기]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겪는 부산 중기·영세업자 금리 리스크 잘 살펴야
부산엑스포 유치 판가름 1년 앞, 3차 PT(경쟁 프레젠테이션) 분수령 삼자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