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원자폭탄보다 위험한 금융시장 /제정임

골드만삭스에 대한 美정부의 제소 금융사 사기적 행태 잠재울 계기될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4-25 19:52:30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새로운 금융거래 방식과 첨단기술이 결합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은 사회 안정 측면에서 원자력 무기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뉴욕의 은행가 펠릭스 로하틴이 20년 전에 한 얘기다. 지난 20여 년간 남미와 아시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까지 강타한 금융위기가 얼마나 많은 민생을 도탄에 빠트렸는지 돌아보면 그의 경고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위기는 이 순간도 진행형이다. 지난 21일부터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의 사례는 재정 파탄이 유럽연합(EU) 국가들로 전염될 가능성과 함께 또 다른 글로벌 위기의 재발을 걱정하게 한다.

그야말로 '금융 세계화'의 시대다. 보통 사람들은 그 구조를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파생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이를 전 세계에 시차 없이 퍼뜨리고 있다.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이 땅의 펀드투자자들과 기업과 가계를 공포에 질리게 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계 금융시장의 작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없으면 이런 위기는 더 짧은 주기로, 더 강력한 파괴력으로 세계를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미에서 2008년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엄청난 비극이면서 한편으로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남미, 아시아 등 신흥 국가들의 위기에 '나 몰라라' 했던 선진국들이 자기네 심장부를 강타 당하면서 '반짝' 정신을 차렸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자본을 상징하는 '월스트리트'가 부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아래서 자유방임에 가까운 규제 완화를 이끌어 낸 것이 위기의 온상을 만들었다는 반성이 터져 나왔다.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와 리만 브라더스의 회계조작 등 기막힌 부조리를 방치했던 당국의 태만에 비판이 쏟아졌다. 투기적 거래를 통해 금융시장 붕괴의 위험을 키워 온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어야 하며, 단기 실적에 연연케 하는 금융사의 보너스 체계를 수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은 반성과 변화의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구제금융을 쏟아부어 다 망해가던 대형금융사들을 살려내자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갔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위기의 매개체인 고위험도의 파생상품을 또다시 만들어내 거래하고, 수익이 나자 엄청난 규모의 보너스 잔치를 벌여 납세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규제강화안을 만들려는 오바마 정부의 시도를 온갖 정치적 연줄과 로비를 동원해 무력화시키려 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것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인류가 '원자탄보다 무서운 금융파국의 위협'으로부터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폴슨앤코' 라는 헤지펀드와 짜고 서브프라임 관련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어 판 뒤 자기네는 막대한 이익과 수수료를 챙기고 고객들에게는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주택가격이 떨어질 때 돈을 버는 쪽으로 상품을 설계한 뒤, 고객들에게는 집값이 올라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면서 이를 팔았다는 얘기다. 