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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명분 없는 대학평가는 이제 그만 /이택광

인구·GDP대비 교육재정률 차이 무시한 미국방식 학교비교는 안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5-25 20:55:41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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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런던서평지'에 기고한 글에서 하워드 홋선은 미국 사립대학을 발전 모델로 삼는 대학개혁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홋선의 문제 제기는 유명한 타임즈고등교육(THE)과 쿼커렐리 시몬즈(QS)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학평가에 집중돼 있다. 말하자면 이 평가가 세간의 믿음과 달리 그렇게 공정하고 정확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홋선의 비판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상위 랭킹을 기준으로 미국 대학과 영국 대학을 일방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순위 매기기는 각국의 인구와 GDP 대비 교육재정 비율의 차이를 완전히 무시한 일방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20위권에 드는 미국 대학이 13개교에 이르는 반면 영국 대학은 4개교가 전부이고 200위권으로 내려가면 이런 문제는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사실이지만 종종 무시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구 대비 대학 수의 비율이다. 비록 20위권에 드는 대학은 미국 대학에 밀리지만 영국보다 5배나 많은 미국의 인구를 감안한다면 인구 일인당 상위권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영국이 훨씬 높다.

미국의 사립대학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면서 시장경쟁주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려는 영국정부의 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홋선의 주장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말해준다. 시장주의를 대학 운영에 도입하면 대학도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말 그대로 환상인 것이다. 카이스트 대학생들의 자살은 시장주의에 입각한 경쟁 논리가 어떤 비교육적인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대학순위라는 것은 GDP와 무관한 것이 아니기에 결국 대학순위는 국가 간 경제력을 표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미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미국 대학도 상위권에 상당수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인데 질적 평가의 측면에서도 과연 미국 대학이 인구 일인당 적절한 교육성과를 올리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배나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도 일인당 교육성과에서 영국 대학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한 미국 대학을 계량적 순위에 근거해서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홋선에 따르면 비싼 교육비에 비해서 미국 대학의 교육성과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미국의 사립대학들이 경쟁모델을 도입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이것이다. 이런 까닭에 민영화의 논리에 의거해 경쟁모델을 대학에 도입하는 것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는커녕 교육비 부담을 높여 비용 대비 성과를 낮추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홋선은 일갈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도 무한경쟁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활발하게 경쟁모델을 대학운영의 최선으로 받아들여 왔다. 한국의 대학 당국자들은 미국 대학을 예로 들면서 등록금이 여전히 저렴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에서도 비싼 등록금 문제는 뜨거운 사안이 된 지 오래다. 콜롬비아대학 학장을 지낸 조내선 콜은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학생을 소비자로 자리매김한 잘못된 가정"이 등록금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을 소비자로 정의하는 순간 '소비자는 왕'이라는 공식에 따라서 학교경영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되는 것이다. 심리상담소를 설치하거나 학생활동을 위한 건물들을 짓고 운동시설들을 갖추는 일에 투자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미를 충족시킬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서 학교경영의 규모는 방만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사립대학을 대학개혁의 모델로 삼는 것은 확실히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는 것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유한 대학발전의 전망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계획들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한 때가 됐다. 무엇보다도 비교육적 양상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대학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인문학적 시선이 여기에서 절실할 것이다. 인문학의 임무는 그 무엇보다도 먼저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아닌 것에 대해 '그만!'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인문학자들부터 보여줘야 하겠다.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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