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고용허가제와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이한숙

이직 제한하는 法 고집하는 정부…인간 기본권은 누구에나 평등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6 20:27:4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정면에서 반박하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질문을 약간 비틀면 어떨까? "이주노동자도 인간으로서 평등한 기본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일 뿐인데도 대답이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달 이주노동자의 작업장 이동을 3회로 제한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공개변론까지 열린 것은 이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작업장 이동 횟수를 제한한 규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계약자유의 원칙,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고용노동부는 횟수제한을 풀면 이주노동자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다닐 것이므로 임금이 상승하고, 영세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노동력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로 맞섰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말 그대로 기업주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허가하는 제도다. 따라서 이주노동자가 작업장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이는 이주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의 제약 뿐 아니라 작업장 이동 횟수 제한, 작업장을 이동할 때 3개월의 기한 제약 등의 규정으로 현실화됐다. 이런 규정들은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이나 열악한 근로조건, 심지어 폭행 등의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사업장을 옮길 수 없어 현실적으로 강제노동을 강요받게 될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이 경기변동 등 외부여건에 따른 부침이 극히 잦은 영세사업장인 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너무 경직적인 규정 때문에 결국은 불법체류를 부추기게 된다는 등의 문제 제기를 받아왔다.

고용노동부는 작업장 이동 횟수제한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반박논리에는 기본권이 침해되더라도 이주노동자라면 상관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이 사안의 쟁점은 이주노동자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릴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지금이야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 즉 인권을 가진다는 사고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까마득한 옛날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인권의 개념은 역사를 더듬어 보면 18세기 계몽운동 시대에 등장해 더디고 힘든 과정을 거치며 진보했고 유엔총회가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 순간 적어도 이론적으로나마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보편적 권리에 의해 인간을 정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권의 실현은 언제나 국가의 장벽 안에서만 가능했다. 추상적인 인권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일정한 실정법적 권리로 구체화되었고 멤버십을 가진 성원만 그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인권을 가진다는 사상은 거의 언제나 사회구성원 일부의 권리로부터의 배제와 공존해 왔다.

