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개개인마다 생물학적 특성과 악성도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유방암마다 호르몬 수용체와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현 여부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르게 적용된다. 지금까지 나이가 50세 이하의 폐경 전이면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초기 유방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호르몬 억제 치료만 해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0세 이상 폐경 이후의 환자는 초기라 하더라도 항암치료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부분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표준적인 치료법이었다.
‘온코타입 DX 검사’는 암세포에서 21개 유전자 활성도 검사를 해 앞으로 암의 재발 위험도 점수를 0~100점까지 매긴다. 0~10점은 저위험군, 11~25점은 중위험군, 26~100점은 고위험군으로 나눠 저위험군은 항암치료를 생략하고 고위험군은 항암요법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중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에게 항암치료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11~25점의 중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 역시 항암치료 없이 호르몬 억제 치료만 해도 재발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올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에 발표된 연구(TAILORx)는 지난 10년 동안 1만여 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온코타입 DX 검사를 통해 유방암 재발위험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림프절 전이가 없는 초기 유방암 환자로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돌연변이 증폭이 없는 경우 저위험군과 중위험군 모두 항암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체 유방암 중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돌연변이 음성인 초기 환자가 40~50% 정도 된다. 이 중 약 70%는 온코타입 DX 검사를 통해 항암치료를 면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구는 유방암 초기이지만 재발지수가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에서는 호르몬 치료와 항암치료를 했음에도 재발율이 1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 이들에 대해 재발율을 낮추는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치료의 패러다임은 점점 세분화되고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유방암이 같은 암이 아니고, 각각이 재발 위험도가 다르므로 치료도 천편일률적인 항암요법보다는 각기 암의 특성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 대부분의 환자가 항암치료를 했다면, 굳이 항암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꽤 많다는 것을 최근 연구 결과로 알게 된 것이다. 환자로서는 자기가 어떤 유방암을 앓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환자에게 좀 더 나은, 부작용 없는 치료를 제공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은 다행이다.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그 환자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 돌연변이 유전자 증폭이 음성이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초기인 것이 확인되면 환자의 암 조직을 이용해 온코타입 DX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2, 3주 안에 나와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김상원 마더즈병원 대표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