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65> 함경도해안지도첩

조선의 북쪽 바다를 펼치다

  • 권유리 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장
  •  |   입력 : 2026-07-09 19:38:36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함경도해안지도첩.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지도는 땅의 모습을 그리지만, 때로는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까지 보여준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함경도해안지도첩(咸鏡道海岸地圖帖)’은 조선 후기 북방 해안의 지형과 어촌 마을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은 지도로, 현재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지도첩은 총 35면으로 구성되었으며,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절첩 형태로 제작되었다. 지도를 길게 펼치면 남쪽의 덕원부에서 북쪽의 단천군까지 조선 동북부 해안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북한의 원산과 문천에서 영흥 정평 함흥 홍원 북청 이원을 거쳐 단천에 이르는 지역이다.

지도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푸른 바다와 청록색 산줄기, 주황색으로 채색된 마을이다.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마을과 섬에도 색을 입혀 각각의 위치와 규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지도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화려한 채색보다 지도 곳곳에 적힌 숫자와 설명이다. 해안 마을마다 읍치까지의 거리, 가구 수, 마을 앞바다의 수심도 빠짐없이 기록하였고, 일부 지역은 가까운 바다와 먼바다의 깊이를 따로 표시할 정도로 구체적이다.

마을의 규모도 단순히 마을의 위치만 점으로 표시한 것이 아니라,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과 가구 수를 함께 나타내 당시 해안 마을의 규모까지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흔히, 조선시대 함경도 지도라고 하면 국경 방어를 위한 군사용 지도를 떠올린다. 함경도는 북방의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기존 지도에는 진(鎭), 병영(兵營), 봉수(烽燧) 같은 군사시설 중심으로 제작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경도해안지도첩’은 이러한 군사시설이나 해상 방어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수심은 어선의 출입과 정박, 어업 활동에 직접 관계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이 지도는 단순한 해안 방어용 지도가 아니라 해안 마을의 지리와 생활 기반을 파악하려는 행정적 목적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 지도는 지도 속 기록을 통해 제작 시기도 추정할 수 있다. 덕원부 신안 지역에는 “주부자와 송우암의 서원이 있었으나 지금은 훼철되었다(新安有朱夫子宋尤庵書院 今以毁撤云)”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여기서 송우암은 덕원으로 유배되었던 우암 송시열을 가리킨다. 덕원 사람들은 그의 학문을 기리기 위해 용진서원을 세웠으며, 이 서원은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훼철되었다. 따라서 이 지도는 1871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지도는 과거의 공간을 종이 위에 옮겨 놓은 기록이다. ‘함경도해안지도첩’은 오늘날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조선의 북쪽 바다를 150여 년 전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지도 앞에 서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이 그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고 조사하며 기록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8. 8[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부산 국힘, 가덕도특별법 개정방침에 “국회에 책임 떠미나” 비판
  8. 8‘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9. 9[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10. 10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4. 4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5. 5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6. 6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7. 7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8. 8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8일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5. 5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