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 ‘어제 입은 후드티…’ 발간
- 조리과정 앞치마 바뀌는 까닭 등
- 일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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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청소년 문학가 안미란 작가가 노동을 주제로 쓴 신작 ‘어제 입은 후드티, 오늘 먹은 급식은 누가 만들었을까’(우리학교 펴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 기자 |
“엄마, 우리 학교 급식실 아주머니들은 앞치마 색깔이 여러 가지야.” … “그거? 용도가 달라서 그래. 음식 재료 다듬을 때 입는 거 따로, 조리할 때 입는 거 따로야. 만약 튀김 요리를 하다가 불고기 양념을 하게 되면 앞치마는 물론 장갑까지 다 갈아 껴야 해. 급식 끝나고 청소할 때 다른 앞치마랑 다른 장갑 끼고 장화도 딴 걸 갈아 신지.”
“조리할 때랑 뒷정리할 때랑 다 다른 장화를 신어야 하는데 이게 엄청 덥고 미끄러워. 가스불이 활활 타고 전기를 쓰는 조리 기구들이 마구 돌아가니까 안이 얼마나 덥겠어? 발에 땀은 차지, 바닥 물기 때문에 미끄럽지…. 어휴, 말도 마. 아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니까.” 나(주인공 한솔)는 급식실에서 일하는 분들을 조리 실무사라고 부르는 줄 처음 알았다. (102~103쪽)
신간 ‘어제 입은 후드 티, 오늘 먹은 급식은 누가 만들었을까?’(글 안미란·그림 정진희·우리학교 펴냄)를 읽다가 이 대목에서, 부산 북구 화명동에 사는 저자 안미란 아동문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몰랐던 급식실 노동의 세계에 놀랐기 때문이다. ‘귀를 기울이면: 돌봄 노동부터 플랫폼 노동까지 일상 속 숨은 노동 이야기’ 시리즈로 최근 나온 이 책은 AI 시대에 더 엄청난 변화가 닥친다는 ‘노동’을 생각하는 어린이·청소년 책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안미란 작가는 이름난 중진 문학인이다. 1996년 동쪽나라아동문학상으로 동시인으로 등단했고, 2001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이 당선돼 동화작가가 됐다. 책을 많이 냈는데, 2023년 펴낸 ‘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창비)로 권위가 높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아너리스트 한국 후보 작가에 올랐다. 2024년에는 부산문화재단 ‘올해의 포커스온’ 문학 부문에 선정됐다. 안 작가는 노동·직장·직업·인권 같은 삶의 현실에 관심이 깊다.
“제게는 서울 가리봉동 독산동 구로동 정서가 있어요.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고, 작은 공장이 밀집한 곳이었습니다. 대학 88학번으로 철학을 전공했는데, 나인 투 파이브(정규 직장)로 근무한 적은 없지만 젊은 시절 학습지 교사 등을 하며 치열하게 살았어요.” 청소년·어린이 출판 영역에서 노동을 다룬 책이 흔치 않기에, 집필 계기를 묻던 인터뷰는 작가가 살아온 이야기로 번지고 있었다. “1997년 부산 와서, 애 엄마가 된 2000년대 초 부산의 단체 ‘이주민과함께’와 인연을 맺으며 이주노동자를 꾸준히 만난 것은 (노동 곁으로 다가간) 큰 동기가 됐습니다.”
“저 자신이 생계형 작가입니다. 쉬지 않고 썼죠. 여러 일 가운데 동화 창작이 돈이 제일 안 됐는데 저는 그 일이 제일 좋았어요. 가난했고 힘들었고, 책이 안 팔려 아르바이트하러 식당에 갔지만 손이 느려 그마저….” 지금 우리 사회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균형감 있게 전하는 이 책을 쓰며 저자는 80대 정영자 할머니를 만났다. “진주햄 노동자이셨고, 페인트공으로 긴 세월 일하며 노동자이자 가장으로서 긍지를 지닌 분입니다.” 안 작가는 “그분을 만나 일하는 손이 아름답다는 깨우침을 얻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2023년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의 활동가를 인터뷰하고 ‘나, 활동가’를 펴내는 등 이 분야에 관심이 높던 차에 2024년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접한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계약을 3건 했다”며 플랫폼의 힘을 짚었다. 안 작가는 “함께 살아가면서 이 세상에 보탬이 됐음을 증명받는 길 또한 노동에 있다고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