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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의 진료실 일기 <7> 병원 식객

제철음식부터 부침개까지… 못말리는 '식도락'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06 19:36:5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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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서 환자들이 몰래 모여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소개하면서 먹는 장면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병원 식객'이라는 표현에 잠시 미소를 지었다.

'병원 식객'이 좋아하는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웰빙' '다이어트'와 같은 시대적 흐름이 병원에서도 나타난다.

한 번 나열해 보자. 우리 병원 환자의 '베스트 5'는 나물, 멸치볶음, 감자 반찬, 된장국, 해피밀(매주 수요일 과자 등 간식을 제공하는데, 환자들이 가장 좋아한다) 등의 순이다. '워스트 5'는 고기류(특히 돼지고기), 국수 반찬, 수제빗국, 고등어, 소시지 등의 순이다. '병원 식객'이 직접 해먹는 음식도 있는데, 이 중 5가지는 나물 무침, 각종 쌈류, 생김과 간장, 생김치, 김치 및 된장찌개 등이다.

원칙적으로는 환자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만 해야 하지만, 장기 입원 환자가 이를 지키기 어렵다. 더욱이 보호자도 식사해야 하므로 병원에는 조리실 등을 갖추고 있다.

우리 병원에는 환자 침대에 식판이 없다. 재활치료의 목표가 가능한 한 빨리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어서 병원 밖 환경과 유사하게 병실에 따로 식탁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식사 때마다 파티가 벌어진다. 각자 가져온 것을 펼쳐 놓고 함께 식사하는데, 온갖 반찬이 올려지고 특히 제철 음식이 많이 등장하며, 병원 직원들이 초대받기까지 한다. 이렇다 보니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남기기 일쑤다. 심지어는 손도 안 대고 다시 배식 카트에 실려나간다. 하루 세 끼니를 이처럼 해결하는 병실도 있다. 주말이 되면 장을 같이 보러 가고, 제각기 가져올 음식을 미리 정해놓기도 한다. 보호자가 병실 내 전 환자를 한 차에 싣고 외식을 나가기도 한다. '식객'에서 '식구'로 변해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흐뭇하다. 퇴원한 뒤에는 계 모임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비만 오면 부침개가 등장한다. 옆 병실과 직원들에게도 나눠 주려고 준비하는 재료의 양이 엄청나다. 냄새도 나고 화재 위험도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언짢은 일도 생긴다. 부침개에 막걸리가 등장하고, 나중엔 소주까지 나온다. 양주에다 '소맥' 폭탄주도 등장한다.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사고는 생긴다. 서로 싸우고 때리고, 잘 걷지 못하니깐 치료실 매트에 실례를 보기도 하고….

병원에서 많은 환자가 식사시간을 기다린다. 이게 유일한 기다림이기도 하다. 몇 개월째 가족이 오지 않는 환자도 많다. 그런 환자들에게 병원 식사가 기다림이 된다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예전에 일본에서 공부할 때 한 병원의 소개 자료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일본에서 환자식이 제일 맛있는 병원'….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올까. 진료실 밖으로 '밥차'가 지나간다.

아주재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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