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의식주’로 대변되는 일상에도 상당히 서구화가 진행돼 삶의 모습이 변화했다. 이런 서구화로 인해 유방암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저출산, 환경호르몬, 운동부족 및 비만 등이 유방암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서, 과거 전통 먹거리에 관심이 쏠린다. 그중에서 건강식품 위주로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콩제품이 우선 눈길을 끈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인 콩은 슈퍼푸드로 인정받을 정도로 우리 몸에 이로움이 많고 여러 조리방법을 거쳐 두부 두유 된장 간장 콩기름 등 다양하게 변형되어 우리 식단에서 약방의 감초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유방암 전문의 입장에서 콩제품이 유방암의 예방이나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는다. 이는 유방암의 3분의 2 정도가 호르몬수용체 양성인 암(루미날 타입 유방암)으로 콩에 풍부한 식물성 에스트로젠인 이소플라본이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동안 이소플라본과 유방암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연구에서는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다소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별 상관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실제 유방암의 고위험군인 대상집단을 통한 연구는 없었지만 얼마전 학술지 ‘BCRT(유방암연구와 치료· 2020.11)’에 그 결과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 유전성유방암연구’를 통해 구축된 집단 환자군을 이용한 유병률 연구로, 유전성유방암 유전자인 브라카(BRCA1/2)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유방암의 예방효과가 있을 것인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브라카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에서 73~86%나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예방효과가 확인됐다.
이 효과는 이소플라본을 날마다 고용량으로 복용한 대상자에게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정한 고용량은 하루 15.5mg(보통 두유 한 팩 12mg, 두부 한 모 50mg)으로 실제 브리카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들 중 그 가족에게 진행된 검사에서 확인됐다.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소플라본을 복용하면서 얻는 이익이 있을 것이고,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으나 본인은 정상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이소플라본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루에 두유 한 팩 반 정도나 두부 3분의 1모면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니. 가성비로 따져 이보다 더 좋을 게 별로 없으니 슈퍼푸드 콩을 맛있게 즐기는 게 좋을듯 하다. 갑자기 오늘 저녁에 따끈한 된장찌개에 두부를 건져먹고 싶어진다. 김구상 고신대 복음병원 유방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