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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한나라당에게 `원칙`이란 /장재건

울산 선거법 연루자 공천 면죄부…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을 거란 계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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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미적하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동생의 금품살포 사건에 연루된 현명관 제주지사 후보에 대해 한나라당이 공천을 전격 박탈했다. 선거가 코앞이니 급할 만도 하겠다. 한나라당은 공천을 박탈하면서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다.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래전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서둘러 싹을 잘라냈다. 유사한 다른 사건처럼 '원칙'과 '도덕성'이라는 수사도 빠짐없이 동원됐다.

하지만 그 원칙과 도덕성이라는 게 그야말로 원칙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다. 사람따라, 상황따라 매번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최근 확정된 울산의 기초단체장 공천과정을 지켜본 결과다. 처음엔 원칙을 강조하며 눈치를 보다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상황론을 들고 나오며 원칙은 온데간데없어져 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2월 초에 발생했다. 울산지역 한 언론사가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하면서 5개 구·군 단체장과 일부 시·구의원들로부터 500만 원씩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품을 제공하면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문제가 불거지자 이번 제주지사 사건처럼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연루된 단체장 등이 당헌·당규와 윤리규정상 공천배제 대상이라는 해석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울산지역 5개 구·군 단체장 전원이 선거법에 연루돼 물갈이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역 정치권은 물론 향후 지방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어김없이 작용했을 것이다.

모든 관심은 검찰의 수사내용으로 쏠렸다. 검찰은 결국 중구 동구 북구청장 등 현직 단체장 3명과 시·구의원 4명, 울주군수의 비서 1명 등 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남구청장은 구의원이 지분을 갖고 있는 건설업체에 구청의 공사를 맡도록 해 이득을 챙긴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됐다. 울산의 기초단체장 5명 중 4명이 '여론조사 뒷돈대기'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다음이 더 문제였다. 한나라당 울산시당 공심위는 여론조사 뒷돈대기와 다른 비리에 연루된 현직 단체장 2명과 구의원 1명을 끝내 기초단체장 후보로 공천했다. 동구와 남구, 북구 등 3명이다. 동구와 남구는 현직 단체장, 북구는 구의원이다. 당은 "대항마가 없다"는 말만 내세웠다.

몇 달간 울산지역을 시끄럽게 했던 사건은 이렇게 끝났다. 사건 초기 밝혔던 한나라당의 공언은 식언이 돼버렸다.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더니 혐의가 드러난 뒤에는 다시 대항마가 없단다. 울산에 그렇게 '인물'이 없을까. 듣기에 따라서는 지역민들의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전광석화처럼 싹을 잘라낸 제주지사 후보와는 사뭇 다른 대응이다. 물론 제주지사와는 격이 다르고 상황 또한 차이가 있다. 선거가 임박해 드러난 광역단체장 후보의 비리를 덮어뒀다간 엄청난 역풍이 우려됐을 것이다. 클린 이미지를 강조하고 선거 압승을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제주지사의 경우 당은 원칙을 지키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울산에서 그 원칙은 사라졌다. 울산의 경우 시간도 흐른 데다 역풍이 제주지사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강조해 온 원칙이란 게 역풍의 존재 여부였던 셈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공천을 따낸 울산의 3개 기초단체장 후보는 이제 당의 면죄부를 받고 본격 선거운동에 뛰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당선된다고 해도 법적인 심판은 아직 남았다. 만약 이들에게 당선무효형이 확정된다면 그에 따른 행정력 등의 낭비가 불가피하다. 이때까지 숱하게 되풀이되던 행태다. 비록 당은 상황론을 들먹이며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그게 과연 온당한지는 시민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원칙이 온전하게 지켜지도록 하는 것도 울산시민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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