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간판탈출증·척추관 협착증 등
-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척추질환들
- 비수술법 효과없고 증상 심화 땐
- 내시경 등 최소침습 수술이 대안

“다리가 저리고 아픈데, 앉아 있기도 힘들어요.”

“주위에서 허리는 수술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두 가지는 병원 신경외과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허리와 다리 통증은 단순한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일상생활 자체를 방해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잘못된 정보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허리와 다리 통증에 관한 치료를 망설인다. 아예 통증을 참고 지내는 예도 많다.

그런데 허리나 다리의 통증과 관련한 수술이 항상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피해야 할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통증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엔 통증을 참아도 되고, 어떤 경우엔 치료를 서둘러야 할까. 거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이지욱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거인병원 이지욱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이 척추와 다리 통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거인병원 제공

■ 척추 통증, 정확한 진단이 최우선

척추의 통증은 정확한 진단을 가장 우선해서 고려해야 한다.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의 원인은 다양하다. 추간판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좌골 신경통, 척추 불안정증, 수술 후 유착, 근육성 요통 등과 같이 모양은 비슷하게 보여도 원인과 치료의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이른바 ‘디스크’로 널리 알려진 추간판탈출증은 척추 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이 어떤 원인에 의해 손상되면서 추간판 안의 수핵이 탈출, 주변을 지나가는 척추신경을 압박함으로써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추간판탈출증의 90% 이상은 허리 쪽에서 발생한다. 그 다음 8% 정도는 목 부위에서 발생한다. 추간판탈출증 시 통증은 허리 부위뿐만 아니라 엉덩이 부위의 통증으로도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게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 또는 추간공의 협착으로 마미(馬尾·척구 하단의 말꼬리 형태의 신경근 다발) 또는 신경근을 압박해 여러 신경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대부분 퇴행성에 의해 생긴다. 초기 증상은 퇴행성 척추염과 비슷하게 서서히 시작된다. 이처럼 통증은 다양하게 생겨난다. 그래서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조에서, 어떤 신경 자극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통증 신호를 안정시키는 첫 단계 치료는 신경차단술이다. 신경차단술은 과민해진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신경이 통증 신호를 과도하게 전달하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시술이다.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 급성 또는 만성 요통 등에 신경차단술을 주로 시행한다. 이를 통해 통증 신호 억제, 신경 안정화, 빠른 증상의 완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진통이 아니라, 신경 자체의 통증 반응을 조절해주는 치료이다.

다음은 신경성형술로, 꼬리뼈를 통해 카테터를 경막외 공간에 삽입한 뒤 신경 주위의 유착을 풀어주고, 자극받은 신경을 진정시키는 시술이다. 반복적인 통증이나 수술 후 유착 통증이 있을 때, 신경차단술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신경성형술을 적용한다. 신경성형술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시술할 수 있는 데다 회복이 빠르고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 수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의 ‘근본’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을 시술했음에도 통증 지속, 신경 마비, 근력 약화, 보행 장애, 대소변 기능 저하 등 증상이 동반한다면 구조적인 원인을 직접 해결해야만 한다. 수술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과거처럼 넓게 절개하고 며칠씩 누워 있어야 하는 수술이 아니다. 요즘은 최소침습 기술과 정밀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내시경·현미경 수술, 나사 고정술(척추 유합), 3D 영상 기반의 정확한 신경 감압 등을 통해 빠른 회복과 안전성을 기할 수 있다. 사실 필요한 수술을 제때 받는 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회복의 길일 수도 있다.

거인병원 이지욱 과장은 “무조건 통증을 참는 것도, 무조건 수술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자신의 척추 상태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는 것, 그것이 삶의 질을 담보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과장은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고민 중이라면, 더는 참지 말고 정확히 진단을 받아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