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인 ‘번아웃(burnout)’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됨에 따라 앞으로 직장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WHO는 최근 세계보건총회를 열고 새로 마련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서 번아웃을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으로 정의하고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판단했다고 29일 밝혔다. 다만,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번아웃은 우울증, 불안 장애, 적응 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 증상의 일종인지, 이를 질병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WHO는 번아웃 증후군의 특징을 ▷에너지 고갈과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 냉소적 감정의 증가 ▷직무 효율 저하 등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번아웃은 구체적으로 직업과 관련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하며 삶의 다른 영역의 경험을 묘사하는 데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제 번아웃은 직장인에게 익숙한 용어지만, 자신이 번아웃 상태인지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누구나 겪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로 꼽힌다. WHO 정의와 달리 직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번아웃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고신대복음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호찬 교수는 “WHO의 이번 정의로 번아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 예방이나 조기 치료가 확대되는 것은 물론 우울증이나 적응 장애, 불안 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으로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직장 스트레스를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