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형, 같이 좀 먹고 살자! /제정임

부모형제 희생으로 출세한 형 '대기업' 끝없는 이기심에 동생 '中企'는 폭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2 22:13:35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금보다 한 세대 전에는 '개천에서 용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는 집이 많았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집안에, 공부 잘하는 아들이 하나 나온 경우다. 그러면 부모는 논밭 팔아 학비를 대고, 여동생은 봉제공장이나 남의 집 식모살이로 오빠 뒷바라지를 했다. 공부가 그저 그런 나머지 동생들은 적당한 선에서 진학을 포기하는 것으로 집안의 부담을 덜었다.

그 다음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해피 엔딩. 판검사 의사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아들이 나머지 가족의 은공을 갚는 것이다. 부모님을 극진히 모시고 동생들 시집·장가 갈 때까지 알뜰히 돌봐준다. 다른 하나는 비극. 옛날 사연을 모르는 도시 출신의 아내 때문이든, 저 잘나서 성공했다는 생각 때문이든, 부모형제 외면하고 자기만 살겠다는 아들에게 다른 가족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다. 한술 더 떠서 자기 때문에 남의 집살이까지 했던 여동생을 파출부처럼, 공부 못한 남동생을 운전기사처럼 부려먹다가 마침내 동생들이 폭발한 사례도 없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올 들어 화려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떠들썩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라고 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근로자들이 "더 못 버티겠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개천에서 용 만들기'에 나선 집안이 연상된다. 온 가족이 고생해서 뒷바라지했더니 부모·형제 모른 척하고 혼자만 잘나가는 형을 보는 것 같다. 대기업이 언제 중소기업, 자영업자, 근로자들의 덕을 봤냐고? 삼성, 현대, LG, SK 다 저 잘나고 열심히 해서 잘 된 것 아니냐고? 그렇게 말하면 정말 섭섭해할 사람 많다.

1960년대 이후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역대 정부가 은행돈과 감세 혜택, 사업 허가 등을 몰아주면서 몇몇 기업을 '대표 선수'로 키웠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허약한 국내의 자동차, 전자, 생활용품 산업 등을 국제 경쟁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수입 장벽을 높이 쌓았을 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아 남긴 돈으로 외국 시장에서 헐값에 파는 손해를 벌충할 수 있도록 해 주었던 것도 잘 알려진 얘기다. 우리의 '대표 선수'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근로자의 임금은 억제됐고, 농산물 가격은 낮게 유지됐고, 세금은 각종 '공제' 명목으로 최소화했다. 이 모든 정책의 배경에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라는 이론이 있었다. 뿜어져 나온 분수가 위 칸을 채우면 자연히 아래로 흘러 바닥을 적시는 것처럼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과 서민계층까지 잘살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어느 시점까지는 맞는 듯도 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늘고 세계 속에서 국가 위상도 올라간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미 출세한 형이 동생들의 희생을 끝없이 요구하는 것처럼 국가적 성원 속에 성장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이기심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 해 수천 억,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들이 거래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쥐어짜는 바람에 대기업은 호황인데 중소기업에선 죽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이 먹고사는 터전인 동네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는 대기업, 벤처기업이 고생 끝에 개발한 기술을 채 가는 대기업도 드물지 않다. 정부가 고용을 늘리라며 세금도 엄청나게 깎아주었건만 오히려 정규직을 대거 비정규직으로 돌려 '불안하고 배고픈' 근로자를 양산하는 회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경제위기 와중에서 국민세금으로 보조금을 듬뿍 줘 자동차 매출이 늘었어도, 농민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자유무역협정을 늘려 수출 길을 넓혀줬어도, 4대 강 사업 등 대형프로젝트로 엄청난 이익을 챙기게 해 주었어도, 그들의 식탐은 그치지 않는다. 진보신당 분석에 따르면 2008년에 시가총액 상위 10대 재벌기업들이 실제 부담한 법인세율은 법정최고세율인 25%에 크게 못 미치는 16.5%였고, 삼성전자는 6.5%에 그쳤다. 각종 감세 때문에 엄청나게 벌어도 세금은 덜 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단체를 동원해 '법인세를 더 깎아라' '최저임금을 동결하라'는 후안무치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언제까지 그럴 텐가? 동생들이 폭발할 때까지? 그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나. 형, 같이 좀 먹고 살자!

