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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응인 시인이 찍은 위양못 사진. |
‘위양못 마실’(수우당)은 밀양에 사는 이응인(사진) 시인이 펴낸 시·사진집이다. 그는 1987년 무크지 ‘전망’을 거쳐 시단에 나와 농부가 농사 짓듯 교사가 학생 기르듯 성실하게 시를 쓰며 시 세계를 가꾸었다.
어느 시기부터 그가 펴내는 책 제목에 ‘밀양’이 들어갔다. 그가 엮은이로 참여한 책으로 ‘밀양설화집 1·2·3권’ ‘그래 밀양의 옛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밀양문학사’‘들려주고 싶은 삼랑진 이야기’가 있다. 모두 밀양을 담았다. 지난해 펴낸 시집 ‘이건 폭탄이 아니외다’는 일제에 항거한 많은 밀양 사람을 시로 불러내고 형상화했다. 밀양 세종고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쓴 정겹고 간결한 서정시 못지않게 그가 요즘 보여주는 밀양 사랑은 독자를 소리 없이 끄는 보편의 힘을 발휘한다.
‘위양못 마실’ 머리말에 시인은 썼다. “1, 2부는 이십여 년 위양못 마실 다니며 쓴 시들이고 3부는 시골과 자연이 슬그머니 건네는 쉼표들이고 4부에는 완재정(위양못에 있는 정자 이름)과 학산 선생의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이 사시사철 찍은 위양못 사진도 풍부하게 실었다. 이 시집에 실린 위양못 사진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어떤 사진은 드높은 사진 기술을 지닌 전문가가 잘 찍지만, 어떤 사진은 찍고 싶은 대상과 충분히 오래 교감하며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된 보통 사람이 잘 찍는다.
시 ‘어떤 초대장’이 담은 초대에는 신비로운 자연 기운이 섞여 있다. “특별 연주회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걸어서 오시길 바라며/ 우산은 허용됩니다.// 어디로 들어서건/ 발 딛는 곳마다 공연장이란 걸/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때죽나무 작은 종은 댕 댕 댕 울리고/ 서어나무 잎을 은근히 두드리다/ 왕버들과 끝없이 손바닥 마주치다가/ 저 못물에 튕겨 울리는 선율.// 완재정 기왓골 아래 종종거리는 가락과// 바람이 간간이 걷어가는 쉼표들./ 이내/ 천지 가득 아슴한 숨결만 남고// 위양못 비 내릴 때/ 혼자 오시길 바랍니다.”(전문)
이렇게 읽고 무심하게 책장을 넘기면 위양못 물빛과 완재정 정경과 때죽나무 풍경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책 속에 들어앉아 있다.
“연락도 안 닿는 아득한 곳에서/ 빗방울들은 어찌 알고 여길 찾아왔나.// 새초롬히 어정대다 이내 동동 넘나들고/ 그윽이 멀어졌다 까마득히 지워지기도 하네.// 사라져가는 것들 낮게 깔리는 재잘거림/ 그 빈자리마다 찰나로 수 놓은 침묵/ 비어 가득한 위양못.// 뒤꿈치를 든 빗방울들/ 오후 세 시의 조용한 난장.”(‘겨울비 찾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