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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원인 모를 아랫배 통증, 만성골반통

  • 주종길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  |   입력 : 2021-10-11 19:24:5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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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골반통’은 월경 주기와 관계없이 불쾌한 하복부 또는 골반 내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할 때를 말한다. 널리 알려진 질환이 아니기도 하고 원인 진단을 위해 여러 진료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도 ‘이상 없음’ ‘원인 모름’ 같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환자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질환이다. 결국 통증이 만성화돼 신체적 통증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생겨 사회 생활은 물론 가정생활까지 힘들게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만성 골반통은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는 여러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만성적인 증상을 의미한다. 통증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밝혀질 때도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인과적 질환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뇨기계 질환, 소화기계 질환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연성이 있어 진단이 매우 어렵다.

진단은 우선 통증이나 동반된 증상의 성질, 발현 상황에 관해 자세하게 문진한다. 여러 가능성 있는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병력, 수술력, 감염력, 생활습관, 알코올, 약물 사용 여부, 성적·신체적 학대나 사회적 스트레스 등 심인적 요인도 파악해야 한다. 신체 검진, 감염 검사, 혈액 검사, 초음파 검사, 영상 검사, 내시경 검사 등 폭넓은 검사를 시행한다.

병력 확인과 함께 각종 검사를 통해 통증의 원인이 밝혀지면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하지만 뚜렷한 한 가지 원인 질환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여러 가지 원인이 종합적으로 통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럴 땐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통증부터 먼저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므로 치료에서는 빠른 증상 완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후 심리 요법도 병행한다. 만성 골반통의 통증 조절에는 소염진통제가 가장 먼저 사용될 수 있으나 장기 복용에 대한 부작용에 주의해야 하고, 되도록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항우울제 등 정신과 약물 투여도 고려해보아야 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인성 요인에 대해서는 상담, 인지행동 요법 등 정신 요법을 시행한다. 아로마 요법, 요가 요법, 온열 요법, 한방 요법 등 다양한 보완대체의학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필요하다면 외과적 치료로 진단적 복강경, 유착박리술, 자궁절제술, 자궁천골인대절제술 등이 통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여성호르몬요법, 항알러지약, 소화기능조절약, 항생제 등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만성 골반통은 다양한 원인이 있고 여러 검사에도 한 가지 명확한 원인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절한 관리와 치료 없이 장기간 방치하면 통증이 만성화되어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삶의 질도 저하된다. 계속되는 통증을 당연시 여기지 말고 가능한 한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종길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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