세명대 저널리즘스쿨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3. 3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4. 4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5. 5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6. 6‘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7. 7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8. 8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9. 9“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10. 10[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올빼미’ 유해진
  1. 1‘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2. 2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3. 3이재명에 쏟아진 당 내부 비판…지도부 대여전략 질타도
  4. 4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초읽기…野 “반헌법적”
  5. 5"부울경 메가시티 무산으로 관련 예산도 날릴 판"
  6. 6민주당 부산시당 10대 혁신안 발표…'총선 앞으로'
  7. 7민주 30일 이상민 해임안 발의…당정 “국조 보이콧” 으름장
  8. 8尹대통령 "오늘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 업무개시명령 발동"
  9. 9민주 ‘대통령실 예산’ 운영위 소위 단독 의결…43억 ‘칼질’
  10. 10검찰 “서해 피격사건 은폐”…서훈 前 실장에 구속영장
  1. 1산업은행 이전 조직개편 단행…부산금융센터에 사무실
  2. 2‘온천천 알짜단지’ 연산동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동
  3. 3업무개시명령 첫 발동…화물연대 “노동 계엄령”
  4. 4레미콘 공급 끊겨 일부 공사장 ‘올스톱’
  5. 5‘명령서 적시 송달’이 관건…1차 불응 운행정지·2차 면허취소
  6. 6“숨은 부산 이야기, 실외 미션게임으로 알려 보람”
  7. 7국민연금공단- ‘1인 1연금’ 복지국가 선도…저소득층 노후소득 보장 강화
  8. 8부산도시공사- 스마트시티 아침부터 열공…‘메타 오시리아’ 2024년 첫선
  9. 9주택도시보증공사- 낙후 복지시설 리모델링…IT 인재 키우고 취업까지 주선
  10. 10한국예탁결제원- 증권 대행 홈페이지 서비스…발행회사·주주 편의성 강화
  1. 1‘황령산 전망대사업’ 30일 심의…환경훼손 논란 잠재울까
  2. 2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3. 3“22년째 쪽잠, 휴게소 끼니…그렇게 일해 月300만 원 남짓”
  4. 4부산 3명 체포·김해지부 압수수색…지도부 삭발투쟁 맞불
  5. 5“부산엑스포가 펼칠 인류 공존 프로젝트 동참해달라”
  6. 6오늘의 날씨- 2022년 11월 30일
  7. 7“임금합의 해놓고 소송” 택시회사, 노조간부 사기로 고발
  8. 8정부, 시멘트 2500명 대상 업무개시명령 집행
  9. 9파업 불참 화물차에 달걀·쇠구슬·욕설 날아들었다
  10. 10檢, '재산 축소 신고'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기소
  1. 1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2. 2포르투갈 꼭 잡되 이왕이면 다득점으로
  3. 3벤치도 화려한 브라질 “네이마르 없어도 16강쯤이야”
  4. 4[조별리그 프리뷰] 메시 vs 레반도프스키…함께 웃거나 한 명만 웃거나
  5. 5한시간 내 구장 간 이동 가능, 모든 경기 즐길 수 있는 축제
  6. 6포르투갈 감독 “한국 이기고 조 1위 목표”
  7. 7[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동점골 이후 지나친 흥분 패인…역습 한방에 너무 쉽게 무너져”
  8. 8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2월 1일
  9. 9포르투갈 16강 진출 확정, 한국 16강 경우의 수는?
  10. 10혼돈의 조별리그…16강 진출팀 아무도 모른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중국 ‘백지 시위’
이병주 문학 콘서트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물류대란 우려 속 첫 업무개시명령…파국은 막아야
소방관 정신·신체 건강 관리할 실질 대책 마련하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