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이 생기고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게 좋다. 사진은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인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혈류성은 조기 발견땐 호전
- 뇌세포 위해 폐·심장 튼튼히
- 뇌졸중·고혈압·성인병 예방
- 적극적인 두뇌활동 유지
- 활발한 야외생활도 도움

최근 70대 노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간병 살인'으로, 치매가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사건이다. 치매는 노인성 질환이고, 급속히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환자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것 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노망이라고 불리는 치매는 특히 더 그렇다. 뇌 세포는 몸의 다른 세포와는 달리 일단 손상이 되면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장애=치매 아니다

치매의 정확한 뜻은 인지기능의 저하와 사회적 능력의 소실로 일상생활의 장애를 가져오는 병적 증상을 말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수없이 많지만 크게 알츠하이머 치매, 뇌혈관에 의한 혈관성 치매, 알코올중독 후천성면역결핍 등 그 밖의 질환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전체의 80~90%를 차지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노년기에 많이 생긴다.

초기 증상은 기억력의 장애다. 때문에 주위에는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치매가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을 많다. 하지만 기억력의 장애만이 치매의 증상은 아니다. 치매는 뇌의 전반적인 지적 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므로 기억장애와 함께 언어장애, 계산력 저하, 성격 변화, 감정조절 약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환자 자신의 일상이 파괴될 뿐 아니라 가족 및 보호자의 삶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

치매는 조기검진 등을 통해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원인 모르게 뇌세포가 죽어가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로선 치료가 어려워 예방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호전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경우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혈관성 치매는 뇌세포의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혈류의 장애 때문에 발생한다.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안쪽에 피 딱지가 앉게 돼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차단되고 뇌세포가 죽게 된다. 혈관이 막히면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발음이 나빠지고, 얼굴이 비뚤어지며 언어 장애 등이 나타난다.

따라서 뇌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극소화하고, 뇌세포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폐나 심장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혈관성 치매를 막을 수 있다.

■두뇌활동 긍정적 생활 중요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두뇌활동을 해야 한다. '고스톱 좋다'라는 말이 있지만 입증된 바 없다. 이 보다는 독서와 같이 머리를 많이 쓰는 활동이 인지기능의 저하에 효과가 있다. 책 읽기나 외국어 공부, 글쓰기 등 적극적인 두뇌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또 규칙적인 운동은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게 해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고 치매 위험도 낮춘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등 성인병 예방 역시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 즉시 금연하고 술은 한번에 1~2잔씩 1주일에 3회 이하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항산화효소가 포함돼 있는 야채나 과일을 먹는 등 뇌건강에 좋은 음식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음식은 싱겁게 먹도록 노력하며 과식하지 않아야 한다. 육류 섭취는 줄이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느 한 음식만 먹는다고 치매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균형 있게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는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이 생기고 치매가 발병하는 요인이 된다. 반면 활발한 사회활동은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긍정적이고 건전한 생활태도를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다. 도움말=박진세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 예방 위한 행동수칙

1. 머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책 읽고 기억하고 배우는 습관 생활화

2. 치매 위험 높이는 요인(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음주 흡연) 제거하라

3. 1주일에 2회 이상,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 하자

4. 활발한 사회활동, 긍정적인 생활태도 유지하고 우울증 외로움 피해야

5. 뇌 건강 좋은 음식(야채 과일 저지방·저콜레스테롤 등) 섭취하라


# 노인 네 명 중 한 명 '치매 예비군'

노인 네 명 중 한 명은 인지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치매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 기능상태·수발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665명의 인지기능을 검사한 결과 응답자 8851명 가운데 28.5%가 '인지기능 저하' 판정을 받았다. 검사는 주로 치매 선별에 활용되는 '한국형 간이 인지기능검사'가 사용됐고 각 노인의 학력과 연령을 고려해 인지 저하 여부 판정이 이뤄졌다. 연령대별로는 ▷65∼69세 15.5% ▷70∼74세 25.0% ▷75∼79세 35.9% ▷80∼84세 41.6% ▷85세 이상 67.1%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인지기능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노인의 비율이 높아졌다.

전체 조사대상 중 7%는 옷입기, 세수·양치질·머리감기, 목욕, 식사, 방 밖으로 나가기, 화장실 이용, 대소변 조절 등 7가지 일상생활 수행능력 가운데 적어도 하나 이상에서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14%는 몸단장, 집안일, 식사준비, 빨래, 약먹기, 금전관리, 근거리외출, 물건구매, 전화이용, 교통수단 이용 등 10가지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에서 완전 자립이 어려운 것으로 판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