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균에 대해 더럽거나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리며 단순히 나쁜 것으로만 생각한다. 심지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세균과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어릴 때부터 양치나 손 씻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무서운 눈매의 검은 창을 든 세균이 이를 썩게 하고 배탈을 유발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일 거다.
실제로 세균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평소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세균까지 우리 몸을 괴롭히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반려동물에도 마찬가지. 인수공통감염병인 결핵 페스트 탄저병 브루셀라증 렙토스피라증 살모넬라증 예르시니아증 연쇄상구균증 등이 대표적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질병 대부분에 치료 약이 있고 예방 접종만 잘하면 가정에서 지내는 반려동물은 평생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세균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몸에 살고 있는 상재균(특히 장내 미생물)에 의해 장·대사·간·심혈관·자가면역·뇌 질환 등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세균을 잘 조절하면 이들 질병은 일정 부분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반려동물 건강보조제로 수많은 유산균 제품이 출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려동물 건강보조제를 구매하기 전에 수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또한 세균을 통해 우리는 반려동물과 가족 구성원 간 친밀도를 확인할 수 있다. 뜬금없는 얘기라고 할 수 있지만 세균 대부분은 이동하거나 전염될 때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감염학 측면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친근감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필자가 과거에 서울대 수의대팀과 동물병원에 입원한 반려동물의 검체를 통해 항균제 내성균 분포와 세균의 역학적인 연관성을 확인하는 연구에서 이런 사실을 입증한 경험이 있다. 퇴원한 반려동물이 지닌 세균이 가족 구성원과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갑자기 항균제 내성 세균이 가족 구성원에게 전파돼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우려할 수 있지만 이런 세균은 일반인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아니라 상재균이 내성유전자만 며칠간 더 지녔다가 이마저도 버리게 돼 대부분 사람에게 무해하다.
반려동물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입증됐다. 부산시는 반려동물 복지 및 문화 확산을 위해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선언했고,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산업 특화혁신연구단지(I-URP)’를 신라대에 조성해 관련 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행정기관과 학계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실천 행위는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작은 씨앗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도 우리가 잘 이용한다면 반려동물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