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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6·2 민심 외면하는 청와대 /유창선

정책도 인사도 쇄신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 민심에 맞설 셈인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13 20:07:5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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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는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 치른 것이라고 하지만 여당의 참패가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여당에 대한 불신도 물론 작용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정작 청와대의 모습은 너무도 담담해 보인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더욱 국정에 매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성난 민심을 향한 아무런 자성의 말도 없이 '더욱'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말은 조금도 겸허해 보이지 않는다.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은 선거 패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의례적인 수사로 들릴 뿐이다. 심지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는 지금보다 더 처참한 참패를 당했지만 그것 때문에 누구를 문책하는 인사를 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고 했다. 민심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청와대의 정치둔감증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일 뿐 정작 국민에게 책임진다는 말은 청와대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6·2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의에 따라 세종시 수정, 4대 강 사업 등에 있어서 물러설 것은 물러서면서 국정 운영의 대전환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물러서면 끝이라는 판단으로 계속 밀어붙이는 국정 운영을 고집할 것인가. 이 대통령이 어느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국의 앞길은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의 운명이 좌우될 상황이다. 그런데 일단 청와대는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가닥을 잡는 듯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인적 개편은 7월 재·보선이 끝난 이후에나 있을 것임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한번 입장을 정하면 꾸준히 가야 한다"면서 세종시 수정이나 4대 강 사업에 대한 추진이 불변임을 시사했다. 결국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고 해서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은 없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청와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한 것이라면 앞으로의 상황은 심각하게 우려된다. 거듭되는 민심의 경고에 개의치 않고 청와대가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국정 운영에 매달릴 때 그 결과는 어떤 것이 될까. 당장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된 야당과의 충돌은 사사건건 격해질 것이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야당은 더 이상 끌려다니는 존재로만 있지는 않을 것이고, 정국의 대치는 격화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심의 향배이다. 선거를 통해 자신들이 드러낸 의사를 청와대가 무시하고 지나간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 민심은 더 성난 모습으로 이명박 정부를 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의미한다. 청와대는 레임덕을 막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계속 밀고 간다는 판단을 할지 모르지만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정부가 민심과 맞서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는 우리 정치사가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레임덕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재촉하는 어리석은 선택일 뿐이다.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으니 국정쇄신의 가능성은 아직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쇄신론에 큰 기대를 걸지 못하는 이유는 쇄신파에게서도 어떤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은 선거 패배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정·청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그들조차도 선거기간 내내 떳떳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들은 선거기간 한나라당이 북풍과 전교조 때리기라는 낡은 선거전략에 매달리는 상황에 대해 침묵으로 동조했다. 지금은 앞에 나서 쇄신을 말하는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느닷없는 전교조 명단공개에 가세하며 전교조 때리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던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조차도 아무런 자기반성 없이 청와대 책임론만 제기하고 있다. 과연 청와대와 여당이 6·2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정말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아직은 못 미더워 보인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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