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안(사진) 시인의 시집 ‘터치터치’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고독이 고백이 되는, 2부 유턴이 없는 길, 3부 발이 시려운 밤, 4부 봄은 짧고 통증은 깁니다. 시집 속으로 들어가 보니, 날이 선 예민한 고독을 숨이 턱 막히게 잘 표현한 참신한 시구를 많이 만난다.
“봄밤은 젤리// 고독이 고백이 되는”(‘봄밤’ 중), “어른이 되는 건, 별을 잃고 밤을 얻는 것”(‘너머’ 중), ‘뭉개진 두부처럼 누워 있습니다// 천장에 얼굴 없는 모자가 떠다녀요//나는 요람을 탄 채 꼼짝할 수 없어요”(‘침대 위의 두부’ 중).
정 시인의 202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한 오후’는 그해 주목받은 신춘문예 성과였다. 시의 일부는 이렇다. “… 그러니 우리 헤어지는 게 좋겠어 밀려서 여기까지 왔는지 빌려서 여기까지 왔는지 진절머리와 전갈머리는 무슨 관계인지 거울 속에 겨울이 있잖아 말 많은 세상 발밑을 조심해 그럼, 이제부터 그림 공부나 해볼까.”
많은 작품에서 언어의 리듬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명료한 인상을 주면서도 우리네 현대인의 쓸쓸함이 먹물처럼 묻어나온다. 이병식 문학평론가가 이 시집에 쓴 정희안 시집 해설 제목은 ‘고독한 자기 응시의 시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