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복합문화공간 F1963 석천홀에서 열린 장-미셸 오토니엘의 전시 ‘사랑 안의 미로’에 설치된 작품. ‘코스모스’. 문화재단 F1963 제공 |
- 문화·예술 공간 변화 10주년
- 유리공예 작품 100여 점 전시
- 황금연꽃 등 빛과 반짝임으로
- 자연·물·우주 생명력 담아내
‘사랑의 유리 구슬’을 전 세계 곳곳에 비춰온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전시가 부산에서 펼쳐졌다. 복합문화공간 F1963 석천홀에서 그의 전시 ‘사랑 안의 미로’가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이 전시는 시작 전부터 화제였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F1963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문화재단 F1963이 주최하고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부산 성공 개최를 위한 공식 협력 전시로 마련됐고, 세계적인 명성의 오토니엘 작품 100여 점을 공개한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고려제강의 폐공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되살린 F1963의 장소와 상처를 빛으로 감싸안는 오토니엘의 작품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점도 기대를 높였다.
프랑스 출신의 오토니엘은 사랑과 상처, 치유의 서사를 유리 공예 등의 작품으로 선보여왔다. 199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 IX에서 선보인 유황 조각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 아비뇽 교황청 등 유명 장소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쳤다.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서울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부산 전시는 그가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었던 대형 전시를 바탕으로 마련했으며, F1963의 공간에 맞춰 신작을 포함해 최근 2년간 제작한 대표작 100점을 전시했다. 국내에서 열린 그의 전시 중 최대 규모이다.
유리 공예와 유리벽돌 등 ‘유리’를 바탕으로 작업한 그의 전시는 ‘빛’과 ‘반짝임’으로 가득하다. F1963 석천홀 입구가 아닌 반대편 야외 공간 달빛정원에서 시작하는 전시는 물에 띄운 ‘황금 연꽃’의 생명력 넘치는 기운으로 문을 연다.
 |
| ‘푸른강’. |
전시장에는 꽃, 물, 우주 등을 반짝이는 유리로 담은 작품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2000여 개의 유리벽돌로 물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과 그 위에 매달린 유리 조각 ‘매달린 연인’ ‘목걸이’ 등은 푸른빛 기운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바다를 낀 도시 부산을 생각하며 설치한 작업답게, 조명 아래 펼쳐진 유리벽돌은 마치 반짝이는 바다의 윤슬 같다. 공중에 매달린 유리 공예 작품을 찬찬히 바라보면 기포 등이 보인다. 작가는 액체에서 고체로 굳어지는 유리 제작 과정에서 생긴 흠집을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상처와 연결하며 예술로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어지는 공간에선 꽃을 주제로 한 석판화 연작이 펼쳐진다. 벚꽃 등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신작이 포함된 공간으로, 작업의 기본 바탕이 되는 드로잉과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꽃 자연 등이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꽃으로 표현된 자연은 다음 공간에서 ‘순환하는 물’로 흐른다. 황금빛 벽돌 위에 빛나는 분수는 생동감 넘치고 순환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자연을 넘어 우주로 향하는 공간에서는 인간의 서사가 우주의 광활함에 녹아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비뇽 교황청 대예배당의 천장을 수놓으며 처음 공개됐던 지름 4m 크기의 ‘코스모스’와 12개의 별자리를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 연작은 거대한 우주의 질서를 펼쳐 보이며 인간과 우주를 연결한다.
 |
| ‘원더 블록’ . |
이어 마지막 공간은 유리벽돌 모듈을 쌓은 ‘원더 블록’ 연작으로 채워졌다. 작가가 2010년 인도를 여행하던 중 언젠가 집을 짓기 위해 흙벽돌을 쌓아둔 현지 사람을 보고 영감받은 작품으로, 그는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닌 삶을 향한 희망의 기본 단위로 벽돌을 하나씩 쌓았다. 제단처럼 쌓아 올린 벽돌 사이를 거닐다 보면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 위에 있는 듯하다. 그렇게 자연과 사랑, 우주로 이어진 미로를 거닐며 투명함과 반짝임을 통해 치유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난달 27일 열린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오토니엘 작가는 “서로 다른 예술이 만나는 공간 F1963과 어우러진 장소 특정적 전시”라고 소개하며 “자연과 꽃, 물, 우주가 펼쳐진 각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월 31일까지. 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