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한시(漢詩)집이 출간돼 독자를 찾아왔다. 국제신문에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을 2020년 9월부터 연재하는 조해훈 시인이 한시집 ‘은자(隱者)가 사는 곳’(인타임·표지)을 펴냈다.
‘은자가 사는 곳’에는 한시의 형식미와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기가 함께 숨 쉰다. 예스럽고 한 템포 느리며 깊이 사유할 수 있게 해주기에 한시는 현대에 재발견해 생활 속으로 끌어들일 만한 장르다. 조해훈 시인은 이 한시집에서 밭에서 땀 흘려 일하고, 산골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 공부하며, 산을 바라보고 깊이 사유하는 일상을 담았다. 의고( 擬古·옛것에 기대고 옛것을 본뜸)에 그치지 않고 오늘·여기·우리 삶과 미의식을 표현한다.
‘산거소망(山居所望)’이라는 수록 작품은 ‘산에 살며 바라는 소망’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흘러간다. 화개동수입강류(花開洞水入江流), 화개동 물은 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첩장연천쇄모수(疊嶂漣天鎖暮愁), 겹겹의 산은 하늘에 이어져 저녁 시름을 가두네. 목압촌중차일잔(木鴨村中茶一盞), 목압마을에서 찬 한 잔 마시며. 송창등하서천추(松窗燈下書千秋), 소나무 창가 등불 아래 천년의 책을 읽는다네.
시인은 이 시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적적무명도백두(寂寂無名到白頭), 고요히 이름 없이 백발에 이르고 싶다네. 많은 시구가 류·수·추·두 등으로 끝나면서 운율을 이룸을 알 수 있다.
조해훈 시인은 시단의 중진이다. 1987년 ‘오늘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니 내년이면 시인 등단 40주년이다. 시집을 여러 권 냈고 2021년 최계락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30여 년 국제신문에서 문화전문기자 등으로 활약했으며 고고학 박사 과정을 마쳤고, 한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런 바탕 위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온 풍부한 한문학·한학 자료를 가꾸고 공부하며 한시를 쓰는 정통파다.
이번 시집에는 평생 쓴 한시 500여 수 가운데 100수를 실었다. 그는 “한시는 언어의 절제와 함축을 통해 더 적게 말하면서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