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진중권 생각 /이명원

비판적 지식인들 대학서 잇따라 추방

파시즘 들끓는 지금 치열한 싸움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8-30 20:31:43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문화평론가 진중권이 겸임교수로 재직했던 중앙대에서 재계약 거부통보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설사 겸임교원의 재계약 여부는 학교당국의 재량권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위촉당사자인 소속학과의 견해나 학생들의 수업권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결국 학문 외적 이유로 유력한 지식인이 대학 밖으로 추방된 명백한 사례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진중권을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고소한 젊은 뉴라이트 논객은 노골적으로 그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시장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진중권의 교권은 수모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의를 그만둔 실정인데다가, 뉴라이트에 의한 한예종 구조조정의 핵심적 근거로 전임교원도 아닌 그가 거론되는 수모를 겪었던 것도 환기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는 각종 민형사상의 송사로 원치 않는 피로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물론 그가 이 번거로운 송사에서 결국 스스로의 정당성과 존엄을 회복할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대학에서 해직도 되어 보고 필화 때문에 송사도 여러 번 겪어본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은 소모적이고 또 지식인 진중권의 창조적 역량을 분산시키는 우울한 환경을 조성할 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법적·윤리적 정당성과 무관하게 진중권이 이토록 피로한 삶의 정황에 처하게 된 것은 그가 드물게 뛰어난 시대의 논객이자 이 정권 들어 횡행하고 있는 유사 파시즘적 반동에 대한 날카로운 고언을 직설적으로, 때로는 풍자적으로 제출한 까닭이다. 게다가 그의 촌철살인은 뉴라이트의 혐오와는 비할 데 없는 광범위한 대중적 동의를 얻고 있는 까닭에, 그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극보수 세력의 정파적 판단 속에서는 신속히 잠재워야 할 장애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대학에서 그가 추방되었다고 할지라도, 시장체제가 내포하고 있는 기묘한 탄력성과 개방성 탓에 진중권의 상징적·현실적 활동은 그 반경이 오히려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장자유주의를 역설하는 뉴라이트가 이 시장의 모순적인 자율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개인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뉴라이트 세력이 진중권을 법적·제도적·담론적으로 모욕하면 할수록, 반비례하여 진중권의 사회적 영향력은 더 큰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의 개인화된 고통에 대해 지식인은 물론 대중들의 공공적인 수준에서의 감정이입은 더욱 심원해지는 것이다. 그게 담론 시장에서의 이른바 대응생산성(counter productivity)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정권 들어 진중권뿐만 아니라 이른바 비판적 지식인에 걸맞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무수한 인사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추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단 관료나 지식인, 언론인과 같은 공인들뿐만 아니라, 네티즌 미네르바를 포함하여 자기 소신이 뚜렷한 사람들이 망명객과 비슷한 처지로 추방되고 있다. 추방의 과정에서 그들 대부분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모욕에 무한 노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냉정하게 보면 이것은 한국판 메카시즘이며, 주체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도적으로 박멸하겠다는 체계적인 적의의 산물이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것은 동의에 기반한 소통과 정치의 불가능성에 직면한 세력들의 현실적·심리적 공포가 낳은 오도된 공격성의 명백한 사례인 것이다. 담론에 의한 헤게모니 전략이 실패하게 되니까, 상스러운 제도적 폭력이 남발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이성을 가지고 타인에 대한 따뜻한 감성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공동체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엉뚱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생각하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현안에 대한 싸움도 그칠 수 없는 것이지만, 오늘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권력의 패악상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품위 있는 사회에 대한 말랑말랑한 비전을 치열하게 구상해야 한다. 공부와 토론도 그칠 수 없다. '추방된 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읽고 다시 써야 한다.

