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흔한 꽃이 있습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흔들리는 꽃대들이 안개꽃을 닮았고, 꽃대에 조심스레 자리 잡은 꽃잎은 작은 국화처럼 보입니다. 혹자는 프라이를 하기위해 팬에 올려둔 계란을 닮았다고 계란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바로 닮은 듯 닮지 않은 망초와 개망초 이야기입니다.

작은 국화꽃을 닮은 개망초는 망초보다 꽃이 크고 예쁜편입니다. 개망초꽃은 꿀이 많아 나비와 벌들이 즐겨 찾기에 양봉업계에 도움을 줍니다. 박수현 기자

둘 다 북미가 원산이며 우리나라에는 1897년께 시작된 경인선 철도 건설 때 침목에 묻어 들어와 철로 주변을 따라 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망초는 키가 100~180cm로 작고 볼품없는 꽃을 여름 끝자락에 피어냅니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키가 작지만 6~7월에 예쁜 꽃을 피웁니다.

망초나 개망초에 붙은 ‘망’자는 민망스럽게도 ‘망할 망(亡)’자입니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들어온 망초가 공교롭게도 을사늑약이 체결되던 1905년 여름 전국에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망초가 밭에 자라면 농사를 망치고, 농사를 망치면 나라가 기울기에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화풀이가 ‘망초’에 이른 듯합니다.

망초는 번식력이 강해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잘 크지만 어느 정도 자라서 꽃을 피우면 한달내로 시들해지는데 망초의 썩은 뿔이에서 망초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성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망초를 뜯어 나물로 먹기도 했습니다. 이른 봄 어린 망초를 뽑아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으면 향과 맛이 좋았다고 합니다. 박수현 기자

그런데 망초보다는 그럴싸하게 생긴 개망초에 왜 ‘개’라는 접두사가 붙었을까요. 접두사 ‘개’는 원식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용도나 모양이 못할 때 붙이곤 하는 접두사인데 말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전국 도처에서 마구잡이로 자라는 잡초에다 망초라는 이름을 붙이고 난후 비슷하게 생긴 식물을 보고는 화가 풀리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도 구분을 해야하다 보니 만만한 ‘개’자를 붙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개망초 꽃을 보고 계란꽃이라 하기도 합니다. 꽃 가운데가 노른자, 가장자리가 흰자위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식물 이름에 ‘개’자가 붙은 예로는 개다래 개머루 개밀 개쑥부쟁이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식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망초보다 예쁜 꽃을 피우는 개망초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듯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망초와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