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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정무 공백' 부산시정 /변영상

정무특보 5개월째 빈자리

정부 주요 부처에 미래 대형 사업들 정책 설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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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등 광역자치단체에서 정무부단체장(부시장,부지사)은 선출직 단체장의 대외업무를 중점적으로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행정에 관한 업무 대부분은 행정부단체장이 관장하고, 정무부단체장은 말 그대로 정무직으로서 정치적 활동을 수행하는 직책이다. 대 정부와 국회, 지방의회를 비롯해 대 시민사회단체 및 대외기관을 상대로 현안과 관련해 소통·설득·협력·이해관계 조정 등 단체장의 정치적 영역을 거들게 된다.

민선 5기 허남식 부산시장 체제는 예전보다 정무업무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7월 허 시장이 3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단행한 조직개편 때 정무부시장직은 없앴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부시장(1급) 정원은 2명으로, 역대로부터 '행정'과 '정무' 양대 부시장 골격을 유지해 오다가 허 시장이 처음으로 깬 것이다. 허 시장은 대신 부시장직 TO 하나를 경제부시장 신설에 썼고, 정무라인은 부시장보다 격이 낮은 정무특보를 둬 맡긴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취임 5개월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정무특보 인선이 안 되면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수소문해봐도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정무특보의 위상을 부시장급으로 하겠다는 의지 차원에서 정무특보 사무실을 시장실이 있는 시청 7층에 배정하는 등 신경을 써도 선뜻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시측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치권 얘기를 빌리자면 허 시장이 정무특보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한다. 국회, 정부, 청와대 어디서도 정식직제에 없는 정무특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무특보 후보군 모두가 알기 때문이란다. 정무부시장 정도 돼야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하지, 그보다 '급'이 떨어지고 신분이 불분명한 정무특보로는 중앙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허 시장 개인적으론 이제 '정무'가 그리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초선 시장 땐 재선을 위해, 재선이 돼서는 3선에 오르려 '정무기능'을 통해 안팎으로 살펴야 할 것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6·2 지방선거 당선으로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부산시장 출마를 더는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 행보를 보좌할 정무특보의 공석이 길어져도 과거처럼 그리 답답할 게 없다.

이유야 어떻든 정무기능을 상실한 채 굴러가고 있는 부산시정에 대해 여기저기서 불만이 많은데 정치권이 더욱 그렇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허 시장이 정무부시장직을 폐지할 때부터 정무분야를 너무 가볍게 본다며 달갑지 않은 반응이었다. 최근 가장 큰 현안인 내년도 부산시 국비예산 확보 과정에서도 정무부시장을 없앤 데 따른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굵직한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원활히 따내려면 부산시와 국회의원 간 유기적 관계와 대 정부 설득이 필수적인데, 시장을 대신할 '정무 사령탑'이 없어 교감이 어렵다는 질타가 높다. 상황이 이러니 제대로 된 '정무'가 없는 부산시가 과연 바람직한지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시정에 구멍이 생기면 시민에게 피해가 미쳐서다.

광역시·도의 행정은 정해진 사업을 단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정부사업에 반영하는 보다 큰 틀의 정무행위가 중심 업무이고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광역단체가 정무부단체장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정치권과의 관계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고 국가의 주요정책과 예산을 움직이는 청와대, 국회, 총리실, 기재부 등 주요 부처에 대한 상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부산시도 예외일 수 없다. 미래를 결정할 대형사업 또는 프로젝트는 행정적 설득을 넘어서 정치적 설득과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려면 일이 생겨서야 중앙에서 호들갑 떠는 것이 아닌, '상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부산시는 이게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이다. 경제에 방점을 두겠다며 경제부시장직을 신설했지만 결과적으로 역할이 폭넓은 정무부시장직을 없앤 것이 소탐대실은 아니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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