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봄날 저 연둣빛이 무섭다 /박남준

온통 흐드러진 봄, 4대 강 죽이기 한창

공존하는 기쁨마저 빼앗아간 MB정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22 21:54:59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고 처마 끝 작은 나무의자에 앉는다. 빨래들이 너울거리며 바람의 춤을 춘다. 마당엔 붉은 며느리주머니꽃이 절정을 이루고 배꽃과 개복숭아꽃잎이 나풀거리며 이승을 건너는 꽃 그늘 아래 이제 막 한 송이, 두 송이 꽃을 피우고 있는 보랏빛 하늘 매발톱꽃 바라보며 참 곱기도 하다고 중얼거린다.

모란꽃 봉오리가 온통 몸이 간지러운가 보구나. 검붉은 자줏빛 속살을 슬쩍 내보이고 있다. 고요하다. 한 송이 꽃잎이 열릴 때 누군가는 우주가 흔들린다고 하지만 저 고요함 속에 한 꽃이 지고 한 꽃이 핀다.

섬진강에 나간다. 내가 오토바이크라 부르는 49.5㏄ 노랑 스쿠터를 타고 강으로 이르는 길가, 악양 들녘의 밀밭엔 벌써 밀들이 패어 고개를 내밀고 찰랑거리는 푸른 물결로 손짓하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잠시 내려 바람결에 밀려오고 밀려가는 밀밭 길을 걷는다.

벚꽃이 진 섬진강가 차마 눈부셔 마주 눈을 뜨기 어려운 금모래, 은모래 밭을 가르며 푸른 섬진강물이 흐른다. 강가에 갯버들과 왕버드나무와 팽나무들 어린 연둣빛이 반짝인다. 강둑을 따라 걷는다. 제비꽃과 민들레꽃과 들현호색꽃들 저마다의 빛깔로 봄날을 노래한다.

남한강의 봄날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영산강과 금강과 낙동강의 풍경도 이러했을 것이다. 찬란한 섬진강의 봄날을 걷다가 갑자기 힘이 빠지고 속이 상한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니 울화가 치민다.

3년 전 이맘때쯤 한강과 낙동강과 영산강과 금강을 걷던 발걸음은 얼마나 행복했던가. 물고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산란에 필요한 모래와 조약돌들이 없어진 강에 겨우겨우 살아남은 물고기들은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도,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던 습지들도 사라진 4대 강 죽이기 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이 천박한 자본주의의 깃발을 치켜들고 국민을 현혹하는 자들, 피땀 어린 세금을 악용하며 착복하고 있는 현 정권의 수뇌부와 그에 편승한 모리배들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친수법이라는 것도 결국 그와 같은 일들을 마음 놓고 벌이기 위해 만들고 있는 이중, 삼중, 눈 가리고 아웅~ 법이지 않는가. 막무가내, 우격다짐, 불도저식으로 강행군하는 공사장에서는 사업에 투입된 현장 노동자의 사망자수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1명째, 그리고 지금까지 20명이나 된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 어디 죽음과 재앙으로 치달리고 있는 4대 강 죽이기사업뿐인가.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원전사고가 일으키고 있는 방사능의 심각한 사태를 눈에 훤히 보고 있는데도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수명이 다 된 고리원전 1호기를 계속 연장해서 쓰고 있다니, 도대체 안전 불감증이다.

뻔뻔한 이 정권은 도대체 국민알기를 뭘로 보고 있는가. 국민복지나 권익은 바라지도 않는다. 생명이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기쁜 이 행복을 빼앗아 가지나 말아달라는 것이다. 제발.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두렵다. 아니 끔찍하다. 얼마 전 알고 지내는 한 스님으로부터 향기로운 문자를 받았다. 산중에 계시다가 어찌어찌하여 도심 속에 나가 일을 하고 있으나 그 마음에 심지를 잃지 않고 청정함을 지키고 있으니 이런 보배로운 귀를 얻으셨구나.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젊은 시절에는 산중의 고요함에 취하여 산빛 물소리에서 옛 경전을 읽었지. 이제는 바람 불고 먼지 날리는 세월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선 이 자리, 나는 사람의 얼굴, 사람의 마음 속에서 대방광불 화엄경을 읽고 있느니 맑은 바람 드는 새벽 뜨락의 대숲 바람소리 듣노라."

