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법삼장(約法三章)이란 말은 한 고조 유방이 진나라를 멸한 후 가혹한 진나라의 법에 지친 백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3가지 법규만 시행하겠다고 밝힌데서 유래됐다. '살인자는 죽인다. 사람을 다치게 한 자와 도둑질한 자는 죄를 묻는다'는 것으로 선전 효과가 있었던 듯 백성들이 술과 음식 등을 한나라 병사들에게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제자백가 중 법가의 사상을 통치기반으로 삼은 진은 법경(法經)이란 법전을 갖고 있었는데 6개의 편으로 분류되고 편은 다시 장으로 나뉘는 상당히 체계적인 법전이었다. 그러나 사마천은 사기에 당시 진나라의 분위기를 "감옥이 시장같이 붐비고 거리에는 비애가 넘쳤다"고 적었다. 힘있는 자들을 위해 법이 만들어지고 적용 또한 불공정했기 때문이다.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조각가인 오노레 도미에는 세탁부, 선술집 주정뱅이 등 가난한 사람을 주로 그렸다. 그가 1834년 발표한 '입법부의 내부'는 풍자화의 걸작으로 꼽히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비대한 몸집과 탐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당시 파리시민은 반혁명적 왕정을 무너뜨리고 루이 필리프를 왕위에 올렸으나 새 체제도 역시 반동적으로 흐르자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자신들의 대표인 입법부 사람들이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한 분노가 묻어나온 것이다. 한비자는 법의 요체를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하고 사사로운 은혜와 의리를 버리는 것'이라고 했지만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부터 챙기는 건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여야가 6일 단체와 법인에 정치자금 후원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비판여론에 밀려 일단 연기시켰다. 검찰은 개정안이 수사 중인 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입법로비' 처벌을 막는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의원들은 소급적용이 안 된다고 강변하지만 처벌 근거가 없어지면 법원이 기소 요건이 안 된다고 판결할 수밖에 없다. 특정인 배려를 위해 없던 벼슬자리를 만드는 걸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 하는데,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위인설법(爲人設法)인 셈이다. 온갖 진기, 명기, 묘기를 부리는 국회 덕분에 별꼴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