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내 탓? 남 탓! /조준현

구제역·폭설 등 재난 해결책 대신 남탓만

책임지려는 자세, 정상적 정부의 덕목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22 21:17:45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 때 "내 탓이오" 운동이라는 것이 있었다. 한 때라고 말했지만 요즘도 자동차 뒷유리 같은 곳에 "내 탓이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분들을 간혹 본다. 나는 이 운동의 근본 취지나 그분들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하도 남의 탓만 하면서 자기 탓은 모르는 이들이 많다 보니 그런 운동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그 글귀를 볼 때마다 마음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푼어치의 잘못을 한 이가 "내 탓이오" 하고 반성할 때, 정작 아흔아홉 푼어치의 잘못을 저지른 이가 "그래, 네 탓이다" 하면서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더 많은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때는 과연 어떻게 해야 옳은가 말이다.

얼마 전 부산에 제법 큰 눈이 내렸다. 그런데 말이 몇 년 만에 내린 폭설이지 다른 지역에 비하면 그리 많지도 않은 강설량에 부산의 교통이 온통 마비되고 말았다는 보도를 보니 좀 의아하다. 부산시나 행정안전부는 그런 정도의 눈에도 전혀 아무런 대비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말인가? 부산의 경우는 조금 불편한 정도였다고 넘어갈 수 있다. 강원도에서는 며칠씩이나 마을이 고립되고 도시의 기능이 온통 멈춰 버렸다고 한다. 물론 눈이 내리고 말고를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폭설에는 어떻게 대처한다는 제대로 된 매뉴얼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여름에 홍수가 나고 태풍이 불어도 정부는 언제나 몇 년 만의 폭우니 몇 십년 만의 태풍이니 하는 말로 변명에만 급급해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부라면 홍수가 나고 태풍이 불 때는 이러저러하게 대처한다는 매뉴얼을 가지고 있어야 옳다. 그런데도 정부는 천재지변만 탓할 뿐 누구 한 사람 "내 탓이오" 하는 이가 없으니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지난해부터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 수가 330만 마리가 넘고 피해 규모가 3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높은 분들은 그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릴 뿐이다. 심지어 대통령은 구제역 괴담을 누가 퍼뜨렸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 시원치 않으면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불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투명하게 모든 사정을 밝히면 될 텐데, 거꾸로 유언비어니 괴담이니 무슨 세력의 음해니 하면서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천안함 사태 때도 연평도 사건 때도 정부와 군의 높은 양반들이 TV에 나와 국민들에게 호통치면서 훈계하는 모습은 보았지만 누구로부터도 내 탓이라는 반성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서 전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반드시 이명박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와서 그러한 모습이 더욱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청년 실업자가 백만 명을 넘는다는데 어떤 자리에서 대통령은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청년 실업에 정부는 아무런 탓도 없고 단지 실업자들의 눈이 너무 높은 탓이라는 이야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은 자신도 노점상을 했다거나 자신도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는 한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통령과 정부에 바라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이다. 대통령의 노점상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재래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바라는 것이다.

자기 책임을 모르는 정부는 당연히 무엇이 문제인지 성찰할 수도 없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대책을 내놓을 수도 없다. 외환위기 당시 경제 부총리를 지냈던 양반이, 6·25때부터 누적된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하소연한 적이 있다. 외환위기의 탓이 자신이나 김영삼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부총리라는 자리는 바로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무책임한 장관을 앉히니 결국 김영삼 정부가 외환위기라는 우리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재난을 초래하고 말았던 것이다. 제발 이명박 정부가 그런 전철을 밟지는 말았으면 싶다. 물론 대통령이나 그 주변의 높은 분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같은 필부필녀도 좀 마음놓고 살고 싶어서이다.

