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금을 그어 잠들어 있던 이름들
발해처럼 고구려처럼 그윽이 불러 보면
노래는 영토 없이도 나라로 대답 합니다
그분들이 두고 간 납덩이같은 말들이
저 이념의 철망에 걸려 피 흘리고 있을 적에
우리는 부끄럽게도 제 노래만 불렀었지요
6월 신록 속에 또렷이 각인된 날, 한국전쟁은 나이만 먹어가지 상흔은 늙지도 않는다. 남과 북 이념이 달라 함께하지 못한 것들 중에 문학이 있고 시가 있다. 한국 근대 시사(詩史)에 빛난 이름들이지만 월북이나 납북으로 거명조차 할 수 없었던 그들, 정지용 백석 김기림 임화 오장환 이용악 박세영 김광균 박팔양 김해강이 1988년 해금 조치가 내려졌다.
정지용의 시 ‘고향’이 “이념의 철망에 걸려 피 흘리고 있을 적”에 이은상의 ‘그리워’로 부른 시절*이 있다. 지금은 지용의 ‘향수’를 마음껏 부르는 시대, “영토 없이도 나라로 대답”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6·25 전쟁 때 납북된 정지용의 시를 가사로 한 가곡 ‘고향’(채동선 작곡)이 금지곡이던 시절 실제로 있었던 일.