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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주 책방’. 써니 그림. 우리나비 제공 |
- 전국 구석구석 지역서점 33곳
- 10개 주제 운영자 이야기 담아
- 영화·미술·경제학 지식 곁들여
- 다정하고 따뜻한 삽화도 매력
작은 책방을 보면 반가움보다 걱정이 먼저 든다. “책이 좀 팔려야 할 텐데, 그래야 저 자리에 책방이 오래 남아 있을 텐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경제학자는 오늘도 동네책방에 갑니다’를 쓴 저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김인규 저자는 경제학자이지만 경제학 너머의 거의 모든 것을 궁금해한다. 몇 년 전부터는 동네책방만의 문화와 분위기에 푹 빠져, 강의가 없는 날이나 방학이면 남쪽 끝 ‘밤수지맨드라미’부터 북쪽 끝 ‘북끝서점’까지 전국의 책방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써니 작가는 동네책방의 아늑함과 따스함, 정갈함과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두 저자는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동네책방 33곳을 직접 찾아가 책방지기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일과 사랑, 좌절과 도전,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책과 영화 미술 음악 경제학으로 뻗어 나간다.
전국 33곳의 동네책방은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소개됐다. 지명 다음 작은따옴표가 책방 이름이다. 그 이름 하나하나가 특이하고 예뻐서 다 불러본다.
책 초반부에서는 여행을 중심으로 서울 ‘책크인’과 가평 ‘북유럽’을 찾아간다. 울산 ‘소담쓰담’, 남해 ‘아마도책방’, 창원 ‘묘책’, 순천 ‘서성이다’, 여수 ‘낯가리는 책방’ 등을 찾아가서는 일과 사랑, 여성의 삶을 생각한다.
대구 ‘담담책방’, 인제 ‘책방 나무야’, 원주 ‘터득골북샵’에서는 종교와 구원, 해탈을 이야기한다. 서귀포 ‘유화당’, 인천 ‘문학소매점’, 속초 ‘문우당’에서는 한국 문학의 세계로 들어간다. 점촌 ‘책숲서점’, 문경 ‘반달책방’, 상주 ‘좋아하는 서점’, 충주 ‘온다책방’에서는 문학청년을 만난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선은 더욱 넓어진다. 제주 우도 ‘밤수지맨드라미’, 광주 ‘책과생활’, 부산 ‘동주 책방’에서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한다. 부산 ‘이책저책’, 대전 ‘우분투북스’, 대구 ‘심플책방’에서는 청년 실업을 생각한다. 서울 ‘소요서가’, 강화 ‘책방시점’, 전주 ‘서점 카프카’에서는 철학에 빠져본다.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고성 ‘북끝서점’, 수원 ‘탐조책방’에서는 모녀 관계와 청춘의 삶을 들여다본다. 마지막에는 춘천과 천안의 책방들을 찾아가 사라지고 변해 가는 공간의 흔적과 그럼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돌아본다.
책방이라는 공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부의 깊이’를 슬쩍 들이미는 책이다. 저자는 책방지기들의 이야기에 자신이 읽은 책과 본 영화·드라마를 연결하고, 경제학자의 지식을 더해 한 걸음 깊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어렵게 읽을 필요는 없다. 우연히 들어선 책방에서, 책방지기와 손님의 대화에 끌리고, 어느 순간 슬며시 옆에 끼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으로 읽으면 된다. 동네 책방은 원래 그런 곳이다.
글로는 전하기 어려운 책방의 다정하고 소박한 공기를 전하는 써니 작가의 그림도 매력 있다. 여행 오면 꼭 들러보라고 손짓하고, 한번 읽어보라며 책을 건넨다. 공연과 전시, 영화 상영이 이루어지는 예술 공간이자 독서 모임과 글쓰기 강좌가 열리는 문화 공간이고,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작은 공동체인 책방. 아는 동네책방 한 곳은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