참사회경제연구소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제 포커스] 새 시장 왔는데 자리 내놔야하나…눈치보는 공공기관장들
  2. 2김해 국제선 정상화 날개 펼쳤다
  3. 3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1> 이병건 SCM 생명과학 대표
  4. 4외지인 투자 몰린 사하·영도·금정…주택(아파트 外) 거래 확 늘었다
  5. 5부산 댄스동호회發 누적 44명…거리두기 완화 물건너 가나
  6. 6오랜 방치로 상권 몰락…용지 용도변경 통과 숙제
  7. 7사상최고 기록 해상운임, 천정부지 뛴 원자재값…국내 수출·물가 첩첩산중
  8. 8부산시·운영사 ‘끝장소송’ 땐 하세월…새 해법 찾아야
  9. 9[뉴스 분석] 올 대입 사상 첫 미달…정원보다 신입생 4012명 적다
  10. 10청년과, 나누다 2 <8> 박승희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1. 1국힘 비영남 당권주자들의 ‘영남당 논란’ 활용법
  2. 2[뉴스 분석] 불씨 남은 당청 갈등…부동산 정책이 최대 뇌관
  3. 3홍준표, 복당 반대파 연일 비판 “뻐꾸기 정치 안돼”
  4. 4김부겸 총리실에 부산 출신 신진구·반선호 합류
  5. 5부산부동산특위 공무원 3명 포함키로
  6. 6여당 대권주자 이광재, 부산 지지기반 다지기
  7. 7“내달 G7서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협의”
  8. 8'대권 주자' 이광재, 부산에서 세몰이 시동
  9. 9부산 지역 대학생들과 국힘 김미애 의원 뭉쳐 법안 발의했다
  10. 10김세연 “이재명은 무늬만 기본소득…여성징병 논의하자”
  1. 1[경제 포커스] 새 시장 왔는데 자리 내놔야하나…눈치보는 공공기관장들
  2. 2외지인 투자 몰린 사하·영도·금정…주택(아파트 外) 거래 확 늘었다
  3. 3사상최고 기록 해상운임, 천정부지 뛴 원자재값…국내 수출·물가 첩첩산중
  4. 4“전기차 트위지 타고 부산 먹방여행 하세요”
  5. 5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없는데…고리1호기 해체계획 심사 돌입
  6. 6문성혁 “북항 지역여론 적극 수렴…콘텐츠사업도 조속 진행”
  7. 7포스코, 바다 추락 차량 운전자 구한 부경대생에 장학금
  8. 8집밥문화 확산에 편의점표 가정간편식(HMR) ‘쑥쑥’
  9. 9부산국제금융진흥원, 해외 네트워크 강화 속도
  10. 10삼영이엔씨 해상 송수신기, 수협에 25억 규모 공급계약
  1. 1김해 국제선 정상화 날개 펼쳤다
  2. 2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1> 이병건 SCM 생명과학 대표
  3. 3부산 댄스동호회發 누적 44명…거리두기 완화 물건너 가나
  4. 4오랜 방치로 상권 몰락…용지 용도변경 통과 숙제
  5. 5부산시·운영사 ‘끝장소송’ 땐 하세월…새 해법 찾아야
  6. 6[뉴스 분석] 올 대입 사상 첫 미달…정원보다 신입생 4012명 적다
  7. 7청년과, 나누다 2 <8> 박승희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8. 8토양오염 분포 점 찍듯 부실조사…정화작업 누락 초래
  9. 9국도 35호 양산구간 시설훼손 방치 아찔
  10. 10김해 라마단 집단감염? 市 “선제검사로 숨은 확진자 찾은 것”
  1. 1첫날부터 골잔치…K리그 유스팀 경기력 빛났다
  2. 2“유망주에 많은 기회, 신구 조화 잘 이뤄갈 것”
  3. 3경쟁자 마이너행…양현종, 다시 선발 꿰찰까
  4. 4박지수 WNBA 복귀전, 존재감 과시
  5. 5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거인'...전준우 "후배들 다독여 앞으로 나아갈 것"
  6. 6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뜻밖의 '특별휴가'… 2주 뒤 리그 경기 재개
  7. 7프랑코, 투구 습관 간파?…거인 마운드 어쩌나
  8. 8이대호·전준우 첫 동반 라인업 제외
  9. 9‘어린 주장’ 김진규 아이파크 이끈다
  10. 10‘고수를 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vs 태권도 & 킥복싱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 2.0’ 시대 /손병두
‘만화도서관’ 연제구 새 브랜드로 /이성문
기명칼럼 [전체보기]
암호화폐 무조건 부정만 할 것인가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미술관 기행
아! 국제시장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탄소세와 한계비용제로 /안영철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문 정부 내 2차 공공기관 이전안 발표” 약속 지켜라
해사법원 유치에 수도권 사활, 부산 정치권 뭐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유니콘기업으로 도시재생 해법 찾다 /김민정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와인어게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