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구 신선대에서 부산항을 오가는 비들을 보면 눈이 즐겁다. 항구도시의 이런 정취는 참 매력적이다. 험난한 파도를 뚫고 항해한 배들은 귀항 후 수리조선소에서 점검을 받는다.
흔히 건강검진을 배의 수리에 빗대 ‘인간 독(Human Dock)’이라 부른다. 항해를 마친 선박이 선체 점검을 받는 것처럼 인간도 정기적으로 건강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사망 원인 1~3위는 암, 심혈관, 뇌혈관 질환이다. 보통 건강검진이라 하면 암 검진을 떠올리지만 국가에서 하는 검진은 암 검진뿐 아니라 만성질환 진단을 위한 일반건강검진도 포함된다. 이는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인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을 조기 발견할 수 있게 항목이 구성돼 있다. 특히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과 대장암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율이 높아 정기검진이 아주 중요하다.
증상 없는 상태에서 위내시경을 통해 발견한 위암과 증상이 생긴 후 부랴부랴 시행한 위내시경 검사에서 발견한 위암은 예후 차이가 크다. 대장암도, 그대로 방치되면 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대장 용종을 정기 검진을 통해 발견, 그 자리에서 즉시 제거하면 대장 검사와 대장암 예방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혹 용종이 이미 대장암으로 변화됐더라도 뿌리가 깊지 않으면 개복수술 대신 내시경적 제거로 완치할 수도 있다.
만성질환도 검진을 통해 발견하면 미리 조치가 가능하다.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들은 초기 증세가 없다. 이 질병이 관리되지 않으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병으로 악화되기 쉽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통해 미리 발견하면 생활습관의 변화와 약물치료 등을 통해 더 큰 질병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진료과의 특성상 내시경 검사를 자주 한다. 조직 검사 결과, 암세포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설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설명하면 “아픈 데가 하나도 없는데 희한하네요. 확실한 건지…”라고 답하는 분이 있다.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고, 이후 그 환자의 암 치료 회신서를 받아본다. 예전에 “아픈 데 하나도 없는데 왜 암이냐”고 물었던 환자들은 대개 간단한 시술(수술)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증상이 생기기 전 검진으로 우연히 암이 발견되면 예후가 훨씬 좋다는 것이다.
폭풍우를 잘 견뎌 무사히 귀항해 독에 정박해 수리를 받는 배처럼 수십 년간 인생의 거센 파도를 헤치고 살아온 어르신들께 감히 주문을 좀 하고 싶다. “정기적으로 ‘인간 독’에 몸을 맡겨 점검을 받아보시는 게 어떠시냐”고. 이기조 웰니스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