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정의 손녀, 자신의 이름 찾다
- 고기 장수 박세죽/김해원 글·양상용 그림/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푸른숲주니어/1만5000원
“1928년 형평전국대회 여성 대의원 박세죽”. 단 한 줄의 기록에서 시작해, 1920년대 일제강점기 경남 진주의 형평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십 대 소녀 박세죽의 뜨거운 성장 서사로 압축한 청소년 소설. 백정의 손녀로 태어난 세죽이 세상에 맞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평등과 존엄, 정체성이라는 삶의 가치를 정면으로 통찰한다. 김해원 작가는 1920년대 생활사와 진주 사투리를 완벽 재현했다. 양상용 작가의 그림은 당시 일상과 정서를 생생하게 담아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 낡은 시골집이 살아나는 과정
- 손을 찬양하다/헤수스 카라스코 지음/민음사/1만8000원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인 헤수스 카라스코의 국내 첫 번역 작품이자,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 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상 2024년 수상작. 이 소설은 철거될 집을 고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소설 속 화자는 가족과 함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낡은 시골집을 오가며 10년을 보낸다. 집의 벽을 뜯고 부엌을 고치고 포도 덩굴을 손보고 닭장을 지었다.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채로, 망가지면 또 고치면서. 이 어슬픈 수선을 통해 정작 변한 것은 집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버려진 시골집이 살아나는 과정을 담은 반짝이는 치유 소설이며,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생각하게 한다.
# 선재 스님의 인생 발효 에세이
- 나를 살리는 음식들/선재 스님 지음/나무의마음/2만3000원
대한불교조계종 최초의 사찰 음식 명장(1호)이자 평생 음식 수행자로 살아 온 선재 스님. 최근 ‘흑백요리사 시즌 2’ 출연으로도 사찰음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5년 만에 낸 이 신작에서 자신의 46년 수행과 음식 인생을 들려준다. “잘 살아야 6개월에서 1년”이라는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았으나 불교 경전 속 음식의 지혜를 다시 펼쳤고, 발효 음식과 제철 음식으로 식생활을 바꾸며 건강을 회복한 경험에서 시작된 인생 발효 에세이다. 사찰음식 38가지, 제철 음식과 발효 음식 레시피도 소개한다.
# 40년 간 변화한 대졸 여성의 삶
- 결혼 옵션 세대/민세진·신자은 지음/생각의힘/1만8800원
‘커리어는 기본, 결혼은 옵션’. 오늘날 젊은 세대의 선택이다. 이 책은 1955년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대졸 여성의 삶을 4개의 세대 집단으로 나누고, 인터뷰와 데이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읽어낸다. 각자도생으로 커리어를 개척한 세대(1집단), 커리어와 가정을 동시에 붙들고 버틴 세대(2집단), 경력 단절이 집단적 경험으로 드러난 세대(3집단)를 지나, 4집단(1985~1996년생)은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린다. 3집단에서 두드러졌던 경력 단절은 점차 사라졌다. 동시에 결혼은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니라 옵션이 되었다. 부모와 선배 세대의 삶을 지켜본 청년 세대의 선택이다.
# 강마을 서정·성찰을 담은 수필
- 강마을에 묻힌 서사/서태수 지음/북랩/1만6700원
‘낙동강 시조시인’ 서태수의 수필집. 저자는 평생 낙동강 하류를 맴돌면서 강변 서정을 중심으로 시조와 수필을 창작하고, ‘낙동강문학상’ 제정과 후배 양성 등으로 향토문학 창달에 힘쓰고 있다. 이 책에는 낙동강 연작으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 온 저자가 그려낸 강마을 서정과 인간 성찰이 담겼다. 강마을 일상에는 이름 없이 스쳐 가는 이야기가 흐른다. 작은 동물에도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개와 쥐와 뱀, 그리고 작은 존재들과 함께하는 삶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묵직한 질문을 건넨다.
# 자아와 자연의 본질 詩로 노래
- 봄물 드는 길/이석래 시집/책펴냄열린시/1만2000원
2006년 ‘문예춘추’ 시 등단, 2008년 ‘부산시조’ 시조로 등단한 이석래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이 시인의 시는 자연과 일정한 객관적 거리를 지닌 타자 인식으로 다가온다. ‘물아일여’나 ‘혼연일체’라고 하여 자연과 한 몸이 된 자아를 추구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 시인은 자아와 자연을 구분하여 자연물을 타자화한다. 대상에 빠지지 않고 떨어져 바라보면 정확한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시인은 타자의 삶에 개입하지 않고 인식 거리에서 객관적 시각과 시점으로 지켜볼 뿐이다. 그런 관점이 돋보이는 서정 시집이다.
# 키 큰 도토리, 나무가 될 거야
- 키 큰 도토리의 꿈/배익천 지음/이갑규 그림/키큰도토리/1만7000원
“나는 다람쥐 밥이 되긴 싫어! 커다란 나무가 될 거예요!” 작은 도토리이지만 큰 꿈이 있다. 그런데 어쩌지?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려면 멀리 굴러가야 하는데 키 큰 도토리는 길쭉한 생김새 때문에 힘들다. 그래도 친구 도토리들처럼 잘 구르진 못해도 나만의 속도로 끝까지 열심히 가면 된다. 경남 고성에서 아동문학 전문지 ‘열린아동문학’을 발행하며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가꾸고 있는 배익천 작가의 글과 이갑규 작가의 그림이 만났다.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거나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해 가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