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여 독서토론을 한다면 어디서 할까. 쉽게 떠오르는 장소는 집이다. 그런데 다른 곳을 선택한 가족이 있다.
‘서랍을 연 날’의 저자 윤국희 씨 가족은 처음에 카페를 선택했다. 10년을 이어온 가족독서토론은 저자에게 단순한 독서의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와 ‘우리’를 잇는 관계의 의미를 발견하고, 흩어져 있던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서랍을 연 날’은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카페를 선택했던 이유를 이렇게 썼다. “집에서는 독서 모임을 하지 않는다. 외식 후 카페에서 독서토론을 한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이 안이 가족독서모임을 지속시키는 윤활제 역할을 했다. 모임 초반에는 가족 모두가 독서토론 초보자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만약 집에서 독서토론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의견이 다를 경우 자기 생각을 고집하다 언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 카페라는 공간은 암묵적으로 가족 모두를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했다.”
가족은 카페에서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과정을 익혔고, 토론으로 설득하고 이해하는 것도 배웠다. 집은 편하다 못해 자칫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카페는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화상토론도 하게 되는데, 그 장면도 상상해 보니 재미있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은 분할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도 가족사진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남편 차성환 씨는 이런 제안을 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모임의 주된 목적이지만 예로부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먹는 즐거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맛있는 식사 먼저하고 하는 건 어때?” 가족 모두가 동의했다. 이렇게 되면 독서토론 하는 날이 가족이 모여 맛있는 외식을 즐기고 카페로 가는 날이다. ‘신의 한 수’로 보인다. 독서토론 모임이 기다려질 것 같다.
그런데 이 가족은 왜 독서토론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책을 싫어하는 셋째 아이의 제안이었다. 대학생이 될 셋째는 영화과 입학을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책이라도 읽어 둬야 할 것 같은데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 가족 모두를 끌어들인(?) 것이다. 가족독서토론은 그렇게 시작됐다.
저자는 지난 시간을 이렇게 돌아본다. “가족독서모임을 하면서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다.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대화였다. 어느새 십 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가족애와 가족의 중요성만을 알게 되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라는 공동체와 ‘나’를 연결하는 고리의 발견이자 기억과의 만남이었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 가족에게 독서토론은 ‘밥상’이었다.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밥상에서 밥을 먹듯 책상과 식탁에서 세상을 살아갈 양식을 먹었다. (…) 그 맛에 취해 어느새 가족은 금수저가 아닌 책수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