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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성숙과 전환의 시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4-29 19:23:1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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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 기관은 물론 비정부기구(NGO)들이 연합한 시민단체연대의 가치도 이들 두 가치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신념과 가치를 마음에 되새기는 일이 이처럼 뼈 속까지 아픈 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세월호를 잊고 싶은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실종자 수가 줄지 않은 채 보름이 다 되어간다.

세월호 사고는 사건이 되었고, 국가적 재난이 되었다. 우리는 세월호가 그려낸 자화상에 민낯으로 직면하고 있다. 손도 못쓰고 스러진 소녀소년들의 넋이라도 위로할 수 있으려면, 모든 책임있는 지도층은 이 총체적인 인재 앞에서 비감한 마음으로 비극을 마주해야 할 책무가 있다.

망망대해도 아닌 근해에서, 섬이며 육지며 정치망이며, 어선이며 유조선이 가득한 앞바다에서. 그것도 비스듬이 기울어진 채 수시간 떠있는 배를, 중계방송까지 해대며 300여 명의 아이들을 수장했다는 것. 단 한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이 기막힌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안전운항에 대한 감독권을 이해당사자인 해운기업들의 조합이 가지고 있단다. 퇴직 후에 그 자리로 내려앉으려는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관리대상인 기업에게 봉사하고, 해양경찰청은 안전검사를 하는 척한다. 기업을 위해 정부는 수입선박의 수명제한을 풀어준다. 적정량을 넘는 과적운항도 막을 기관이 없고 불법 개조다 뭐다 해도 관심도 없다. 그저 배를 띄우고 이윤을 내면 그만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이번 사건에서 정부의 모든 기관들이 기업의 사적 이윤추구를 위해 봉사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생명을 대가로 이뤄지는 이윤추구가 사령탑 부재, 무능력한 관료 행정과 만나서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는 후진국형 참사를 내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적 살인으로 보는 견해가 타당할 수 밖에.

비판의 화살은 선장 해운사 해경 해수부 그리고 사령탑이 되지 못했던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아이들을 죽인 건 한국형 이윤추구 기업과 이를 방조한 국가행정의 시스템이기에, 이들이 직접적인 책임당사자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뿐이겠는가? 나는, 우리는 이런 상황에 무관심하지는 않았는가? 방조하지는 않았는가? '해양마피아'만 있는가? 원전마피아, 토건마피아…말하기 민망한 복지마피아. 다른 영역도 혹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명과 평화, 안전을 위협하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모든 맘몬적 가치 숭배와 전략, 지배구조를 선택할 때 우리 모두는 무심하였던 것이나 아닌가 반추해 본다.

내가 먼저 각성하자. 그리고 이웃과 함께 각성하자. 우선, 지방선거를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이런 난국은 거시체계를 담당하는 정치와 행정으로 반드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내 안의 물욕을, 안전불감증을, 무기력감을 몰아내자. 24시간 전화상담실, 생명의전화 상담실에도 무력감으로 고통받는 이들, 평소의 우울이 더욱 깊어가는 내담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상담봉사를 하는 선생님들과 위기개입 상담가들의 호소도 무거워지고 있다. 심각한 심리사회적 외상으로 내재되고 있다. 생명의전화 신념과 가치 중에 가장 소중하게 간직한 구절을 함께 되새겨 보자. '우리는 위기상황이 성숙과 전환의 시기가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오흥숙 부산생명의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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