글로벌금융위기 와중에도 엄청난 돈을 벌었던 폴슨앤코와 골드만삭스의 '실력'이 사실은 사기였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드러난 혐의가 월스트리트 전체로 볼 때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자본에 장악돼 단호한 조치를 못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던 미국 정부가 '월가 1등'인 골드만삭스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납세자들의 분노를 에너지 삼아 금융개혁안을 제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당국이 '검은 거래 관행'을 파헤쳐 금융개혁의 교두보를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골드만삭스의 초특급 변호사들에 밀리고 말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밀리면 '금융의 원자폭탄'이 우리 머리 위에도 더 쌓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강 건너 불'로만 볼 수 없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중견업체도 무너졌다…지역 건설업계 줄도산 위기감
  2. 2해운대구서 70대 대리기사가 몰던 차량 연이은 충격으로 전복
  3. 3근교산&그너머 <1308> 전남 장흥 억불산
  4. 4“안전운임제 폐지 검토” 尹, 압박수위 더 높였다
  5. 5단 한번도 없던 조합으로, 또 한번의 기적에 도전
  6. 6정부 ‘백기투항’ 요구…40분 만에 결렬, 원희룡 “정유·철강도 언제든 발동” 경고
  7. 7[이병주 타계 30주기…새로 읽는 나림 명작] <11> ‘쥘부채’
  8. 8양정자이 100% 완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속 희망되나
  9. 9전국 주유소 휘발유 8일분 남았다(종합)
  10. 10“균형발전 촉진” 먼저 온 금융공기업 ‘산업은행 부산행’ 웰컴
  1. 1“안전운임제 폐지 검토” 尹, 압박수위 더 높였다
  2. 2"정치파업 악순환 차단" 벼르는 정부…노정관계 시계제로
  3. 3北 이달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핵실험 계획 공개 가능"
  4. 4여야 예산안 합의 불발…법정시한 내 처리 미지수
  5. 5‘메가시티 프리미엄’ 사라졌다, PK사업 예산 35조 날릴 판
  6. 6朴시장 공약 ‘15분도시’ 예산 줄삭감…하하센터 조성사업 28억 전액 깎여
  7. 7이재명에 쏟아진 당 내부 비판…지도부 대여전략 질타도
  8. 8내년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미국 등과 공동주최 합의
  9. 9부울경 합동추진단 내년 예산 60% 삭감…'식물조직' 되나
  10. 10野 '엑스포-사우디 수주 거래설'에 대통령실 여당 "저급한 가짜뉴스"
  1. 1경남 중견업체도 무너졌다…지역 건설업계 줄도산 위기감
  2. 2정부 ‘백기투항’ 요구…40분 만에 결렬, 원희룡 “정유·철강도 언제든 발동” 경고
  3. 3양정자이 100% 완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속 희망되나
  4. 4전국 주유소 휘발유 8일분 남았다(종합)
  5. 5“균형발전 촉진” 먼저 온 금융공기업 ‘산업은행 부산행’ 웰컴
  6. 6경제 9분기 연속 성장세...소상공인 체감경기 2달 연속 악화 왜?
  7. 7에어부산, 부산~삿포로 2년9개월 만에 운항 재개
  8. 8외국인, 올 상반기 부산에서 482만6000㎡ 토지 보유
  9. 9추경호 "예산안 처리 늦어지면 지방비 확보 차질 불가피"
  10. 10수출 2개월 연속 감소…무역적자, 이미 400억 달러 돌파
  1. 1해운대구서 70대 대리기사가 몰던 차량 연이은 충격으로 전복
  2. 2경남지사 “내년 부·경 행정통합 여론조사”
  3. 3검찰 ‘아들 퇴직금 50억’ 곽상도 징역 15년 구형
  4. 4고속도로 달리던 택배차, 작업 인부 들이받아 2명 사망
  5. 5부산 울산 경남 아침 어제보다 더 추워...낮 4~9도
  6. 6“양산 증산에 아울렛 유치…지역 상권 살리겠다”
  7. 7민간사회안전망운동 양덕2동위원회, 김장김치로 사랑 나눠요
  8. 8아이 셋과 7평 원룸 거주…월세 등 생계비 절실
  9. 9오늘의 날씨- 2022년 12월 1일
  10. 10정진웅 독직폭행 무죄 확정
  1. 1단 한번도 없던 조합으로, 또 한번의 기적에 도전
  2. 2폴란드, 아르헨티나에 지고도 토너먼트 진출...호주도 16강 행
  3. 3[조별리그 프리뷰] 이변의 연속 일본, 스페인 꺾고 죽음의 조 통과할까
  4. 4불명예 기록 줄줄이…카타르 쓸쓸한 퇴장
  5. 5대표팀 호날두 페널티킥 주의보..."혜택 논란 일 정도로 천재적"
  6. 6네덜란드 vs 미국, 잉글랜드 vs 세네갈 16강 격돌
  7. 7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2월 2일
  8. 8월드컵 끝나면 김민재 이강인 조규성 잇달아 이적하나
  9. 9미국, '앙숙' 이란 이기고 16강...충돌 대신 따뜻한 위로 마무리
  10. 10가나전 멀티골 조규성…유럽이 부른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얼짱 축구선수
중국 ‘백지 시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 승부수 될 ‘부산 이니셔티브’ 진정성 보여야
‘메가시티 예산’ 35조 원 균형발전 위해 부울경으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