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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감시사회를 정당화하는 미등록 외국인 강제단속 /이한숙

토끼몰이식 단속은 이주정책 허점을 메울 능력 없다는 정부의 자기고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28 20:47:4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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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 열기는 나른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생기와 열정을 불러왔다.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조차 몰랐던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전염성도 강했다. 그러나 이 열기 속에 아무 거리낌 없이 동참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마도 주목받아야 할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이 열기와 함께 녹아버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월드컵에 들어갈 즈음 경찰, 노동부와 공조한 법무부의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강력 단속이 시작되었다. 법무부의 단속 의지도 월드컵 열기만큼 뜨겁다.

현재 국내 미등록외국인은 18만여 명에 이른다. 전국의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총동원하고, 전에 없던 민간사찰로 바빠진 경찰과 노동부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법무부로서는 좀 벅찬 숫자일 것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잡히지 않으려 필사적인 사람들이니 집중단속 기간 중에는 언제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단속목표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공무원들은 공포탄과 그물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쓰기도 하고,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고 공무원들이 부상을 입기도 한다.

그런데도 강제단속을 통해 미등록 외국인의 수를 조절하려는 비효율적인 정책이 반복되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묵인되는 것은 왜일까? 법무부는 이번 단속의 명분으로 체류질서 확립뿐 아니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안전한 개최, 민생 치안 확보까지 들고 있다. 국내 미등록 외국인의 대부분이 국내취업 중인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을 법무부도 모를 리 없음을 감안하면 결국 이번 단속의 배경에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는 잠재적 테러리스트거나 잠재적 범죄자라는 도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도식이 큰 반발 없이 사회적으로 묵인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강제단속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는 강력사건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특히 힘없는 어린이들에 대한 범죄는 모두를 분노하게 했다. 분노보다 더 은근하지만 더 짙게 퍼진 정서는 '불안'이다. 호젓한 밤길을 걸을 때면 수시로 뒤를 돌아보게 되고,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자주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불안은 이성을 잠식해버렸다. 불안해진 사람들은 경찰과 검찰, 군대, 국가권력에 대고 화를 내며 누구인지도 모를 잠재적 범죄자를 더 철저히 감시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라고 요구했다. 혐의만으로 누군가를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법적인 절차와 원칙이 시민의 권리를 무소불위의 국가권력으로부터 지키려는 저항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강력한 처벌이 범죄율을 낮추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무시되었다. 반면 실제로 이전보다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극소수를 위한 정책으로 신뢰를 잃은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조장했을 뿐 아니라 치안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정책에 반발하는 이들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다. 그러나 감시 사회는 감시하고 배제해야 할 잠재적 범죄자가 구체적 실체를 띠고 나타나야 유지될 수 있다. 미등록 외국인이 그 주요한 대상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들은 반발할 힘도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등록 외국인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도식은 이주민 모두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등록 체류자인지, 등록 체류자인지 얼굴에 씌어 있을 리 없으니 일단은 모든 외국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과 내국인도 그리 쉽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한국인이거나 합법체류자인데도 무자비하게 단속, 구금된 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풀려난 사례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진짜 문제는 불안이 범죄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갈등의 진정한 원인을 덮어버리는 것처럼, 강제단속이 완고한 이주정책의 허점을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3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못 찾아도, 3번 이상 사업장을 옮겨도, 제때 하라는 신고를 안 해도 미등록 노동자가 된다. 토끼몰이식 강제단속은 미등록 노동자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이런 정책적 허점을 메울 능력이 없다는 현 정부의 자기고백이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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