나는 이 정권의 얼굴들에게서 무지몽매를 읽는다. 탐욕을 읽는다. 재앙을 읽고 죽음을 읽는다. 법은 어디에 있는가. 진리를 깨달은 이들은 무엇하고 있는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날 섬진강 길을 걷다가 만나는 들꽃 한 송이, 싱그러운 나무들의 연둣빛이 갑자기 안타깝고 무서워졌다.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민간투자 4조로 물꼬 튼다(종합)
  2. 2남부내륙철도 적정성 재검토 '암초'… 완공 2030년으로 늦춰진다
  3. 3오늘 국군의날 시가행진 10년만에 부활…"北 열병식 대조"
  4. 4부산 與당직자 출신 총선 리턴매치 촉각
  5. 51년간 조례 발의 ‘0’…‘밥값’ 못 한 부산 기초의원 21명
  6. 6‘자율형 공립고 2.0’ 서부산 학생 40% 선발 검토
  7. 7사업비 2조 늘었지만 ‘부전역’ 추가로 경제성 확 높아져
  8. 8기장 오시리아역~테마파크 보행육교 완공
  9. 9거제서 4층 펜션 리모델링 중 붕괴
  10. 10턱없이 적은 ‘범죄피해 구조금’…유족은 두 번 운다
  1. 1오늘 국군의날 시가행진 10년만에 부활…"北 열병식 대조"
  2. 2부산 與당직자 출신 총선 리턴매치 촉각
  3. 3尹 “몸 던져 뛰면 엑스포 우리 것 될 것” 막판 분전 촉구
  4. 4李 “도주우려 없다” 檢 “증거인멸 우려” 심야까지 설전 예고
  5. 5이언주, 국힘 ‘주의 촉구’ 징계에 “대통령 불경죄냐” 반박
  6. 6[속보]이재명 서울중앙지법 도착, 이르면 오늘 밤 구속 갈림길
  7. 7尹, 국군의날 '국민과 함께' 빗속 시가행진
  8. 8민주 26일 원내대표 선거…4파전 속 막판 단일화 변수
  9. 9울산 무분별 난립 정당 현수막 제한 조례 공포
  10. 10이재명, 헌정사상 첫 제1야당 대표 법원 영장심사 출석
  1. 1기장 오시리아역~테마파크 보행육교 완공
  2. 2휘발유 가격 1790원…정부, 고유가 주유소 500곳 현장 점검
  3. 3"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 1곳당 연 3110만 원 마진"
  4. 4악성 체납자 3만 명, 세금 안 내고 버티다 '명단 공개' 해제
  5. 5‘부진의 늪’에 빠진 부산지역 건축 인허가 실적
  6. 6"아웃도어 재킷, 수십만원 고가에도 세탁 등 기능 저하"
  7. 7수산물 소비급감 없었지만…추석 후 촉각
  8. 8‘상저하고’ 별나라 얘기?…갈수록 어려워지는 부울경 경제
  9. 9LH ‘외벽 철근 누락’에 원희룡, “시공 중인 공공주택 일제 점검하라”
  10. 10추경호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00만호 이상 주택 공급"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민간투자 4조로 물꼬 튼다(종합)
  2. 2남부내륙철도 적정성 재검토 '암초'… 완공 2030년으로 늦춰진다
  3. 31년간 조례 발의 ‘0’…‘밥값’ 못 한 부산 기초의원 21명
  4. 4‘자율형 공립고 2.0’ 서부산 학생 40% 선발 검토
  5. 5사업비 2조 늘었지만 ‘부전역’ 추가로 경제성 확 높아져
  6. 6거제서 4층 펜션 리모델링 중 붕괴
  7. 7턱없이 적은 ‘범죄피해 구조금’…유족은 두 번 운다
  8. 8부울경 오늘 비 내리다 말다 계속…낮 최고 23~27도
  9. 9진주시의회 국외연수비 1억1100만 원 반납
  10. 10부산대·국립부경대 등 8개대, 교육부 연구개발 혁신사업 예비선정
  1. 1아! 권순우 충격의 2회전 탈락
  2. 2라켓 부수고 악수 거부한 권순우, 결국 사과
  3. 3압도적 레이스로 12번 중 11번 1등…수상 종목 첫 금
  4. 4'돈을 내고 출연해도 아깝지 않다' 김문호의 최강야구 이야기[부산야구실록]
  5. 5북한에 역전승 사격 러닝타깃, 사상 처음 우승
  6. 6여자 탁구 2연속 동메달
  7. 7김우민 수영 4관왕 시동…‘부산의 딸’ 윤지수 사브르 金 도전
  8. 8황선홍호 27일 16강…에이스 이강인 ‘프리롤’ 준다
  9. 9中 텃세 딛고, 亞 1위 꺾고…송세라 값진 ‘銀’
  10. 10북한 유도서 첫 메달…남녀 축구 무패행진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자들의 소통방식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고 [전체보기]
대통령의 ‘서울·부산 2개 성장 축’ 실현되려면
안전한 세상에서 아동은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고삐 풀린’ 부산 분양가 괜찮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양말 뒤집어 신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젠 팬이 원하는 감독을 보고 싶다
부산형 특구 성공 조건은 ‘앵커기업’ 유치
도청도설 [전체보기]
또 살생부
부산KCC이지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명란과 옹기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는 우리 것” 이런 마음으로 힘 모아 결실을
‘영구임대 30년’ 주거복지 차원 대책 찾아야 할 때
세상읽기 [전체보기]
역사 전쟁과 자유론
출산정책 헛다리 그만 짚고 고용안전성 높여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해인의 서랍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적 공간의 미학
중세 고려의 여름, 휴가와 K-잔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야만의 과학
밥의 길, 쌀의 미래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화해의 와인
와인, 스토리텔링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12음기법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창배의 ‘곡고댁(哭高宅)’
CEO 칼럼 [전체보기]
세계박람회와 벡스코 제3전시장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