문학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슨만 129시간, 후회 없이 노래…‘우영우’ 부담 덜었어요
  2. 2[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서울의 봄’ 황정민 틀을 깬 악역 창조…이태신 役 정우성 캐스팅은 화룡점정
  3. 3[근교산&그너머] <1359> 대구 팔공산
  4. 4초접전지 ‘낙동강 벨트’…여야, 선거구 조정안 유불리 촉각
  5. 5‘한양프라자 주복’ 市 뒤늦은 공공성 강화안도 미봉책
  6. 6[뉴스 분석] 더 걷을 수 있었던 통행료 120억 배상…市, 지연 예상 못했나
  7. 7尹, 글로벌 허브 약속…추경호 “부산현안 한톨도 안 놓칠 것”
  8. 8거침없는 코리아 황소…결승골 터트리며 8호골 질주
  9. 9기장 ‘아쿠아 드림파크’ 총체적 부실
  10. 10부산울산경남, 포근한 대설…우박으로 도로 결빙 주의
  1. 1초접전지 ‘낙동강 벨트’…여야, 선거구 조정안 유불리 촉각
  2. 2尹, 글로벌 허브 약속…추경호 “부산현안 한톨도 안 놓칠 것”
  3. 3시·도의회의장협, 부울경 공동 현안 해결 팔걷어
  4. 4부산 기초의회 의장 “산은법 연내 개정을”
  5. 5민주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둘러싼 계파갈등 확산
  6. 6與, 공천 후보 접수 때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
  7. 7김기현-인요한 전격 회동…‘주류 희생안’ 접점 찾은 듯
  8. 8산은 부산 이전에 몽니…민주당 도 넘었다
  9. 9예비후보 등록 D-6…부산 與 주자들 속속 출마 가시화
  10. 10에어부산 분리매각, 與지도부 힘 싣는다
  1. 1‘한양프라자 주복’ 市 뒤늦은 공공성 강화안도 미봉책
  2. 2수산식품 클러스터 본격화…건축설계공모 당선작 확정
  3. 3“동남아·유럽서 K-소프트웨어 신화 쓰고 싶다”
  4. 4주가지수- 2023년 12월 6일
  5. 5다대 옛 한진중 터 개발 ‘부산시 심의’ 관문 넘었다
  6. 64만5000여 신선식품 집결…1000대 로봇이 찾아 포장까지
  7. 7창립 70주년 삼진어묵, 세계 K-푸드 열풍 이끈다
  8. 8부산 농산물값 14.2% 급등…밥상물가 부담 커졌다(종합)
  9. 9'신동빈 장남' 신유열, 전무 승진…롯데그룹 미래성장 책임역 맡아
  10. 10“안티에이징 화장품 전문…K-뷰티 중심이 목표”
  1. 1[뉴스 분석] 더 걷을 수 있었던 통행료 120억 배상…市, 지연 예상 못했나
  2. 2기장 ‘아쿠아 드림파크’ 총체적 부실
  3. 3부산울산경남, 포근한 대설…우박으로 도로 결빙 주의
  4. 4부산형 돌봄·방과후 모델 개발해 ‘교육발전특구’ 도전
  5. 5朴 “전면 규제혁신·세제감면 추진을”…시민은 정부의 차질 없는 지원 당부
  6. 6키우던 고양이에 몹쓸짓…스트레스 푼다고 죽이고 쓸모 없어졌다고 버리고(종합)
  7. 7창원서도 방송제작·영상편집 교육
  8. 8안병윤 부산 행정부시장 퇴임…국회 수석 전문위원 하마평
  9. 9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7일
  10. 10양산 자동차 범퍼 공장서 불…20대 노동자 화상
  1. 1거침없는 코리아 황소…결승골 터트리며 8호골 질주
  2. 2페디 결국 NC 떠나네…시카고 화이트삭스 간다
  3. 3오타니, 다저스·토론토 어디로 가나
  4. 4동의대 전국대학 미식축구 준우승
  5. 59언더 맹타 이소미, LPGA 수석합격 눈앞
  6. 6부산, 수원FC와 3년전 뒤바뀐 운명 되돌린다
  7. 7빅리그 데뷔 전에 대박 친 19세 야구선수
  8. 8BNK 썸 안혜지 빛바랜 16득점
  9. 9조규성 덴마크서 첫 멀티골…리그 득점 3위
  10. 10이소미 LPGA 퀄리파잉 시리즈 수석합격 도전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아무도 모르는 카르텔에 갇힌 韓 R&D 투자 철학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잊고 지냈던 나림 선생과의 재회…깊고 넓은 숲의 울림이 찾아왔다
조선산업과 인공지능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035 재도전 합리적 검토를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정보경찰 축소
롯데오카도 첫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윤 대통령 ‘부산 지원 보따리’ 총선용 그쳐선 안 된다
이제야 선거구획정안…‘게임의 룰’ 지각 버릇 고쳐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 해사법원 설치 더는 미룰 수 없다
웃음은 의외로 강력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 고려의 소와 소고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화가 장욱진이 온다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