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핵주권과 인권 /전진성

핵은 정치 이전에 인간 삶의 문제

원폭피해자 인권 먼저 생각했으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17 21:50:04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원전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부쩍 상승한 듯 싶다. 프랑스 등 전통적인 원전 강국들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일과 핵안보 분야 최상위 회의체로 꼽힌다는 '핵 안보 정상회의'의 2012년 개최국으로 선정된 일을 두고 떠들썩한 환호와 찬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원전 강국이 새삼스럽게 '핵주권'을 요구하다니 어찌 된 일인가.

언론에 따르면 1974년 체결해 오는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과 1991년의 '남북비핵화공동선언'으로 인해 핵연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핵연료의 가공·재활용·재처리 권한이 없어 향후 몇 년이면 임시저장된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 한다. 사실 핵주권 논의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지난해 5월 북한 2차 핵실험의 충격으로 촉진되었고 올해 들어 원전 수출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늘 고분고분한 한나라당에서도 문제투성이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바 여기에는 시급한 현안인 핵연료 재처리와 원전 수출 등을 위해 '평화적 핵주권'을 찾자는 의견에서부터 핵억지를 위한 핵무장에 착수하자는 의견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핵주권에 대해서는 정당들 간에도, 정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안의 한쪽 끝에는 '핵확산'을 의심하는 미국이 있으며 다른 쪽 끝에는 철부지처럼 막무가내인 북한이 있다. 사안의 정중앙에는 주권적인 핵의 사용이라는 대의가 있다. 사안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큰 마찰 없이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대안으로 근래에 등장한 것이 바로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다. 원자력 발전을 하고 남은 핵연료를 다시 원자력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 기술은 플루토늄 등 무기화 가능한 핵물질의 분리, 회수와는 무관하기에 바로 이 기술을 근거로 '합리적으로' 원자력 협정을 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의 기술적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과연 정치적 사안이 그처럼 기술적 사안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작금의 우리 사회의 핵주권 논의를 지켜보면 무언가 핵심이 빠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견들, 예컨대 핵무장을 위한 핵주권이 아니라 경제적 실익에 따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획득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핵의 문제가 경제적 실익이나, 좀 더 나아가 국익과 안보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을까? 우리는 핵의 고통으로 세대를 이어 시달리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존재를 잊고 있는가? 우리가 흔히 8·15 해방의 전주곡으로만 알고 있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로 모두 7만여 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희생되었으며 생존자들도 심지어 2세, 3세의 일부까지 유전에 의한 각종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이들은 원폭 투하 당사자인 미국, 식민지 조선인들을 착취와 징용으로 원폭 현장에 있게 만든 일본, 그리고 조국 대한민국 그 어느 곳으로부터도 적절한 의료혜택과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외면당하고 있다.

순전한 정치논리만으로 보자면 효과적인 기술을 내세워 큰 외교적 마찰 없이 실속을 챙기는 일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핵의 문제는 인간 삶의 문제요, 정치와 역사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체 핵으로부터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에 핵주권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대한민국이 자신의 핵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따로 있다. 원폭피해자와 그들의 자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특별법의 전문에는 모든 핵무기의 영구적 철폐를 명문화해야 한다. 이처럼 원폭피해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나라로 올라설 때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떳떳이 자신의 핵주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며 원폭의 직간접 가해국에 사죄와 배상도 요구할 수 있다.

올해는 일본의 한국강제병합 100년이다. 그리고 오는 29일은 한국원폭2세 환우회 김형률 회장 작고 5주년이다. 그는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어머니를 둔 '원폭2세 환우'로 원폭 피해자들의 인권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고인의 5주기 추모식이 29일 오전 부산민주공원에서 거행된다.

