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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손길 거부하고 짖어대던 유기견, 먼저 와서 품 파고드는 감동

유기동물의 사랑을 찰칵 '펫토그래피' <2> 세 마리 입양한 정미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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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펫숍에서 분양받은 새끼 강아지
- 세상 떠난 후 유기견에 관심가져
- ‘마음이’ 등 세 마리 절에서 키워

- 남자만 보면 격렬히 짖던 강아지
- 정성껏 보살피자 경계 줄어들어
- “집 나가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 보금자리 찾아 돌아왔을 때 뭉클”

- ‘캣맘·캣대디’논란 소통이 최우선
- 실효성 있는 NTR 정책 고민해야

설 연휴가 끝난 뒤인 지난달 26일 부산 사하구 대티로 인근 절 ‘보타사’에서 정미혜 씨를 만났다. 그날은 유독 추웠다. 설 전까지 포근하던 날씨는 온데간데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맹추위에 귀성객들도 모두 몸을 움츠렸다.
정미혜 씨가 기르고 있는 마음이(왼쪽부터), 문수, 꽃분이. 그래픽·사진=오찬영PD
이렇게 추운 날 주인에게 버림받아 갈 곳 없는 유기동물들은 어디서 잠들까?

이날 정 씨는 “지금도 길거리를 떠도는, 한때는 반려동물이었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유기 동물을 입양한 보호자들의 속마음을 듣고, 동물들의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국제신문 신년기획 ‘펫토그래피(Petography)’ 시리즈 두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은 세 마리의 유기견을 거둔 유기동물 봉사 10년 차에 접어든 정 씨다.

■4년간 길거리 헤맨 노견 입양

정 씨가 반려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김태훈PD
인터뷰에 앞서 자리에 앉은 정 씨의 품에 노견 한 마리가 파고 들었다. 그녀는 익숙한 듯 반려견을 안아 어깨에 기대도록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 개를 ‘문수’라 소개했다. 문수는 수컷으로 15살로 추정된다. 정 씨의 손에 길러진 지 6년이 됐다. 김해의 한 대형병원 주차장에서 약 4년을 배회하던 문수는 주차장 관리인이 주는 밥을 먹으며 살았다. 꽤 오랜 시간 유기된 채 방치됐지만 구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김해의 한 사설보호소 소장에게 소식이 전해졌고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됐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지 오래인 문수는 구조를 격렬히 거부하며 도망치기 일쑤였다. 정 씨는 꼬박 4일이 걸려 겨우 구조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조된 문수는 노견이고 품종견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동안 입양이 되지 않았다. 문수는 2017년 정 씨에게 입양돼 가족이 됐다.

취재진이 보타사에 들어서자 검고 큰 개가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머리를 내어주는 이 개의 이름은 ‘꽃분이’다. 꽃분이는 2015년에 이곳에 처음 발을 들여 정 씨와 가장 오랜 세월을 보낸 터줏대감이다.

그녀는 이 집에서 가장 덩치가 큰 꽃분이를 두고 ‘아기가 따로 없다’며 웃었다. 정 씨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갈구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모습이 천상 어린아이와 같았다.

인터뷰를 이어가던 중 멀리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강아지도 있었다. 이곳에 가장 늦게 합류한 ‘마음이’다. 유독 취재진과의 거리를 지키며 낯설어하는 모습에 정 씨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마음이는 남자를 극도로 경계하는 성향이 있다”며 “아마 입양 전에 남자들에게 학대를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음이가 처음 보타사에 왔을 땐 법당에 찾아온 남자 손님이 있으면 목이 찢어지도록 짖었다. 뿐만 아니라 땅을 파는 행동을 자주 보였다. 강아지가 걱정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땅을 파는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정 씨가 보살핀 마음이의 마음병은 어느 정도 치유돼 이제는 경계는 하지만 짖거나 땅을 파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기견에서 반려견으로

문수를 안고 인터뷰 중인 정 씨에게 꽃분이가 다가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사진=오찬영PD
정 씨가 처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아지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정 씨의 아들이 펫숍에서 분양받은 새끼 강아지를 보고 사랑에 빠져 지극 정성으로 돌봤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얼마가지 않았다. 입양 일주일 만에 작고 어렸던 생명은 교통사고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속이 너무 상해 누구와 대화할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평소 마을에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을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강아지 공장이나 애견 농장에서 분양받을 게 아니라 유기동물을 보호하거나 입양하기로 다짐했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정 씨는 그 뒤로 꾸준히 유기동물 봉사단체에서 일하며 문수와 꽃분이, 마음이를 입양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 씨는 유기견을 입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유기견이라 느끼지 않을 때”를 꼽았다. 그러면서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수를 잃어버렸던 때를 떠올리며 입을 뗐다. 당시 외출 중이어서 문수를 잃어버린 줄 몰랐던 정 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인에게서 온 그 전화는 문수가 길거리를 배회하다 보타사의 닫힌 문 앞에서 낑낑거리며 앉아 있다는 내용이었다.

놀란 정 씨는 곧장 절로 향했고, 문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놀란 마음도 잠시 정 씨는 유기견 시절 주차장을 배회하던 문수가 보타사가 보금자리인 것을 인지하고 정 씨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는 것에 크게 감동했다. 그렇게 온전한 가족으로 남아준 문수와 꽃분이, 그리고 마음이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중성화수술은 탁상공론”

정 씨는 길고양이를 위한 봉사도 한다. 을숙도에서 몇 차례 길고양이와 인근 야생동물들을 위해 밥을 준 경험이 있는 그녀는 도심의 환경이 급변하며 야생동물들이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통하지 않고 사유지에 무작정 밥을 주는 일부 캣맘·캣대디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정 씨는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게 통상적인 생각이다”며 “고양이 자체를 싫어하거나, 밥을 주는 행위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해 타협점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일반인들이 노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를 포획해 안락사 시키지 않고 중성화수술 후 방생하는 것) 정책 등 정부 차원에서 움직임이 있지만 탁상공론에 가깝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근 길고양이를 구조하거나 입양하지 않고 사료만 주는 일부 캣맘·캣대디를 비판함과 동시에 TNR 정책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주장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야생 조류 촬영을 주제로 하는 유튜버 ‘새덕후’가 제작한 영상은 길고양이가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음을 연구자료를 제시하며 비판했다. 불특정 다수의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사람들 때문에 길고양이 개체가 지나치게 늘어날뿐더러 한국 생태계 특성상 천적이 거의 없는 고양이의 번식 속도는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와 동물단체가 TNR을 하고 있으나 개체 수 감소면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예산 낭비 정책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대한수의사회 지부장협의회에서도 현행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내용에서 ‘체중 2kg 미만’ ‘수유묘 중성화 원천 금지’에 대한 규정이 수의학적 근거가 없고 국제 기준에 맞지 않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TNR로 개체 수 증가를 막으려면 중성화 개체 비율이 75%를 넘어야 하지만, 2020년 기준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 길고양이 중성화 비율은 13% 이하에 그치고 있다. 협의회는 “정부가 국제적 기준에 따른 TNR정책을 도입하지 못한 채 길고양이 관련 민원 해소용으로 혈세를 허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집단도 있는 와중에, 전문가의 시선으로 볼 때 실효성에 의문이 있는 정책을 계속 펼치다간 정 씨가 말한 ‘캣맘·캣대디와 동물들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말 것이다.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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