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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행복과 복지 /이재호

행복의 최소 조건은 공포·결핍 없는 상태

성장한계 달한 한국, 복지정책 재검토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02 21:03:1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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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미국독립선언서는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가 미국인들이 신천지에 공화국을 세운 목표이며 궁극적 이상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은 한국헌법의 근본규범이며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행복의 의미는 개인의 인생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치적 의미에서의 행복은 '결핍과 공포가 없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결핍이 없는 상태는 의식주 생활이 보장되는 것이며, 공포가 없는 상태는 안전과 자유가 보장되는 상태이다. 이것이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결핍과 공포에서 해방된 개인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의 인격적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근원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헤겔은 이것을 '인정에의 욕구'라고 하였고 인간정신의 추동력이라고 보았다. 상대방으로부터 사랑과 우정을 받으면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인정에서의 욕구' 때문일 것이다. 행복의 최후 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인정에의 욕구'가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관계라면 '자아실현의 욕구'는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이다. 인간은 자신의 재능을 공동체에서 최대한 실현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발전하는 시대는 이러한 욕구를 살려나간 시대이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와 기회의 평등이 필수적이다.

19세기 영국은 '세계의 공장'이었다. 당시 영국사회의 논의의 주제는 성장이 아니라 행복이었다. 영국의 사상가 벤담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정부의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것은 지금도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이론이다. 벤담의 행복의 개념이 너무 공리적이고 쾌락적이었기 때문에 J.S.밀은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라고 수정했다. 소크라테스는 공동체에서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만이었던 것이다. 자아실현에서 느끼는 행복은 쾌락보다 덕성에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장과 복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성장과 복지는 모두 국민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다. 복지를 좌파적인 개념으로 공격하는 논객들이 있으나 대한민국 헌법은 행복추구권, 생존권적 기본권, 재산권의 한계를 명시한 수정자본주의의 헌법이다. 한국헌법의 경제 질서를 '사회복지주의'로 보는 것이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복지를 가지고 좌우를 나누는 것은 헌법에도 맞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이 성장 위주 개발정책을 택할 때는 국가가 너무나 빈곤해 나누어 줄 것이 없었다. 국민들도 모두 빈곤해 성장을 하면 혜택이 고루 돌아가서 성장이 곧 복지가 됐다. 현재의 한국은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이르는 산업국가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가까운 나라에서 성장만 해야 한다면 수출이 얼마나 늘어나야 되는 것일까. 수출과 환율과 주가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경제와 사회가 불안해지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스웨덴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과감한 복지정책으로 5만 달러 소득을 달성했다. 남미를 복지정책 때문에 실패한 예로 들지만 사실과 다르다. 1943년 집권한 아르헨티나의 페론은 1929년 대공황으로 파탄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과감한 복지와 산업화를 추진했다. 폐론 시절의 아르헨티나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지금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영부인 에바 페론(에비타)을 성녀(聖女)로 추앙한다. 남미의 침체는 소수 백인지배층의 부익부, 다수 원주민의 빈익빈이라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지 복지 때문이 아닌 것이다.

한국은 세계 15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102위에 불과하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국민 간의 갈등과 분열만 늘어난다.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로 곧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성장의 한계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의 성장률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며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복지의 과감한 확대로 내수를 진작하는 것이 국민통합과 선진국 진입에 필요할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 성장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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