부산교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주 연속 1위, 부산 강서구 아파트 시장 전망은
  2. 2청년 백수에게 회사를 줍니다…주 업무는 펑펑 놀기
  3. 3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한 자릿수…대략 50일만
  4. 4공한수 서구청장, 구보 사적 사용
  5. 5신규확진 열흘만에 다시 700명대…울산 변이 감염 확산
  6. 68일 경남 코로나 20명...산발적 감염 이어져
  7. 7생존권 투쟁이 법정 소송까지…신라대 청소노동자 시위 ‘점입가경’
  8. 8부산박물관 배산성 출토유물 목간과 대나무발 보러오세요
  9. 9부산 전역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10. 10“귀농·귀어·귀촌, 사전 준비 없으면 낭패본다”
  1. 1가덕신공항 이슈 사라진 김부겸 총리 후보 청문회…착공 늦어질라
  2. 2세몰이 나선 이낙연, PK 선점해 반등 노린다
  3. 3부산시가 '시다바리'? 박형준, 시정질문 데뷔전
  4. 4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현장 찾은 문 대통령 “세계시장 이끌어달라”
  5. 5눈길 끄는 시의회 조례 2제
  6. 6부산부동산특위 위원 선임 또 충돌…50일째 출범도 못해
  7. 7야당 당권 대진표 윤곽…주호영 10일 출마, 나경원 고심
  8. 8권익위, 공직자 투기의혹 55건 접수
  9. 9야당, 장관 후보 3인 지명 철회 요구…여당, 강행도 청와대에 철회 건의도 난감
  10. 10박형준 광역단체장 첫 평가에서 전국 4위
  1. 14주 연속 1위, 부산 강서구 아파트 시장 전망은
  2. 2“귀농·귀어·귀촌, 사전 준비 없으면 낭패본다”
  3. 3채용약정형 블록체인 인재과정 개설…부산 청년들 '관심'
  4. 4해수부 “박준영 장관 후보자 부인 도자기 반입·판매는 위법에 해당돼”
  5. 5동백전 부가서비스, 교통카드·소득공제 OK
  6. 6스타벅스·이케아, 부산서 ESG 캠페인
  7. 7부산신항에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모신다
  8. 8연금 복권 720 제 53회
  9. 9“항만 개발 막는 부처 월권…제도적 장치 절실”
  10. 10부산시 주거복지센터 2곳 개소
  1. 1청년 백수에게 회사를 줍니다…주 업무는 펑펑 놀기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한 자릿수…대략 50일만
  3. 3공한수 서구청장, 구보 사적 사용
  4. 4신규확진 열흘만에 다시 700명대…울산 변이 감염 확산
  5. 58일 경남 코로나 20명...산발적 감염 이어져
  6. 6생존권 투쟁이 법정 소송까지…신라대 청소노동자 시위 ‘점입가경’
  7. 7부산 전역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8. 8[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 3] ‘북두칠성 도서관’과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는 법
  9. 9해운대 한 주택에서 불…50대 2도 화상
  10. 10부산 의료기관 코로나19 검사 무료화 후 검사건수 65% 증가
  1. 1양현종 3⅓이닝 8K…빅리그 짧고 굵은 선발 데뷔 ‘굿’
  2. 2조상현, 남자농구 국대 새 사령탑
  3. 3여자컬링 ‘팀 킴’ 연장 접전 끝 한일전 승리
  4. 49년 만에 UCL 결승 오른 첼시…“맨시티 한 판 붙자”
  5. 5'고수를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칼 든 상대 제압할 땐 손목을 노려라”
  6. 6토트넘서 쫓겨난 모리뉴, 보름 만에 재취업
  7. 733세 양현종, 텍사스 최고령 선발 데뷔
  8. 8맨시티 첫 UCL 결승 진출…우승 향한 쾌속 질주
  9. 9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에 17점 폭격...5연패도 끝
  10. 10조급한 허문회 감독, 자충수만 반복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윤영석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한국 해운, 재건을 넘어 부활로 /김형준
신경제 ‘3不’ 해결로 구조적 불균형 해소 /허현도
기명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수에즈 단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애프터눈 티
분홍색 신화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불법 주·정차 단속 애환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위원장도 선임 못한 2030엑스포, 유치전 문제 없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조속한 합의 기대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목전에 다가온 메가시티 실현 /강병중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어게인
그 날을 기다리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보다 섬세한 스승’을 떠나보내며 /장현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2021부산하프마라톤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