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60>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⑥ MBC ‘인간시장’

‘장총찬’이 보여준 내 십대의 영웅신화

  • 장은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4-07 20:00:14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88년, 대한민국과 우리에게 수많은 일이 벌어진 격동의 해였다. 민주항쟁을 거쳐 직선제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 취임했으며 9월에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사람들은 앞으로 열릴 90년대가 가져올 희망을 꿈꾸기도 했다. 그해 5월 MBC가 방송한 드라마 ‘인간시장’에는 장총 대신 정의의 칼날을 겨누며 사회 부패와 비리를 해결하는 한 젊은이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인간시장’은 소설가 김홍신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80년대엔 소설을 각색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박경리의 ‘토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작품이 인기 드라마가 됐다. ‘인간시장’은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만든 초창기 드라마로, 이 두 사람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를 거쳐 ‘태왕사신기’까지 최고 콤비로 활동한다.

연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한 편으로 대학로 스타로 떠오른 신예 박상원이 주인공 ‘장총찬’ 역을 맡아 범죄·비리 현장을 쓸어버리는 활약상을 보고 여고생이던 나는 열 일 제쳐두고 환호했다. 선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사로잡혀 바로 팬이 된 나는 문방구에서 박상원 스티커·사진을 한 보따리 사 필통에 도배했다가 기습적인 가방 검사 때 죄다 압수된 쓰라린 사건도 겪었다. ‘인간시장’이 인기를 끈 것은 80년대로 넘어오며 급증한 범죄와 한국의 암울한 현실을 송지나 작가가 ‘추적 60분’에서 직접 취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실감 나게 그린 덕분이다. 국내 첫 밀리언셀러인 원작소설의 완성도도 한몫했다. 훗날 K-드라마가 한류 콘텐츠로 각광받게 한 초석을 다졌지만, 제작 환경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8년 전 유명을 달리한 김종학 감독에게도 거듭 애도의 뜻을 표한다. 그가 연출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신의’ 이후 김종학의 또 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종 무기 없이, 현란한 특수효과 없이 발차기 하나로 정의를 실천한 장총찬. 그가 보여준 내 십대의 영웅신화는 그렇게 기억 뒤편으로 사라져갔지만, 한 ‘드라마 키드(kid)’를 감동시켜 언젠가 ‘인간시장’처럼 통쾌하고 영향력 있는 드라마를 쓰겠다는 작가의 소망을 품게 만든, 내 인생의 드라마이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4. 4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5. 5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6. 6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9. 9“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7. 7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8. 8“北 김주애 후계 내정자 입지 강화…키 160cm·몸무게 50kg 이상”
  9. 9‘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10. 10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1. 1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2. 2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3. 3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6. 6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붕괴 원인 조사 기간 7주간 연장
  7. 7정부 '발전 5사 통합준비委' 발족…내년 10월 단일법인 출범
  8. 8공정위, 5개 항공사의 부산~괌 노선 공급 좌석 축소 요구 거부
  9. 9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10. 10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0. 10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4. 4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5. 5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6. 6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7. 7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8. 8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9. 9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10. 10‘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