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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유럽발 경제위기와 EU의 미래 /서주석

미래형 정치단위 EU, 보다 탄탄한 결속과 재정건전성 제고로 위기를 잘 견뎌내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16 19:44:1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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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유럽의 주요 증시가 급락하고 유로화도 1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주요 물가가 0.1% 하락했다는 발표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유럽 전반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자칫 유로존, 즉 유로화 사용지역 붕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맞물리면서 증폭됐다.

지난 몇 주일 유럽에서 날아온 소식은 매번 암울한 것이었다. 4월 17일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로 재구름이 유럽 상공을 뒤덮고 하늘길이 막혀 항공과 물류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앤 푸어스가 극심한 재정적자에 직면한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크게 낮추면서 국가부도 위기가 현실화되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긴축재정 조치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유럽발 재정 위기는 그리스와 스페인뿐 아니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재정적자가 심각한 여러 남유럽 국가들을 포괄하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다. 또 이들 국가가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공공부문 임금 동결과 복지 축소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불안정이 증대되고 경제성장이 저해될 위험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0일 유럽연합(EU)이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7500억 유로(약 1065조 원) 규모의 재정안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2년 전 세계경제는 미국발 금융 위기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당시 금융 위기의 주범은 무분별한 금융 투기에 나선 미국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였고, 많은 은행들이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할 수 있었다. 이번 유럽발 재정 위기도 공공부문 확대와 복지 강화를 내세운 포퓰리즘 정부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럽 경제통합이 진행되면서 이들 국가의 산업경쟁력 약세가 그대로 드러나고 여기에 국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유럽발 재정 위기는 개별 국가의 정책과 유럽 통합의 구조적 요인이 결합되어 나타난 것으로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각국 차원에서 재정 건전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EU 등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구제 노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EU가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의 미국 정부처럼 일사불란한 대응을 할 수 있을 만큼 조직화되어 있지는 않다.

EU는 1993년 발효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성립된 국가연합 기구로서 27개 국가와 5억 인구를 통할하지만 단일 국가는 아니다. EU의 세 지주는 시장 통합과 화폐 통합, 내무 및 사법 협력, 공동외교안보정책(CFSC)이며, 이사회 및 의회 산하에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사법재판소, 유럽신속대응군 등을 두고 있다.

세부 정책 차원에서 EU의 한계는 아직 크다. 경제정책 면에서도 효과적인 재정 협조나 위기관리 메커니즘이 부재한 상태다. 모든 결정은 각 회원국과 EU 기구 사이의 협상으로 이루어지며,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이한 탓에 협상 타결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도 쉽게 마련되기 힘들다. 지난 10일 EU 합의도 재정 지원을 머뭇거리는 독일에 대해 프랑스가 유로존 탈퇴를 위협함으로써 가능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한국 국제정치학의 태두였던 동주 이용희 선생은 1994년 저서 '미래의 세계정치'에서 EU와 같은 국가연합이 근대 민족국가를 대신할 새로운 정치단위로 발전할 가능성에 크게 주목했다. 세계적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2004년 저서 '유러피안 드림'에서 다원적 협력과 보편적 인권, 환경 보호에 주력하는 EU의 실험이 아메리칸 드림을 대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5월 7일 화산재구름으로 다시 갇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하루를 보냈다. 화산이 폭발하면 재구름이 하늘을 뒤덮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대기는 정화된다. 자연 현상만큼 인간의 자구 노력이 더욱 성숙되기를 기대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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