지금은 흑인이 대통령인 미국에서조차 건국 당시 국민은 사실상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 공동체로 규정되었고 여성, 인디언 원주민과 흑인 노예가 법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데도 100년 이상 걸렸다. 여타 민주주의 국가들도 수세기 동안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리를 부여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불평등을 제도화해왔다. 권리가 없는 사람들은 여성이거나, 노예거나, 식민지 주민이거나 인종적·종족적 소수민이었다. 권리에서 배제된 이들은 늘 더 적은 대가와 고된 노동으로 사회를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이런 그룹의 참여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것은 인권의 진보와 민주주의 문을 여는 열쇠로 여겨져 왔다. 21세기에 성이나 인종에 기초해 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는 국가는 찾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전에 성과 인종이 차지하던 역할을 이제는 국적이 대신하면서 차별은 여전히 완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동력을 불렀는데 온 것은 인간이었다. 이주노동자들 또한 인간임을 인정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배 못 띄워 300명 제주여행 망친 해운사, 보상 1년째 회피
  2. 2“2살 어려져 다시 20대” 기대감…“친구가 형·언니로” 혼선 우려도
  3. 3부산 대학 전임교원 강의 비율…동의대 82%, 교대 52%
  4. 4부산 전셋값 급락…하반기 역전세 쏟아진다
  5. 5[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16> 오리 음식과 낙동강
  6. 6서부산 공급과잉 지식산업센터 대규모 공실 우려
  7. 7부산 청년 39세로 확대 땐 정책 수혜 20만명 는다
  8. 8부산의료원 코로나 사투 3년 후유증…일반환자 뚝 끊겼다
  9. 9[정가 백브리핑] 윤심 잡은 ‘김장 연대’가 그의 작품…국힘 ‘찐실세’ 떠오른 박성민
  10. 10[세상읽기] 생태도시 부산, 세계도시로의 도약
  1. 1부산 청년 39세로 확대 땐 정책 수혜 20만명 는다
  2. 2[정가 백브리핑] 윤심 잡은 ‘김장 연대’가 그의 작품…국힘 ‘찐실세’ 떠오른 박성민
  3. 3호국 형제 73년 만에 유해 상봉…尹 “한미 핵기반 동맹 격상”(종합)
  4. 4"5년 간 991개 업체, 95억 원 노동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5. 5“천안함 자폭” 논란 이래경, 민주 혁신위원장 9시간 만에 사의(종합)
  6. 6‘택시 등 대중교통비 인상 전 의견수렴 의무화’ 조례 시끌
  7. 7한국 유엔 안보리 11년만에 재진입할까
  8. 8'호국 형제' 73년 만에 만나 함께 묻혔다
  9. 9뮤지컬 보고 치킨 주문까지...교육재정교부금도 줄줄 샜다
  10. 10북한 위성 재발사 임박? 설비 이동 움직임 포착
  1. 1부산 전셋값 급락…하반기 역전세 쏟아진다
  2. 2서부산 공급과잉 지식산업센터 대규모 공실 우려
  3. 3부산신발 기술 에티오피아 전수…엑스포 우군도 만든다
  4. 4설립허가 난 27곳 중 14곳이 ‘사하’, 지자체 승인 남발 과잉공급 부채질
  5. 5“부산·인천노선 병행…부정기 항공편 적극 발굴”
  6. 6노 “인상” 사 “동결”…與는 지역 차등 최저임금제 발의
  7. 7‘회식에서 혼술로’...편의점 숙성회 나왔다
  8. 8‘5000만 원 목돈’ 청년도약계좌 6% 금리 나올까
  9. 9균형발전 특별법 내달 9일 시행…'지방시대위'에 전문가 300명
  10. 10부산 대저 공공주택지구 조성에 속도 더 붙는다
  1. 1배 못 띄워 300명 제주여행 망친 해운사, 보상 1년째 회피
  2. 2“2살 어려져 다시 20대” 기대감…“친구가 형·언니로” 혼선 우려도
  3. 3부산 대학 전임교원 강의 비율…동의대 82%, 교대 52%
  4. 4부산의료원 코로나 사투 3년 후유증…일반환자 뚝 끊겼다
  5. 5부산노동안전보건센터 추진 3년…市, 구체적 건립 계획도 못 세워
  6. 6습기 폭탄, 찬물 샤워…오전 6시면 출근전쟁 소리에 잠 깨
  7. 7카메라에 담은 위트컴 장군의 부산 사랑
  8. 8주말 황령산 고갯길 넘는 차량들로 몸살…좁은 도로 주민 위협
  9. 9오늘의 날씨- 2023년 6월 7일
  10. 10“성폭행 당하고도 가해자 낙인” 59년의 恨 대법은 풀어줄까
  1. 1안권수 롯데 가을야구 위해 시즌중 수술
  2. 2메시 어디로? 바르샤냐 사우디냐
  3. 3‘레전드 수비수’ 기리며…16개팀 짜장면 먹으며 열전
  4. 4클린스만호 수비라인 세대교체 성공할까
  5. 5유해란 LPGA 신인왕 굳히기 들어간다
  6. 6추신수, 부산고에 소고기 50㎏ 쐈다…황금사자기 첫 우승에 동문도 ‘들썩’
  7. 7U-20 3연속 4강…브라질·잉글랜드 차례로 격파
  8. 8U-20 월드컵 축구 한국 2회 연속 4강 진출 쾌거
  9. 9세트피스로 ‘원샷원킬’…최석현 95분 침묵 깬 헤딩골
  10. 10알바지 UFC 6연승…아랍 첫 챔프 도전 성큼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바뀐 것이 원인이다
낙동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기고 [전체보기]
당신이 부산에서 다치면 안 되는 이유
제28회 바다의 날을 보내며
기자수첩 [전체보기]
BIFF 사태, 단순 내부갈등으로 치부될 일인가
업자에 돈 빌려준 경찰들…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었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한국은 여기까지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피리와 히치리키
엑스포와 나비효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산은, 새 성장축 발전에 동참하길
‘소통 부재’를 해결하는 법
도청도설 [전체보기]
BTS와 김시스터즈
국가대표의 품격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해 뒷고기
명태 산업
사설 [전체보기]
해파리부터 사고 예방까지…해수욕장 안전 최선을
혁신위원장 낙마, 그만큼 멀어보이는 민주당 쇄신
세상읽기 [전체보기]
6·25전쟁, 의사, 그리고 부산
증거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가족에게 감사의 꽃을 드립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경제 괜찮은가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그림의 맛, 돈의 맛
중세의 혐오와 공감의 정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밥의 길, 쌀의 미래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대통령의 초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
새옹지마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음악
두 마리 토끼, 콘골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남농산수화’의 탄생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CEO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부산을 꿈꾸며
지역서도 유니콘 기업 나와야 한다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