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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용한 사법혁명가 조무제 전 대법관 /하태영

진정한 사법개혁은 법관 스스로가 해야…그의 행보에 개혁의 답이 있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2-16 20:48: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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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은 1810년 강진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저물녁에 숲 근처에서 한 아이가 다급하게 소리쳐 울며 발을 동동 구르는데, 마치 누군가가 무수한 송곳으로 배를 찌르고 절굿공이로 마구 가슴을 때리는 듯했다. 참담하고 절박하여 죽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나무 밑에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다고 했다."

다산은 이렇게 비유했다. "아! 천하에 이 어린아이처럼 울지 않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관직을 잃고 세력이 꺾인 사람, 손해를 보고 재물을 잃은 사람, 자식을 잃고 너무 슬퍼 거의 실성한 사람. 이 모두가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밤 한 톨에 울고 있는 것일 따름이다."

우리 사회는 '밤 한 톨' 때문에 전직 대통령을 잃었고, 용산의 죄 없는 세입자를 잃었고, 유능한 경찰도 잃었고, 대기업 CEO도 잃었다. 오늘날의 사회현상이나 200년 전이나 비슷하다고 할까.

최근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정부여당과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은 강기갑 의원 사건이나 광우병 관련 PD수첩 사건에 대한 법원의 제1심 판결에 극도의 불신을 표출하고 있고, 야당 또한 검찰수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여권은 원내대표까지 나서 진보성향 법관들을 비판하면서 법원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소위 "우리법연구회를 해체시키라"고 주장한다. 삼권분립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정치적 행위들은 그만두어야 한다.

여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를 흔들려고 한다. 그 이면에는 특정 법관들에 대한 깊은 불신과 사법부 장악 의도가 숨어 있다. 주성영 의원은 "이용훈 박시환 대법관은 전관예우의 전형"이라며 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공격하고 있다. 고도의 정치행위다. 바로 이것이 현재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의 본질이다.

이번 사법개혁은 동기와 방식이 순수하지 않다. 진정한 사법개혁은 향후 예정된 대법관 인사에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법원의 상고심을 허용하여 사법권을 지역에 돌려주는 것이고, 전관예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입법부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이번 법원의 2월 인사를 보자. 전직 법원장들이 대형로펌에 합류하고 있다. 중앙법원에서 활동한 전직 법원장들이 후배법관들이 근무하는 법원을 출입할 때 후배 법관들은 법정에서'심리적'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는가.

이쯤에서 조무제 전 대법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전관예우의 폐단을 염려하여 퇴임 후 대형로펌의 영입 제의를 고사하고 부산으로 내려와 모교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최근엔 부산법원조정센터장을 맡아 '후배 법관들을 돕기 위해' 법원을 출입하는데 교통편이 지하철이다. 공직자의 처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시는 분이다.

국민의 배려로 고위공직자가 되었으면 퇴임 후 생활도 국민의 기대에 상응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사법개혁은 법관 출신들이 하는 것이다. 전관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의 세태라면 바로 조무제 전 대법관처럼 스스로 그 고리를 끊는 결단이 절실하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검찰과 언론에서 관행처럼 음성적으로 자행됐던 수사와 무관한 인격모독적 피의사실 공표행위와 유출행위가 중단돼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영등포경찰서는 전교조로부터 피의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검찰은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고, 혐의가 없으면 신속히 종결해야 한다. 이것이 형사소송법 제195조의 정신이다. 여론을 고려하고, 일신을 생각하고, 전관예우까지 염두에 둔다면 검찰은 더 이상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가 없다.

사법개혁은 확성기로 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재산은 정신력, 내면의 능력, 인생 전부에 대한 경영능력이다." 조무제 전 대법관이 평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는 자신의 전 생애와 다름없는 법관 인생을 일관되게 참모습으로 경영함으로써 밤 한 톨에 울고 웃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기적 같은 일'을 실천하고 있다. 사법개혁의 답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를'조용한 그러나 위대한 사법혁명가'라 부르고 싶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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