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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 월드<9>수중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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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독도 수중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울릉도에서 5t 남짓한 작은 어선을 임차해 독도로 향했었다. 새벽 3시 울릉도 저동항을 떠난 어선은 시속 13~15노트의 속도로 뱃길을 열어 87㎞ 떨어진 독도에 도착하는 데 3시간이 걸렸다. 조류와 너울이 강했지만 3회에 걸친 수중탐사는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정이 순조로워 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독도에서 진행한 다이빙만 20회가 넘었으니 독도 해역은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었다. 그런데 탐사를 마치고 울릉도로 돌아가는데 배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선실 아래 기관실로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었다. 배수펌프를 가동하는데 접지가 좋지 않아 펌프는 멈추기를 반복했다. 선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황을 파악하니 필자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울릉도·독도기지 연구원이 수중탐사를 진행하는 동안 배가 너울에 떠밀리다 암초에 부딪혔다고 한다. 임차한 어선에 어군탐지기조차 없다 보니 암초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다. 울릉도로 돌아오기 위한 항해를 하자 깨어진 배의 틈이 점점 벌어지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침수가 시작된 거다. 선장은 배가 침몰할까 천천히 운항했고, 필자를 비롯해 연구원들은 배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기를 반복했다. 설상가상 기관실에 있는 배수펌프 고장으로 라면이라도 삶아 먹으려고 가지고 온 식기는 물을 퍼내는 도구 역할을 했다. 동승했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기지 연구원 중 한 명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유서를 겸한 사고보고서를 기록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울릉도로 돌아오는 데 5시간이나 걸렸다. 배에 타고 있던 일행은 모두 긴장 속에 진이 빠지고 말았다. 이날 사고는 울릉도독도 해양과학기지의 15년간 숙원이었던 ‘다목적 울릉도·독도 전용 조사선’을 건조하기 위해 정부를 설득하는 사례가 되어 올해 늦가을께 35t급 쌍동 제트선 취항될 계획이다.

암초는 항해에 나선 뱃사람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해난 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그리스 시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는 트로이전쟁의 영웅인 오디세우스가 10여 년에 걸친 귀향길에서 마주친 위기가 묘사돼 있다. 노랫소리로 사람을 유혹해 잡아먹는‘세이렌 자매’로부터 겨우 벗어난 오디세우스는 괴물 ‘스킬라’와 ‘칼립디스’가 살고 있는 두 바위 절벽 사이를 통과해야만 했다. ‘스킬라’는 머리가 여섯 개 달린 상반신만을 내놓고 지나가는 배의 선원을 낚아챘고, ‘칼립디스’는 소용돌이로 지나가는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둘 모두를 동시에 피할 수 없었던 ‘오디세우스’는 ‘스킬라’ 쪽을 선택해 선원 여섯 명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위험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리스크(risk)’는 암초나 절벽을 뜻하는 그리스인의 항해 용어 ‘리자(rhiza)’ 또는 ‘리지콘(rhizikon)’에서 유래했다.
   
독도에서 본 울릉도-독도에서 본 여명을 배경으로 한 울릉도의 모습이다.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듯 독도에서도 울릉도가 보인다.
   
독도 수중조사-울릉도에서 임차한 낚시배를 타고 독도해역에 도착한 필자가 울릉도 측 독도 기점인 똥여 앞에서 입수하고 있다.
   
독도-동해 쪽빛 바다와 하얀 파도가 빚어낸 독도는 동도와 서도를 비롯해 89개의 돌섬과 암초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독도경비대가 있는 동도(우측)과 어민 대피소가 있는 서도 사이에 흩어져 있는 돌섬과 암초들이다.
   
침수-필자가 타고간 어선이 독도해역 암초에 걸려 파손됐다. 파손된 틈 사이로 바닷물이 밀려들어 기관실이 침수되면서 갑판이 수면과 맞닿을 듯 위기를 맞았다.
●암초의 생성 원인과 이어도

암초는 크게 바위가 파도에 침식되면서 생기는 암반 형태, 모래가 퇴적된 모래톱 형태, 해저 화산의 분출로 융기된 형태, 죽은 경산호가 켜켜이 쌓이는 산호초 형태 등이 있다. 암초는 물에 완전히 잠겨서 보이지 않거나 해수면 위로 보일 듯 말 듯 노출돼 있는 것, 밀물 때는 잠겼다가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것, 파랑이 클 때 드러나는 것 등이 있다. 암초가 눈에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하기에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마다 암초를 둘러싼 전설이 하나쯤은 구전된다.

우리나라는 ‘이어도 전설’이 대표 격이다. 제주 사람, 특히 제주 여인에게 있어 이어도는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나 남편의 혼이 깃든 곳, 자신도 결국 그들을 따라 떠나게 될 곳으로 굳게 믿는 환상의 섬이요, 피안의 섬이었다. 고려 때부터 중국과 탐라(제주) 사이 바다 어디엔가 있다는 소문만 있을 뿐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섬이었다. 그런데 1900년 영국 상선이 마라도 남서쪽 152㎞ 떨어진 곳에서 암초에 부딪히면서 암초의 존재가 알려졌다. 국제적으로 이곳은 배의 이름을 따 ‘소코트라 암초’로 명명되었지만 제주도 사람은 이 암초를 전설 속에서 구전되던 ‘이어도’라 확신하게 되었다. 이어도는 해수면보다 4.6m 아래쪽에 있다. 바다가 잔잔할 때는 물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 파고가 높아지면 암초 윗부분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잠기고를 반복한다. 우리 정부는 2003년 이어도 정상부에서 남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했다.
   
이어도-우리정부가 2003년 6월 완공한 무인해양관측기지로 이어도 정상부에서 남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직원들이 2~3개월에 한 번씩 1주일 정도 머물면서 관측장비 점검 작업 등을 벌인다.
인류의 관점에서 암초는 위험의 상징이지만 수중생물에는 훌륭한 삶의 공간이다. 암초 표면은 모래 바닥이나 펄처럼 단조롭지 않다. 생긴 모양에 따라 많은 틈과 굴곡이 있어 입체적이다. 물속을 떠다니는 플랑크톤이나 영양염류는 암초의 틈이나 주름에 끼이거나 머물기에 암초를 중심으로 먹이망이 형성된다. 또한 암초는 바닷말이 부착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제공한다. 암초에 부착한 바닷말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탄수화물 등의 영양물질을 끊임없이 바다에 공급한다.
   
바다생명체의 삶의 공동체 암초- 암초는 물 밑에 숨어 있어 선박 운항에 큰 위험을 주지만 바다생명체에는 삶의 터전이다.
   
암초에 좌초된 선박-부산 사하구 다대동 북형제섬 해역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된 선박이 침몰해 있다. 암초는 뱃사람에게는 위험한 존재이다.
●인공어초

인공어초는 해저나 해중에 구조물을 설치해 해양 생물을 정착시키거나 끌어모으고, 그에 대한 보호와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어장 시설이다. 과거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공어초를 많이 만들었으나 콘크리트로 인한 백화현상 등 수중생태계의 악영향이 보고되면서 친환경 소재로 어초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폐선박을 깨끗이 청소한 후 바다에 가라앉혀 해양생물의 거주공간으로 조성하기도 한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인공어초-제주도 애월 해역 모래바닥면에 조성된 인공어초들이다. 바닷말이 부착해 있고 줄도화돔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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