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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너나없이 옐로 저널리즘 /이지양

독자 시선 끌려고 분별없이 범죄 묘사

상업화된 신문방송 부끄러운 줄 알아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9 20:39:3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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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매체 중에 이것만은 아직도 정론지의 수준과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신문, OO방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논평을 들어보고 다시 얘기해보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를 선뜻 손꼽기 어렵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든 매체가 '구독률'과 '시청률' 경쟁에 시달린 나머지 대중적 흥미와 인기만을 '유일신'처럼 섬기는 분위기가 된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왜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꼭 짚어서 모두가 알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뉴스는 사회교육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 매체들은 그야말로 한 사회의 정신과 심리 작용을 이끌어가는 선두마차 역할을 한다. 뉴스가 공정하면서 건강한 비판의식이 살아 있고, 편벽되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뉴스가 병들면 사회구성원들의 정신과 심리도 따라서 병들기 쉽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청소년 범죄는 물론이고 대부분 범죄인의 진술에는 'TV, 인터넷,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고 따라 했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범죄기사를 많이 보도한다는 것, 둘째는 범죄 기법을 모방하기 쉽도록 지나치게 상세히 보도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언론사 측에서는 현실에 충실한 보도를 한 것처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범죄의 양태에 비하면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한 것만 지극히 선별해서 보도했다고도 말할 것이다. 그 또한 사실이기도 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혐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들 알다시피 옐로 저널리즘이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범죄·괴기사건·성적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보도하는 언론 경향이다. 예전에는 이런 매체가 정해져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매체가 이런 경향을 보인다. 그 증거로 최근의 신문기사 제목을 몇 개만 제시해본다.

* 친아들과 성관계를 맺은 30대 母…전미 '발칵'/ 이스라엘 커플, 시끄러운 섹스로 체포/ 미국 90세 남편, 68년 동고동락 부인 '잔혹하게 살해'….

이런 종류의 기사들을 국내 언론 매체가 너나없이 수입해 싣는다. 왜 세계 각국의 극단적 패륜 기사들이 우리나라 신문 지면에 실리는가. 국내 사회 기류를 진단할 수 있는 사건도 아니고, 외국의 사회구조적 문제라서 우리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 효과'가 있는 기사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기사일수록 널리 퍼져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많이 읽힌 기사 순위에 오른다. 그야말로 흥미와 자극으로 무조건 클릭 수를 높이려는 상업적 경쟁의 미끼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기사를 읽는 순간 자신의 정신건강에 독성이 스민다는 것을 청소년들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사를 실은 매체들이 영향력과 공신력을 인정받는 매체들이라는 데 있다. 마치 밤에는 청소년을 납치해서 인신매매에 포주 노릇을 서슴지 않고, 낮에는 청소년 선도위원으로 지역 사회의 유지 노릇을 하는 사람처럼.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15년 정도 자라면 범죄에 물드는 비율이 폭증한다는 것, 그것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일부러 심각하게 찾지 않아도 방송의 뉴스와 신문, 인터넷 포털사이트만 접해도 자기도 모르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 범죄에 생생하고도 익숙하게 접한다는 것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충격적인 사건일수록 컴퓨터 그래픽기법까지 동원해서 범죄를 자세히 보여준다. 그래야만 '알 권리' 만을 무조건 신봉하는 사람들이 시청할 것이고 뉴스 시청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므로!

독재정권 시절 감옥에서 고문을 할 때 비명소리, 때리는 소리, 흐느끼는 울음소리, 이런 불행한 소리들을 녹음한 것으로 사람을 괴롭히곤 했다고 들었다. 지금 이 나라의 모든 '자유로운' 언론 매체가 '뉴스의 이름으로 그런 고문'을 행한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특히 상업적 경쟁만을 일삼는 언론 매체들은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리라. 사회교육이 황폐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무엇이 사회교육인가?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접하는 것이 사회교육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순하고 바른 것으로 확충할 수 있게 방향을 바꿔야 한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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