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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언어 해석과 소통 /배유안

법정 스님의 저서 절판 유언, 바른 해석을 하고 있을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19 21:04:1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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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이자 평론가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아이가 양파깡을 손에 들고 흑백 사진으로 찍어왔더란다. 재미있게 보여 그걸 어른들에게 제시하면서 무엇을 찍은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의 남자들은 콘돔이라 했고 여자들은 반지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물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개인이 가진 경험, 취향, 기대 같은 베이스 정보에 영향을 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최근, 뭔가 보고 들었던 것들, 거기에 대해 나름의 해석으로 내 안에 형성된 생각들, 그리고 그것을 무리수를 두어가며 밖으로 표현해 보았던 것들, 게다가 그 표현들이 내 의도와는 매우 다른 쪽으로 무게가 기울며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보고 의문과 놀라움과 체념에까지 빠져 있던 나를 제때에 한방 먹여주고 웃음을 터뜨리게 한 이야기였다.

소통이라는 게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며 시작되었을 터라 엄청난 노하우가 축적되었을 테고 거기다 소통 방법의 기계 문명적 발달도 하루하루 획기적이다시피 하여 나를 당황하게 할 정도이다. 최근 모 작가가 독자와의 소통 방법으로 시작했다는 팟캐스트(podcast), 트위터(twitter) 사용에 대한 기사를 보고 '이게 뭐지?' 했던 나로서는 트위터를 이용한 정치권의 선거 홍보 논쟁까지 보고 나서 '나는 이제 대중 축에도 못 끼이는구나' 싶은 자조까지 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소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는 나의 언어들이 무사히 혹은 온전하게 수신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프고, 내가 타인의 언어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힘이 빠져 자주 상처를 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첨단의 소통 방법을 손에 들고 다니는 지금이 더 그런 것 같다. 좁게는 나부터도 소통의 고통과 그에 따른 고독을 예전보다 지금 더 느끼고 있고, 많은 이들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보면 혹시 인류의 역사는 근본적으로는 소통 욕구와 소통 장애와의 대결의 역사가 아닐까 하는 확대해석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가 겹겹의 장애에 걸려 파편 혹은 누더기가 되어 겨우 전달되고 있음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한 학자들이 내놓은 해답이 귀 기울이기, 사랑하는 마음 같은 지극히 고전적이고 인간적이라는 게 또한 아니러니컬하면서 안심이 된다. 대중의 속도에도 못 따라가는 내가 그래도 장애를 줄여보고자 내 손에 들고 있는 색 돋보기가 어떤 건지 살펴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혹시 내가 들고 있는 노란색 돋보기 때문에 작은 파란 점이 커다란 초록 점으로 보이는 건 아닌지, 한쪽 귀에 시끄러운 이어폰을 끼고 상대방의 말을 들은 건 아닌지, 내 신발 밑에 붙은 껌을 남 몰래 비벼 떼느라 언어들을 건너뛰어 놓고는 이리저리 꿰어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법정스님의 저서 절판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그분이 남긴 언어(유언)가 각계의 초점에 맞춰지며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중과 독자, 출판사, 제자들, 종단이 가진 해석의 베이스가 공유점도 있겠지만 각각 다르기도 하니 결국 그분의 언어는 산 자들의 몫이 되었다. 죄송스럽게도 나 또한 나도 모르게 진위를 검증할 길 없는 해석을 하고 있다. 생전에 당신이 사유했고 대중에게 언어로 내어 놓은 그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음에도 정작 당신은 죽음에 앞서 그 언어들이 온전하지 않으며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을까? 송신과 수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언어행위를 하찮은 것으로 결론지었던 것일까? 아니면 철저한 자기 부정으로 당신의 수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일까? 생전의 삶이 모두 수행이었던 그분의 도에 대해 내가 지극히 자의적인 생각을 자꾸 보태고 있는 것이 그 분의 언어를 파편화, 혹은 왜곡시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책만 건성으로 읽었지 삶이 따라가지 못했던 한 독자로서 그분을 존경하고 삶 한 자락이라도 본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스스로 억지를 쓰고 있다. 그런데 머리맡에 남긴 책들을 매일 아침 '신문이오!' 하고 소리치던 소년에게 전해 달라는 말씀이 내겐 왜 그리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그 한마디에 나는 왜 세상에 대한 그분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것만큼은 해석에 대한 해석을 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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