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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디케'의 수상한 눈과 저울 /송문석

정부의 범죄행위를 덮기 바쁜 국가기관, 숱한 증거에도 고개 돌린 검찰

이 절망적인 짝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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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의의 상징으로 동양에 영물 '해치'가 있다면 서양에는 그리스의 여신 '디케'가 있다. TV드라마 '대물'에서 시골검사 하도야가 정치권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검사직에서 쫓겨나면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법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정의를 실현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는 '검사윤리강령'을 울부짖으며 외울 때 언뜻 비친 여신상이 바로 '디케'다. 로마시대에 '디케'의 이름은 '유스티치아'로 바뀌고 정의를 뜻하는 영어 단어 '저스티스'의 어원은 바로 여기에서 왔다고 한다.

눈 밝은 시청자라면 봤겠지만 '디케'는 눈을 천으로 가리고 한 손에는 검을, 다른 손에는 천칭저울을 들고 있다. '디케'가 눈을 가린 것은 계급 신분 지위 금력 권력 연고 등 눈에 보이는 온갖 것들로부터 초월해야 법과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음을 뜻한다. 천칭저울은 상반되는 양쪽의 의견과 입장을 공평하게 듣고 형량하라는 뜻이겠다. '디케'가 '한쪽 날을 가진 도(刀)'가 아니라 '양날의 검(劍)'을 들고 있는 것은 엄정하게 형벌권을 행사하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부여된 형벌권을 오·남용했을 때 반대쪽 칼날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음을 경계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하도야 검사가 눈물 콧물 쏟아내며 '디케' 앞에서 '검사윤리강령'을 외칠 때 솔직히 나는 우리 검찰의 모습이 떠올라 속이 편치 않았다. 이 나라의 '디케'는 게슴츠레하게 실눈을 뜨고 북악산 아래를 흘끔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천칭저울이 아니라 불량저울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양날의 검'이 아니라 '한쪽 날을 가진 도'를 들고 힘 약한 어느 한 쪽에게만 조자룡 헌칼 쓰듯 휘두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때문이다.

검찰이 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입법 로비 의혹을 밝히겠다며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번갯불에 콩 튀겨먹듯'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지만 나는 검찰이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거나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검찰이 '전광석화'같은 청목회 수사처럼 모든 사건을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 앞에 떳떳할 만큼 공정하고 균형있게 처리했느냐는 것을 짚고 싶은 것이다.

검찰은 최근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그 집 대문 앞에도 얼씬거리려 하지 않고 있다. 'BH(청와대) 하명'이라고 쓰인 총리실 문건이 나와도 검찰은 "윗선을 밝히지 못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청와대 행정관이 사찰증거를 지운 총리실 직원에게 '대포폰'을 만들어 준 사실이 들통났는데도 "증거가 없다"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총리실 한쪽 어두운 구석에서 불법사찰 자료를 컴퓨터에서 삭제하고 아이들 로봇장난감 이름 같은 '디가우저'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 기기까지 동원해 수십만 건의 파일을 없애는 증거인멸 행위를 벌였는데도 검찰은 모른 체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범죄행위를 저질러놓고 증거물을 인멸하는 것과 미국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말을 한 것은 무엇이 다른가. 차이라면 사후에 미국은 철저하게 국가범죄를 파헤쳐 국민을 속인 대통령까지 물러나게 했다면 이 나라는 국가기관이 똘똘 뭉쳐 범죄행위를 공동방어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흐물거리는 것은 이것 뿐이 아니다.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로비자금을 챙긴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언론의 온갖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서울을 활보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을 감췄다. 천 씨가 알아서 해외로 달아난 건지 누군가 달아나도록 눈 감아준 건지 헷갈리며, 지금은 안잡아오는 건지 못잡아오는 건지 역시 헷갈린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워터게이트 사건때 닉슨을 하야케 한 미국 검찰과 록히드사건때 다나카 수상을 체포한 일본의 동경지검특수부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에는 이런 정의로운 검사가 한 명도 없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약한 권력에는 강하고 강한 권력에는 약한 것이 우리나라 검찰이냐"는 이 전 의장의 질타 앞에 부인할 검사가 몇이나 될까.

'디케'는 정녕 TV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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