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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기 나라 역사가 선택인 나라 /이영식

세계를 상대하는 중요 경쟁력 중 하나인 것을 왜 인식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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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8-03 21:03:4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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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는 오는 2014년 입시부터 지원하는 전공에 관계없이 국사를 이수하지 않으면 학생부 평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국사를 입시 필수과목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인지 고등학교에서는 국사수업을 강화하고, 서점가에서는 국사 관련 인문서적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참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이고, 한국인인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사를 더 배우게 하겠다는 일을 환영하지 않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시지탄의 감이 있고, 반영이나 불이익으로 개선될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다.

2010년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 지원자의 10.9%에 불과했다. 현재 국사를 교양필수로 지정하고 있는 대학도 별로 없다. 우리 인제대 역사고고학과에도 그런 학생들이 있지만, 국사를 선택하지 않아도 역사 관련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국사를 선택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고, 대학에서 국사를 배우지 않아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극단적으로 말해, 자기 나라의 역사를 배운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 나라의 중요 의사를 결정하고, 나라와 기업의 일을 실행하는 손발이 되며, 글로벌시대에 세계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의 짐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자기 나라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할 수 있다는 교육철학이 어떤 까닭에서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알 수 없고, 민족의 정체성 확인과 자긍심 고취와 같은 국민교육헌장적인 가치도 중요하지만, 국사야말로 세계를 상대로 우리 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차별적이고,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하나라는 것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삼국지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에서 중국사와 그리스로마사의 가치가 인정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소재나 캐릭터 상품의 개발 등이 풍요로운 우리 역사이야기의 숲 속에서 찾아질 수 있고, 명물축제의 발굴이나 무공해산업 관광의 육성에서 흥겨운 소재와 좋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역사이다.

물건 만들기에서도 그렇다. 베끼면서 저임금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시대는 이미 아니다. 디자인도 그렇고, 새로운 상품의 개발도 그렇다. 다른 나라 제품과의 차별성 부각에는 국사교육을 통해 알게 되는 유물과 유적, 그리고 우리만의 스토리텔링만한 것이 없다. 이 모든 것들도 국사교육의 중요한 의미로 인식되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존재한다"고 했다.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면서, 타국과의 차별성을 확인하는 것에 자기 나라의 역사, 국사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의 국사교육에 대해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초등학교부터 대학의 교양과정에 이르기까지 국사가 모든 국민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둘째, 국사가 한 권의 교과서에 의한, 한 과목만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재미없고 획일적인 역사가 된다. 시대별 국사교육이 학년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깊이가 생기게 되고, 깊이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국사교육이 될 수 있다.

셋째, 차별성의 발견이란 장점을 살리자면 국사와 함께 지역사도 가르쳐야 한다. 언제까지 중앙 중심의 역사만을 가르칠 것인가? 언제까지 지방은 중앙의 아류이고, 중앙의 뒤만 쫓아가야 하는 것인가? 자기 고장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선진국들도 있다. 넷째, 금년 3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을동 의원의 입법 발의처럼 모든 공무원시험에서 국사는 필수가 되어야 하고, 각종 채용시험에서도 국사는 비중 있게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 열 중 여덟(78.9%)이 같은 생각이고, 열 중 아홉(88.7%)에 가까운 사람들이 국사를 독립 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국사를 비중 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지만, 이념에 밀려 사회과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교과이기주의에 밀려 뒷전이 된다면 우리 교육의 현실에는 미래가 없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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