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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방의회, 지금 반란에 나서라 /권순익

경쟁구도 지방의회… 지자체 견제·감시, 주민의견 대변의 본래 역할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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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산의 한 구의회 사무국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새로 구성될 구의회에서 교섭단체 결성이 되느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다. "가능하다" "아니다" 엇갈리던 한참 뒤에야 "교섭단체를 규정한 조례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조례가 있는 부산시의회는 어떨까. 1기부터 5기 시의회까지 교섭단체가 제대로 작동한 건 4기 후반기가 유일하다. 친 열린우리당 성향의 5명이 한나라당에 맞서 열린의정회를 만들었다. 이때를 빼곤 한나라당 1당 교섭단체뿐이니 사실상 교섭단체라 할 수도 없다. 의회에서 교섭단체란 의사 진행의 원활한 협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교섭단체 설치 근거가 없거나 교섭 상대가 없는 교섭단체, 그건 의회가 동우회 수준으로 운영돼왔다는 뜻이다.

천안함에다 북풍 노풍 4대 강 등에 묻혀 '지방의제'없는 지방선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어느 선거보다 지방을 위한 의미 있는 변화가 배태됐다. 우선 부·울·경에서 한나라당 일당독점이 깨졌다. 부산시의회만 해도 무소속과 민주당 등의 당선자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5명을 훌쩍 넘어 13명이나 됐다. 부산지역 16개 구·군의회는 더하다. 비한나라당 당선자가 2006년 때보다 3배로 늘어나면서 구·군의회의 한나라 대 비한나라 비율 평균이 6대 4보다 더 좁혀졌다. 거의 혁명 수준이다.

의회 운영, 의안 결정, 지자체와의 관계 등에서 일당 독주가 불가능해진 것은 견제와 균형, 경쟁이 살아난다는 뜻이다. 당장 차기 부산시의회의 의장단 구성에서 13명의 비한나라당 의원이 당락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점쳐지고 비한나라당 구의회 의장 출현도 목전에 다가왔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싹쓸이 구도에서 시민에게 각인된 지방의회의 인상이란 게 의정비 인상, 무분별 외유, 의회 벼슬 싸움 등 뿐이다. 의장단 상임위원장 선거를 앞둔 시의원끼리 명품지갑을 돌리고 몇백 달러씩 여비를 집어줘 부산시의회가 전국적인 망신을 당한 지 2년도 안 됐다. 그렇게 지방의회가 할 일이 없는 것일까.

김해시의회는 2003년 전국 시·도가 주택가 학원가 가릴 것 없이 파고드는 러브호텔 때문에 골치를 앓을 때 처음으로 '러브호텔규제조례'를 만들었다. 숙박업자들의 로비와 반발, 평지풍파를 두려워하는 행정 타성을 뚫은 이 조례가 우리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보라. 1991년 청주시의회는 당시 내무부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청주시정보공개조례'를 제정했다. 상위법령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이 조례는 위법논쟁에 휩싸였으나 다음 해 대법원은 합법으로 판단했다. 이 청주시조례 판결은 대법원이 시대 흐름을 바꾼 판결로 꼽고 있다. 1960년대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따병' 등의 공해병이 일본에서 처음 문제가 됐을 때 당시로는 생각도 못할 엄격한 기준을 조례로 정한 것도 지방의회였다. 이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오염 유발자로 의심받는 쪽이 무관함을 입증해야 한다'는 기념비적인 판결로 조례를 뒷받침했다. 지방의회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지역을 변화시키고, 나라를 바꾸고, 역사의 물줄기를 틀 수 있다는 걸 실증하는 사례들이다.

따지고 보면 얼마 전의 여야 합의로 광역시 구·군 의회가 4년 뒤 사라질 지경에 처한 것도 주민들과 지방의원들이 괴리돼왔던 그간의 응보다. 지방의원을 자신들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해 정당공천제를 고수하던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이 풀뿌리민주주의의 가치를 생각하겠느냐마는 지방의원들도 "무엇을 해왔는지" 자성해야 할 일이다.

이제 처음으로 지방의회엔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의 내부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경쟁 속에서 실력 있는 의원, 부지런한 의원이 가려지고 유권자의 정책 판단 기회도 넓어진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 중앙정치와 중앙정치인에 대한 추종이 아닌 반란으로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건 지자체 견제와 감시, 지역과 주민의견의 대변이라는 지방의회 본래의 역할을 찾아가는 길이다. 지방의원들이 그 역할을 못하면 주민들이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그게 이번 6·2 지방선거의 민심이었고 그 민심은 4년 후 지금의 당선자에게도 똑같이 작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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