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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구조조정의 참뜻 /최기의

어려운 시기라고 적당히 해선 곤란

어떤 위험 닥쳐도 독자적 생존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3-17 21:38:3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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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각종 경제지표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급속히 악화되어 경기침체의 터널이 언제쯤 끝나게 될지를 가늠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나 경상수지 전망 등 각종 경제 예측치들이 발표시점마다 더욱 악화되고 있으니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걱정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G 20(선진 20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경기부양 정책이 쏟아지고 있고,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대폭 내려 유사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의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으며,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 대출지원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시중의 '돈맥경화' 현상은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투자자나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신용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함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요즈음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에는 상반된 두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과거 IMF 환란시절처럼 정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살릴 기업과 퇴출 기업을 명확히 구분 짓고, 조기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은 현 경제위기와 IMF 환란시절과는 개별기업의 상황이 다르고, 또 글로벌 동반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경제위기이므로 최대한 버텨서 글로벌 경기상승기에 대비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반도체 회사인 키몬다가 쓰러지자 국내 반도체 회사의 주가가 올라갔듯이 오랫동안 버텨 살아남는 자가 경기상승기에 큰 수혜를 받게 되는 '생존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일리있는 주장이다. 전자는 적극적 구조조정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데 즉효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IMF 환란 이후 대기업 중심으로 개별기업의 체질이 많이 개선되어 강제적인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음은 물론, 향후 세계경기 회복기에 산업기반 약화로 경기활성화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 후자는 부도나 법정관리로 부실이 현재화된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보증기관과 은행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산업기반의 붕괴를 막는 유효한 방법이기는 하나, 잠재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의지를 의심받게 할 여지가 있다.

어떤 선택이 옳은가는 시간이 지나가야 밝혀질 일이겠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를 것이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최근 건설업계와 조선업계에 대한 1차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워크아웃을 통한 기업회생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 중에는 회사의 외형은 매우 큰 성장을 이루었지만 사주 일인의 독주형 경영 내지는 가족형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등 아직도 경영행태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기업들을 보게 된다. 진정한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은 이번 기회에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채권은행과의 진솔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생존을 위해 핵심자산도 처분하는 자구노력을 다하는 등 기업의 체질과 구조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이 어려운 시기를 만기연장, 이자탕감 등 채무재조정을 통해 적당히 넘기고, 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옛날의 방식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유형의 위험이 닥치더라도 또다시 외부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업 만들기가 구조조정의 참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는 시기가 멀어질수록 한계기업에 투여하는 링거비용은 더 들어가게 되고, 결국 파산에 따른 국민의 혈세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인 생존의 힘은 링거의 약기운이 아니라 결국 개별기업의 기초체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법이다. 따라서 정부 기업 금융기관의 협력을 통해 기업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진정한 구조조정이 하루빨리 실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은행 여신그룹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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