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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당선자와 낙선자에 바란다 /하태영

시민들의 욕구·갈망 정확하게 분석하고 기존정책 점검, 공약실천 힘써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9 20:13:1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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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일은 선거혁명의 날이었다. 경남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민심은 진정성이 있는 젊은 정치인에 환호했고, 정책 대결을 희망했으며, 풀뿌리 생활정치를 갈망했다. 중앙권력도 지방권력도 이제 영원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것이 이번 선거의 진정한 의미다. 여론조사가 어떻게 나오든 숨은 여론은 조용했고 유권자의 표심은 정확하게 분출됐다. 전화상의 무응답은 심리적 불만이 그대로 표시된 것이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위축되고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에서 거센 민심은 성난 파도가 되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당선자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하며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린다.

첫째, 시민들의 욕구와 갈망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중앙정치에 대한 불신과 오만한 지방권력에 대한 심판이다. 그러나 득표율의 20%는 반사적 이익에 기인한 것이다. 지난 정권의 실세였던 한 젊은 정치인이 '폐족(廢族)의 자식'이라며 반성했던 슬픈 시간들을 기억한다. 이것은 "사람이나 정책이나 아마추어는 안 된다"는 교훈이 될 것이다. 임기 4년 1460일 동안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계획했던 현장방문과 생활정치를 위해 더 노력하길 바란다. 정치란 사업이 아니고 사명이다.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치다. 준비된 당선자란 일의 막중함을 이해하고 비전과 판단을 결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시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정책이 통하기만 한다면, 중도냐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그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둘째, 기존 정책을 점검하고 공약은 실천해야 한다. 하나의 예가 있다. 부산은 유엔묘지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평화의 도시다. 6·25전쟁 때 1만5000명의 터키병사가 지원병으로 참전했다. 그 중 3500명이 전사했고 유엔묘지의 3분의 1이 그들의 묘역이다. 부산은 터키 이스탄불과 자매도시다. 그러나 이스탄불 시민도 부산 시민도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이것이 지난 60년 동안 부산이 해왔던 국제화와 글로벌 마인드다. 이러한 상태의 국제교류는 바뀌어야 한다. 부산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이렇게 사장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보행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당선자들은 저녁시간에 지역구의 거리를 구석구석 걸어보시라. 인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장애인과 노인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지, 인도에 심어 놓은 나무는 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가로등의 기둥과 인도 중앙에 위치한 버스정류장, 지하철의 환풍구 그리고 진열상품들이 얼마나 인도를 열악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확인하시길 바란다. 연임된 당선자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넷째, 주택가 부근의 주유소는 인허가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험하고, 대형사고의 원인이다. 보행자도 생각해야 한다.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의 주범 시설들이 왜 생활주변에 들어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식품문제와 우범지역 범죄도 마찬가지다. 공직자는 칼날 위를 걷는 사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 시민들이 원하는 현장중심적 생활정치다.

다섯째, 자전거정책은 발상부터 전환해야 한다. 학교와 대형슈퍼마켓 부근부터 정비되어야 한다. 엉터리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든다고 예산과 정열을 낭비하지 말고 장기정책으로 멀리 보고 디자인을 해야 한다. 각 지역구에서 1년에 10㎞씩 4년 재임 동안 40㎞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국제수준의 전용도로와 전용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

낙선자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40% 이상의 득표율은 정말 놀랍고 안타까운 변화다. 정치혁명가 오바마의 말이다. "리더십의 근간은 이력서의 내용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이 힘든 선거판에 온 가족을 동원해도 좋을 만큼 독특한 구상과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진정성과 지역 밀착형 생활정치를 더 꾸준하게 펼치시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선거에서 40% 이상의 지지는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더 강하게, 더 날카롭게, 더 정확하게 그들의 행보와 약속들을 지켜볼 것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법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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